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은 경제활동 과정에서 CO₂ 등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져서 탄소 순배출량이 0이 되는 것을 말한다. 결국 인간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제거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하는 개념으로 영국, 프랑스, 스웨덴, 핀란드, 캐나다를 비롯해 중국, 일본까지 추진하고 있는 전 세계적 아젠다다. 우리나라도 2020년 12월15일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했다.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된 제주도는 유네스코 자연유산 등을 보유하고 있어 세계적인 아름다운 섬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2013년 10월 2030 탄소없는 섬, 제주(Carbon-Free Island, Jejuby 2030: CFI 2030) 비전을 발표하며 현재 주목받고 있는 키워드인 탄소중립, 에너지전환 등을 선도적으로 추진한 지자체로 평가받고 있다.
CFI 2030에서는 발전(신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체계 달성), 수송(수송수단의 전기자동화), 소비(스마트그리드 도 전역화) 등 3개 영역추진을 통해 에너지생산부터 소비까지 자립하는 ‘에너지자립도시 구현’이 사실상 최종 목표다.
카본프리는 우리 세대가 직면한 도전이자 새로운 경제적 기회로 다가오고 있으며 CFI 2030은 제주도만의 에너지절약 정책과 제주에서 부존하는 재생에너지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 및 에너지자립 추진을 골자로 진행된 중장기 계획이다.
CFI 2030의 비전은 △청정 △안정 △성장이다. 결국 오염물질 배출없는 자연환경과 조화로운 청정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에너지 자립화·최적화 및 소비절감을 통해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구조를 구현하며 도민주도의 혁신성장 에너지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CFI 2030 비전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약 15조원의 자금이 투자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도내 전력수요 100%를 대응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설비를 도입해 설비용량을 4,085MW로 증대하고 도내 등록차량 50만대 중 77%인 37만7,000대를 친환경 전기차로 대체한다. 또한 최종에너지원단위 0.071TOE/백만원을 실현하고 발전업·서비스업분야에서의 에너지융복합신산업을 육성한다.
에너지자립을 위해 양질의 바람을 이용한 풍력발전을 미래 신성장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신재생에너지자원의 체계적인 개발과 공공관리로 지역에너지 자립 및 도민 이익 극대화를 위해 2030년까지 도내 전력소비량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 2030년까지 풍력발전 2,350MW(57%), 태양광발전 1,411MW(35%), 바이오중유 175MW(4.2%), 연료전지 104MW(2.6%), 바이오에너지 해양, 폐기물 50MW(1.2%)를 보급할 계획이다.
제주는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및 에너지 전환정책에 맞춰 선도적으로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설비용량 비율은 2020년 기준 36%로 전국대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발전량 비율도 16.2%로 전국대비 최고 비율이다.
특히 난개발 방지 및 경관훼손 최소화와 주민수용성 증진 및 이익공유 실현을 위해 대기업 위주의 풍력개발을 지양하고 제주에너지공사를 사업시행예정자로 지정, 공공주도의 풍력개발 투자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태양광도 신재생에너지원 확보와 도민소득 증대를 목표로 △에너지자립 주택 조성과 E-Prosumer를 양성하는 주택태양광 보급 확대 △안정적 소득과 마을 재정자립 도모를 위한 태양광 전기농사 △제주에너지공사의 사업다각화 및 수익증대를 위한 공공시설 활용 태양광발전 등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도는 ‘탄소 없는 섬, 제주’ 실현을 위한 바람으로 달리는 전기자동차의 글로벌 메카 도약을 위해 전기차 보급 확대 및 산업 육성을 위한 중장기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운행차량 100% 전기자동차 전환, 제주 전역 충전인프라 구축에 도전하고 있다.
제주도 최종 모델 ‘스마트시티’
제주도의 최종 모델은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기반의 친환경 에너지 스마트도시를 조성하는 것이다. 스마트시티는 도시에 정보통신기술(ICT)과 빅데이터 같은 신기술을 접목해 에너지, 경제·안전, 교통, 환경, 생활복지분야에서 인간 삶의 질을 개선하는 도시 모델이다.
제주도의 스마트에너지시티는 신재생에너지, ESS(전기저장장치), 전기차 충전인프라, AI 기반 에너지관리 등 에너지신산업 기반 인프라를 이용해 에너지문제를 해결하는 에너지자립형 도시다.
스마트에너지시티 구축으로 도시 생활에 필요한 전기를 풍력,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로만 사용하고 교통수단을 100% 전기차로 전환해 탄소배출이 없는 ‘탄소 없는 섬, 제주’를 실현할 수 있다.
또한 빅데이터 분석, 자율주행자동차, 스마트그리드에 머신러닝기술을 접목해 전력데이터 분석정보를 공유하고 에너지공급자-소비자를 위한 컨설팅, 전력거래 대행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스마트에너지통합 관리센터를 운영하는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제주 스마트에너지시티 구성 요소인 가상 발전소(VPP: Virtual Power Plant), 원격 모니터링, 소규모 전력중개 등 스마트에너지 연관 산업을 육성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초과발전·출력제어, 극복 기술 필요
제주도는 CFI 2030 비전을 선포한 후 신재생에너지 보급확대를 정책적으로 추진한 결과 2021년 3월 기준 제주도 내 가용 전력설비는 LNG발전기와 같은 중앙급전발전기 910MW, 해저연계선(HVDC 1, 2연계선) 400MW, 태양광 448MW, 풍력 295MW, 기타발전기 28MW 등 모두 2,080MW에 달한다. 이중 재생에너지 발전출력비중이 16.2%를 차지한다.
제주도에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이 급증함에 따라 제주지역에서 생산되는 전력이 남아도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으며 전력수요는 지난해 기준 5.7TWh로 순간최대 1,000MW, 최소 446MW, 연평균 646MW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제주지역 풍력발전기 가동을 중단하는 출력제어 횟수와 제어량이 2015년 3회(152MWh)에서 2017년 14회(1300MWh), 2019년 46회(9223MWh)에서 2020년 77회(1만9449MWh)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2021년 상반기에만 풍력발전기가 55회 멈추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했다. 결국 제주도는 7월 신재생에너지 총량제를 도입을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제주연구원 및 실무협의체(한국전력, 전력거래소, 전기안전공사, 제주에너지공사 등)를 구성했다.
김영환 전력거래소 제주본부장은 “제주의 CFI 2030, 신재생에너지전환을 통한 탄소중립 2050 목표달성은 지구환경보존과 인류 생존에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신재생발전량이 많아질수록, 특히 특정시간에 발전량이 많아지는 태양광설비가 증가할수록 초과발전 발생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의한 초과발전과 출력제약은 반드시 우리가 극복해야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해결방안으로 △단기적으로는 소규모 분산자원과 수요반응자원들을 모으는 통합발전소(VPP)제도 △중기적으로는 초과 발전에 따른 잉여전력을 활용해 열을 생산하고 저장했다가 사용하는 P2H(Power to Heat)기술 △잉여전력을 활용해 수소가스를 생산하고 저장했다가 사용하는 P2G(Power to Gas)기술 등이 제시되고 있다.
CFI 달성 관건, 재생열E 활용
현명택 제주대 교수는 “제주도의 신재생에너지 보급정책은 풍력 등 전력부문에 치중돼 있다”라며 “제주도의 천혜 에너지자원인 수열에너지 활용은 분산형에너지 확산책으로 증가하고 있는 냉난방 열수요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어 CFI 2030 100% 달성을 위한 또 다른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수열에너지 자원으로서는 천혜의 조건을 갖춘 섬이다. 주변이 모두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언제라도 이를 신재생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건에 갖추고 있다. 특히 겨울철에도 제주난류로 인해 바다수온이 15℃ 전후로 나타나 이를 이용한 건축물 냉난방 시 저렴한 에너지비용으로 냉난방이나 급탕열원 확보가 가능하다.
다른 또 하나는 수열로서 제주도만의 특성을 갖고 있는 지열에너지가 있다. 제주도에서의 지열에너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풍부한 열자원을 가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주도만의 지질지반특성상 다량의 지하수가 빠른 유속의 유동성이 있는 특성으로 지열공 내에서 열교환효율이 크다”라며 “지열에너지는 지하수를 직접 사용하지 않고 단순히 지하수가 가지고 있는 열을 사용할 뿐이며 사용 후 온도변화에 의해 지하수 수질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렇다보니 14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는 스웨덴 스톡홀름과 비교된다. 스웨덴 스톡홀름은 전체 지역난방열원의 44%를 수열에너지로 충당하고 수열을 이용한 지역냉방으로 전력소비를 80%가량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톡홀름은 주변의 해수를 비롯한 하수, 호수, 지하수를 히트펌프를 통해 시 전체 지역난방 열원의 44%를 충당하고 있다. 수열을 이용한 지역난방이 화석연료중심의 기존 난방시스템을 대체하면서 스톡홀름은 건물마다 있던 굴뚝이 매년 200개씩 사라지고 공기도 맑아지는 효과를 얻었다. 1988년부터 1994년 사이에 질소산화물은 50%, 황산화물은 66% 감소했으며 먼지배출량은 61톤에서 53톤으로 줄어들었다. 또한 늘어난 냉방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수열을 이용한 지역냉방을 공급하며 전력소비를 80%가량 감소시킬 수 있었다.
그렇지만 제주도 내에서 지열 냉난방에너지는 활발하게 이용되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제주도만의 특별한 굴착공법을 조례에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열공 굴착에 소요되는 비용이 육지부에 비해 10배 이상 투입되는 문제가 있어 경제성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중앙정부 지열시설기준에 일치되지 않은 제주도 조례상 지열시설기준이 장애가 되고 있으며 육지부에서는 대통령령으로 지열 냉난방에 사용되는 지하수에 대해 지하수요금을 100% 면제해 주는데 반해 제주도에서는 50%만을 감면해 줌으로써 지열 사용 중 지하수세 부담이 커져 시설 및 운용 경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지열이용공의 착정심도는 해당지역연평균 지하수위 하부 30m를 초과할 수 없도록 굴착행위 시설의 설치기준 조례도 문제다.
현명택 제주대 교수는 “지하수가 먹는 물이라는 단순한 역할에서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공론화를 통한 공감대가 우선 필요하며 지하수이용 부담금, 천공방법 등 현행 제도의 개선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라며 “지하수열 이용없이 CFI 2030 같은 혁명적인 에너지정책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