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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설비법 ‘시행 1년’ 현황과 과제는

기계설비법 제정, 독자적 발전방안 수립
기술기준·유지관리기준, 업계관심 집중
관리 취지공감, 관리자 인력수급엔 ‘우려’



기계설비산업 발전의 토대를 다지기 위한 기계설비법이 2018년 제정되고 3년의 시간이 흘렀다.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0년 시행됐지만 기계설비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유지관리자 선임, 성능점검업 등록은 또다시 1년의 유예를 거쳐 2021년 4월17일 시행됐다.

하지만 착공 전 확인〮사용 전 검사 등이 실제로 적용되기 위한 기술기준은 2021년 6월에서야 공포됐으며 유지관리기준은 아직 공포를 기다리고 있어 시행에 차질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계설비법 시행 1년간의 경과 및 남은 과제를 점검하고 관련업계의 체감과 발전방향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기계설비법, 산업발전 ‘주춧돌’
지난 2018년 제정된 기계설비법은 그동안 실체가 존재했지만 아무런 제도적 기반이 없었던 기계설비가 처음으로 독립된 산업임을 인정받은 결과물이다. 이를 토대로 기계설비에 관한 실태조사와 정보화를 거쳐 산업발전 방안을 독자적으로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던 기계설비의 범위를 확장했다. 기계설비는 설계, 조달, 시공으로 끝난다고 생각해왔지만 이는 전체 생애주기에 비하면 극히 작은 일부분일 뿐이다. 설계·조달·시공의 과정은 길어야 3~5년에 끝나지만 기계설비의 수명은 적절한 유지관리와 수리·수선이 이뤄진다면 건축물 수명과 같이 갈 수 있다.

기계설비법은 유지관리를 명문화함으로써 기존의 설계·조달·시공 등 앞부분뿐만 아니라 기계설비의 긴 생애주기에 맞춘 체계화된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

기계설비의 대부분 비용은 설치가 끝난 후 운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유지관리가 매우 중요하지만 지금까지는 등한시됐던 것이 사실이다.

기계설비법으로 유지관리가 효율적·체계적으로 이뤄짐으로써 에너지절약은 물론 온실가스배출 저감에도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지금처럼 기후변화가 심각한 위기로 대두되는 시기에 매우 시의적절한 제도로 평가된다.

유호선 대한기계설비산업연구원 원장은 “법과 제도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 시대상황이나 기술발전 등 주변환경 변화에 따라 계속 진화해나가야 한다”라며 “현재 기계설비법은 앞으로 기계설비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단단한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한 환기가 사회적 이슈가 되든 미래에 사회적 환경에 큰 변화가 생기든 쉽진 않겠지만 기계설비법은 여건에 맞춰 계속 진화할 것”이라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가장 어렵듯이 법제정을 통해 기계설비가 독자적인 산업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기계설비 기술기준 체계화
기계설비기술기준이 지난 6월 제정 고시됐다. 이는 기존의 여러 법령 등에 흩어져있던 기계설비와 관련된 기술 및 설계기준을 체계화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하나로 통합된 기술기준 완전체를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계설비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이러한 내용을 국가건설표준설계기준(KDS), 표준시방서(KCS), 에너지이용합리화법, 건축시설물에 관한 규칙 등 다양한 법령과 고시 등에서 다루고 있었기에 업계는 각 산업별로 적용받아왔던 기준들에 대한 변화는 크게 체감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하지만 이번 기술기준은 기계설비만의 고유한 기술체계를 정립함으로써 앞으로 관련분야의 환경변화나 신기술·신공법 개발에 따른 제·개정 필요성이 생길 시 신속한 논의와 조치를 진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유지관리, LCC 대부분 차지
지난 6월 고시된 기계설비기술기준은 생애주기 중 앞단에 속하는 설계·조달·시공 관련 사항이다. 그 뒷부분을 책임지는 유지관리 기준은 (안)이 발표되고 공청회까지 진행됐지만 아직 최종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기술기준은 파편화된 기존 기준들을 체계화, 통합화하는 것이라면 유지관리기준은 지금까지 거의 없었던 영역을 새롭게 창조하는 수준이다. 이를 통해 앞으로 건축물 기계설비를 어떻게 유지관리하고 관리자를 선임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될 것으로 기대된다.

설계·조달·시공 등 앞단을 책임지는 기술기준도 중요하지만 기술이란 시간이 지나면 발전하기 마련이다. 기계설비는 새로운 기술이 나왔다하더라도 기존 것을 바로 뜯어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용연한이 매우 긴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기계설비의 대수선기간은 15~20년으로 산정된다.

유지관리기준을 다르게 표현하자면 리트로핏(Retrofit)이다. 이를 통해 발전된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면 기계설비의 효율적인 사용과 에너지비용 절감, 온실가스 저감을 한번에 잡을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다.

통합플랫폼, 관련정책 기초데이터 제공
각 건물을 담당하고 있는 유지관리자가 해당설비에 대한 운전 및 보수이력 등 데이터를 기록하면 이 또한 기계설비산업 발전에 좋은 밑거름이 된다.

우리나라에 잘 발달돼있는 IT인프라를 활용한다면 △건축주 △감리자 △유지관리·성능점검업자 △지자체 등이 함께 참여하는 기계설비산업 통합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

플랫폼 안에 △기계설비 현황 △착공 전 확인 △사용 전 검사 △유지관리 △성능점검 △기계설비산업 정보 등을 포함시켜 관계자들은 PC와 스마트폰, 모바일 장치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관련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사용자뿐만 아니라 건물에너지관리를 기반으로 하는 에너지정책 및 온실가스 저감목표 수립 등 다양한 분야의 기초데이터가 될 수 있다.

유호선 원장은 “건물의 기계설비 데이터가 하나의 정보화체계 아래 정립된다면 효율적인 유지관리를 실행할 수 있으며 기계설비산업과 건물 내 활동하는 모든 이들의 발전적 미래를 그릴 수 있는 플랫폼을 완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체감은 아직 미미 
기계설비법이 제정되고 3년, 올해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돌입했지만 전체적으로 큰 체감은 없는 것으로 조사된다.

제조업계에서는 피부에 와닿는 정도의 영향을 느끼는 기업은 많지 않다. 기계설비법 시행 초기이고 설치할 때, 설치 후 관리할 때를 주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설치허가 시 기술기준의 적용, 운용 시 유지관리기준 적용 등 필요에 따라 앞으로 나타날 여러 요소들의 문제점과 개선사항이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제조업계는 제조분야가 법의 정의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아쉬움을 느끼며 추후 법개정을 통해 제조분야도 기계설비산업의 정의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설계업계는 기계설비기술기준 고시 이후 실제 설계 시 기계설비 유지관리를 용이하도록 기계실 공간, 피트, 샤프트, 점검구의 기준들이 제시돼 시행에 따른 영향을 크게 느끼고 있다.

설계업계의 관계자는 “기술기준 고시 이전에는 특별히 체감할 수 없었으나 기술기준 고시 이후 설계자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대부분의 기준들은 기존 KDS나 KCS 및 타 법령에 있는 것이므로 크게 영향이 없으나 기계설비유지관리를 고려한 설계기준은 기계설비설계자뿐만이 아니라 건축설계자에게도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공자의 경우 인허가 주체가 벌써 기계설비법에 의한 사용전검사 기준을 요구하는 곳도 있어 시공자와 감리자간 마찰이 예상되기도 한다. 제일 큰 영향력이 미치는 곳은 역시 유지관리분야일 것으로 예측된다. 기계설비유지관리자의 배치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것과 업계의 성능점검업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건축물의 시설관리를 수행하고 있는 업체들은 기계설비의 효율적인 관리라는 법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인력수급에 대해서는 우려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설관리업계의 관계자는 “법 시행 후 아직 유예되고 있는 분야가 있어 긴급하게 느껴지지는 않으나 앞으로 기계설비법과 관련된 인원채용,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느껴진다”라며 “법의 취지가 기계설비관리에 타당한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므로 반드시 필요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계설비유지관리자 선임기준에 의하면 초급유지관리자(1명) 선임은 1만㎡(3,025평)으로 돼 있지만 이정도 규모는 시설부서에서 전기, 소방, 기계 등 전 분야에 대해 1인이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자격자 구인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유지관리자 선임대상 건물을 연면적으로 일괄되게 분류하고 있어 다중이용시설, 위험물취급업소, 불특정 다수인이 상시 출입하는 건물 등 용도에 따른 분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관련업계, 보완의견 다수 제기
기계설비기술기준 및 기계설비유지관리기준 등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새로운 공법과 제품의 개발, 현장에서의 적용에 있어 개선할 부분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필요 시 관련내용을 논의하고 개선할 수 있는 위원회 혹은 기관을 구성해 상시적으로 업계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이들의 개선과 개정을 논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지관리자 등 자격자의 등록이나 파악을 위해 등록기관을 단독으로 운영할 필요는 있을 수 있으나 보수교육은 이미 자격을 갖춘 기술인력에 대한 교육임을 고려해 피교육자들의 근무영역에 따라 특성에 맞는 교육기관을 선정, 교육 받을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성능검정과 LCC 최소화를 지향하는 운영, 성능점검에 대한 관리주체 및 성능점검업자의 형평성 정리, 커미셔닝·TAB 보완 등의 의견도 있었다.

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기계설비분야의 수첩발급, 신규교육, 보수교육 등 비용이 타 산업분야보다 과다하게 고가이므로 조정이 필요하다”라며 “소방과 전기분야의 중복선임이 가능하듯 기계설비유지관리자 또한 이를 가능케 하고 선임자격도 자격증뿐만 아니라 실무관리자 교육수첩으로도 선임이 가능토록 한다면 현장 인력수급 부족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적격의 관리자가 적소에 배치되는 것은 건물 기계설비관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 관리자로서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문제와 한 관리자가 얼마나 많은 설비의 담당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는 건물주와 정부, 업계의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김민수 대한설비공학회 회장은 “정부의 입장에서는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만큼 빠르게 시행해 정착시키고자 하겠지만 관리자 선임과 등록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도입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건물주의 경우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건물의 품격을 높이고 건물 내 사람들에게 쾌적함을 제공한다는 철학과 소요되는 에너지를 효율화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이익이 된다는 실용적인 측면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관리자를 선임하고 등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