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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홍희기 경희대 교수

코로나19와 기계설비산업
환기설비 가동, 집단감염 효과적 예방책
“기계설비, 미세먼지·감염병 해결책 각인시켜야”

기계설비인들의 숙원이었던 기계설비법이 2018년 제정됐고 드디어 2020년 시행됐다. 이 기간에 우리는 중국발 미세먼지와 우한폐렴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코로나19의 창궐로 이제껏 겪어본 적이 없는 삶을 경험하게 됐다. 그리고 지금까지 간과되다시피 했던 기계설비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며 또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안타깝게도 공기청정기가 환기를 대체한다고 믿는 사람만큼, 에어컨 바람만 느껴도 환기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많다. 학교 미세먼지 대책으로 창문을 닫고 밀폐된 상태에서 공기청정기만 계속해서 가동해 돌려 학생들의 건강을 해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 정도로 정책하는 사람들은 무지하다. 

기계설비인들이 한목소리로 지금의 정책은 잘못됐다고 그렇게 조언을 해도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을 보면서 홍보의 중요성을 절감한다. 

외출 시에 보일러 온도를 낮춰 난방하는 것이 완전히 끄는 것보다 에너지절감 효과가 크다고 설명하는 전문가들의 주장에 어처구니없어 한 적이 있다. 방송 인터뷰하는 도중에도 담당PD는 이해 못하는 표정이기에 실제 아파트에서 실증실험을 해보라고 권유했고 가스사용량으로 보여준 효과는 확실했다. 

지금도 유튜브에는 난방비절감 비법이라고 온도를 낮추라는 말하는 사이비 전문가들이 산재해 있는 것을 보면 진실을 알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어려운지 새삼 느껴진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매우 많다. 지금은 하천수 등 수열원도 신재생에너지에 포함됐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열에너지만 인정받았다. 늦었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자리를 잡았으나 내실을 보면 여전히 많은 허점이 보인다. 히트펌프의 성적계수를 3.7이라는 높은 고정값으로 사용하는 등 시급히 바뀌어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다.

시대에 뒤쳐진 제도, 비효율의 극치
1980년에 에너지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이용증진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이다. 그동안 여러차례 법 개정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시대변화를 따르지 못하는 조항이 여전히 남아 있다. 

폭염 속에서도 공공기관의 실내온도는 28℃로 설정돼 비효율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효율적인 근무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근거가 바로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이다.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의 시행규칙의 별표에는 열사용기자재가 명시돼 있음에도 법이 만들어진 후 아무런 변화가 없다. 제정 당시 가장 보편적인 연탄용 온수보일러가 지금도 포함돼 있으며 대표적인 열사용기자재인 흡수식냉동기는 아직까지도 포함되지 않은 상태다. 일정규모 이상의 건물에 이러한 제품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지만 정작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이것이야말로 적폐가 아닌가 싶다.

창문 열고 환기, ‘난방비 폭탄’
유독 설비와 관련해서 잘못된 정보가 정설인 듯 퍼지는 것은 그만큼 진입장벽이 낮아서 그런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잘못된 것을 고치는 일은 정말 힘들다. 그 중의 하나가 환기다. 

일반인이건 정책을 집행하는 사람이건 환기라고 하면 그냥 창문을 여는 것과 환기팬만을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버젓이 ‘2시간에 한 번 환기’가 자리를 잡고 있는 듯하다.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국토부에서 권고하는 환기량은 1인당 대략 30m²/h인데 장소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2.5회/h 정도가 된다. 절대 많은 환기량이 아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을 방지하기에는 미흡하다. 방역당국이 권고하는 2시간에 한 번 환기하라는 근거는 현재 아파트의 환기기준이 0.5회/h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일반인들에게 1시간에 0.5회 환기라고 하면 이해하기 어려우니 2시간에 1회(한 번)로 하자고 표현을 바꾼 듯하다. 여기서 환기횟수 1회는 기존의 실내공기를 전부 내보내고 외부공기로 대체하라는 의미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한번’처럼 붙여 쓰는 경우는 ‘한번 해보겠다’처럼 시도의 의미가 되고 횟수의 의미일 때는 ‘한 번’으로 띄어쓰게 되는데 어느 쪽이건 환기횟수 1회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다시 2시간에 10분 창문을 열고 환기하기로 구체화시킨 것인데 이 정도의 간헐적인 환기로는 국토부가 제시한 기존의 2.5회/h보다 훨씬 못 미치는 적은 양이다. 게다가 간헐환기다. 이 정도의 환기량을 확보하려면 내내 창문을 열거나 환기팬을 가동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10배 이상의 난방비 폭탄이 기다리고 있다.

환기설비 미비, 집단감염 ‘위험’
호흡으로 발생한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간다고 치명적이진 않기 때문에 가끔 한 번씩 창문을 여는 것으로 해결이 된다. 

하지만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가 대상이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실내에 확진자가 있고 환기를 하지 않으면 바이러스 농도는 계속 올라간다. 간헐적인 환기는 바이러스라는 독을 모았다가 한꺼번에 치우겠다는 것인데 그만큼 감염확률은 급격히 올라가게 된다. 

공기감염은 일종의 확률이다. 바이러스 농도가 높아질수록 그리고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호흡기로 유입되는 바이러스가 늘어나고 일정 수 이상이 되면 감염에 이르게 된다. 미약한 간헐적 환기는 위험에 노출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그래서 적당한 환기법이 아니다.

유일한 대안이 아파트에 적용되고 있는 전열교환기(열회수형 환기장치)의 도입이다. 난방비는 전열교환기를 사용함으로써 대폭 줄어든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할 때와 비교하면 1/4 정도로 감소하므로 충분히 적용할 만하다.

지금까지의 집단감염은 파주 스타벅스를 비롯해 환기가 거의 안 되는 곳에서 발생했다.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했던 종교시설, 콜센터, 요양병원, 구치소 등 환기시설이 없는 곳이 집단감염의 온상임은 자명하다. 

확진자가 장시간 체류했어도 집단감염이 이뤄지지 않은 곳은 예외 없이 환기설비가 완비된 곳이었다. 승객이 밀집돼 있는 전철이나 버스 등에서 감염됐다는 보도는 들어본 적이 없다. 백신과 치료제를 접할 수 있기 전까지는 제대로 된 환기가 생활방역에 더해져야만 대확산을 막을 수 있다.

설비적폐 해결, 하도급 범주 벗어나야
설비단체에서도 설비포럼을 비롯해 국회 워크숍, 정책 간담회, 언론과 방송을 통해서 기계환기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려 왔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아직도 기계설비가 건축의 하도급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 산적한 ‘설비적폐’가 해결되는 것은 요원하다. 어느 때보다도 설비인들의 단합과 적극적인 홍보가 중요한 시점이다. ‘환기설비 갖춰진 업소는 매장영업을 허용해주세요’라는 청와대 청원에 참여인원은 고작 수백명 수준이다. 

기계설비법 제정은 설비인의 숙원인 정당한 대우의 시작이다. 가만히 있는데 설비문제를 누군가가 대신해서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설비산업의 발전은 실내 미세먼지 문제든, 감염병 예방이든 기계설비가 해결책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인식시켰을 때부터가 아닌가 싶다. 2021년은 기계설비 발전의 원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