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Chillventa 2024를 다녀와서

  • 등록 2024-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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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냉매 적용시스템 대형화
지속가능 순환경제 핵심 주제
가연성 냉매 확대, 안전기준 먼저 정립 필요

칠벤타(Chillventa)는 냉동공조, 환기, 히트펌프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무역박람회 중 하나다.

 

이번 칠벤타에서는 전 세계 49개국 1,010개 기업 및 기관이 출품했으며 250개에 달하는 전문가 발표가 있었다.

 

2년전에는 팬데믹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인지 박람회 규모가 작았던 것에 비해 올해는 관람객이 7.5% 증가하는 등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며 냉동공조시장의 활기를 되찾은 것으로 보였다.

 

올해 칠벤타에서는 산업·상업용 자연냉매 적용시스템 대형화, 가정용시스템 스마트화, 지속가능한 순환경제가 핵심주제였다.

 

산업·상업용 자연냉매시스템 대형화

유럽 내 인공합성냉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3월 불화온실가스(F-gas)규제가 공표돼 내년부터 대부분의 냉방시스템은 지구온난화지수(GWP)가 150 이하 냉매를 적용해야 한다. 또한 유럽연합이 PFAS(퍼플루오로알킬 및 폴리플루오로알킬화합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GWP가 낮은 R1234yf 등 HFO계열 냉매들도 PFAS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

 

이에 따라 GWP도 낮으면서 PFAS 이슈와 무관한 CO₂나 프로판(R290), 이소부탄(R600)과 같은 자연냉매를 활용하는 시스템들이 점차 각광받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박람회에서는 자연냉매 적용시스템들의 대형화가 부각됐다. CO₂시스템의 경우 Fenergy는 다수의 CO₂압축기를 직렬 및 병렬로 연결해 하나의 랙(rack)을 구성해 난방열량 최대 3MWth를 생산하는 H-range 모델을 소개했다.

 

해당 시스템에는 CO₂를 약 1,260kg 충진하고 수액기가 1,800L에 달할 정도로 대용량으로 설계됐다. 프로판시스템의 경우 가정용에 적용할 수 있는 수십kW급 용량의 모노블록타입 시스템을 전시한 기업이 한 손으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수백kW급 이상 산업 및 상업용 시스템으로 Refra는 550kWth 프로판 공기열원히트펌프(SOLIS+모델)와 465kWth 프로판 칠러(Galaxy모델)를 선보였다. 각각 3대 혹은 4대의 압축기로 구성해 대형화했다.

 

 

Euroklimat는 다수의 스크류압축기를 적용해 최대 710kWth급 공기열원 히트펌프(HERA 모델)를 제시했다. Enex Technologies는 88kW 및 120kW의 모듈화된 단일제품을 최대 26대까지 연결해 1.2MWth으로 확대 가능하다.


이소부탄(R600a) 시스템의 경우 Fenergy는 이소부탄 300kg를 충진해 최대 6MWth 난방열량을 생산하는 물대물 히트펌프(HCI 모델)를 소개했다.

 

프로판이나 이소부탄과 같은 가연성냉매 충진량에 대한 규제는 현재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으나 향후 규제가 완화되는 것을 염두에 미래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대형제품들을 출시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가연성냉매에 대한 규제완화에 앞서 안전기술이 먼저 완비돼야 한다. 가연냉매의 안전한 사용을 증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국제에너지기구 히트펌프기술협력프로그램(IEA HPT Annex 64)의 회의가 이번 칠벤타에서 진행됐다.

 

우리나라는 에너지기술연구원과 중앙대가 참여해 가연성냉매 충진량 저감기술 관련 연구동향을 교류했다.

 

또한 칠벤타 전문가포럼에서는 R290 대형시스템의 안전한 설치가이드에 대해 enerblue 관계자가 발표했다. 프로판은 공기보다 밀도가 크므로 누설 시 바닥으로 깔리며 농도가 짙어 지는 특성이 있다.

 

이에 따라 히트펌프유닛 바닥에 PRV vent를 설치하고 누설된 프로판이 계단이나 환풍구를 통해 건물로 유입되지 않도록 실외(옥상)에 설치하며 프로판시스템 주변 최소 2m 이상은 안전거리로 확보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가정용시스템 스마트화
러시아산 가스수급의 불안정이 이어지자 난방열원 가스의존도를 낮춰 에너지자립도를 높이고자 2022년 EU는 REPower EU 플랜을 수립하며 난방기구 전기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유럽은 신규 가스보일러 설치를 금지하고 다양한 지원정책을 통해 히트펌프 확산을 이뤄내고 있다.


건물의 에너지자립도와 효율을 높이기 위해 히트펌프와 같은 냉난방설비뿐만 아니라 태양광패널(PV)과 같은 발전설비,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ESS), 열저장장치(TES), 수축열조, 전기차충전시스템 등을 모듈화해 고객들의 요구나 상황에 맞춰 설계하고 유기적으로 연계해 최적운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Panasonic은 시간가변요금제(TOU: Time-of-use pricing)를 적용하는 유럽시장 특성에 맞도록 가장 비용 효율적인 시간에 히트펌프를 운전하도록 제어한다. 예를 들어 기상데이터를 활용해 가장 따뜻해 난방부하가 적을 시간대를 식별해 축열운전을 하거나 PV발전량을 예측해 히트펌프운전을 제어하는 스마트솔루션을 선보였다.


지속가능한 순환경제 실현
히트펌프가 증가한 수요에 맞춰 생산이 증가함에 따라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 폐기량 증가로 인한 환경적 영향이 커질 것은 자명하다. 특히 네덜란드, 프랑스,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건물의 전 생애주기 탄소배출 분석(LCA: lifecycle carbon analysis)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관점에서 히트펌프시스템 자원의 순환과 환경적 영향 최소화 등을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기존의 직선형 경제는 자원을 채취해 제품을 생산하고 사용 후 폐기하는 구조였다면 순환경제는 자원을 순환시켜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며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구조다.


박람회가 본격적으로 개최되기 하루 전에 있었던 칠벤타 CONGRESS에서 히트펌프시장의 순환경제 구축과 관련된 강연이 열렸다. 아헨공대(RWTH) Christian Vering은 히트펌프 생산 및 운영, 냉매 생산 및 누설에 따른 환경영향을 평가했다.

 

기후변화, 오존층파괴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형성, 산성화, 부영양화, 이온화방사선, 발암, 토지 및 물 사용 등 다양한 환경영향지표에 대해 분석했다.

 

모든 지표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전력이었으며 에너지믹스에서 재생전기에너지 비율이 높아질 2040년 기준으로는 대다수 환경영향지표가 줄어들었다. 흥미롭게도 R290, R1270과 같은 자연냉매를 사용하는 경우가 R410A와 R1234yf를 사용하는 경우에 비해 냉매 생산과정이나 히트펌프 운영과정에서 환경영향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한 사용기준 정립 중요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이유는 제대로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라는 명언이 있다. 아무리 성능이 좋은 엔진이 있어도 훌륭하게 작동하는 브레이크와 같은 안전장치가 없다면 경주에서 승리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가연성 냉매시스템 보급 확대에 앞서 이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개발이 선행돼야 하며 관련 안전법규 및 기준을 정립하고 교육 및 자격체계 구축 등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와 함께 미래를 예측하며 모듈화된 다양한 시스템들과 연계운전하는 스마트제어기술을 갖춰 궁극적으로 환경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칸 기자 kharn@kharn.kr
저작권자 2015.10.01 ⓒ Kha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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