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설비설계협회는 건축물, 산업, 환경시설 등의 설비설계 용역업체들의 권익 보호와 상호 협력 증진을 목표로 설립된 비영리단체다. 설비 관련 제도와 경제정책, 친환경 및 녹색건축기술 발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설비설계업의 건전한 육성과 국민경제의 균형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건설산업과 기계설비산업의 가교역할을 수행하며 쾌적한 실내환경 조성, 저에너지·저탄소 건축물 설계, 친환경설비 기술표준화 등을 통해 공공복리 증진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회원사 간 소통과 업계 소식, 최신 법령, 설계 기준 및 사례 공유를 통해 설비설계업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이수연 설비설계협회 회장(하이멕 대표)를 만나 지난해 설비설계업계 동향 및 올해 시장 전망에 대해 들었다.
■ 지난해 설비설계업계 동향을 평가한다면
2024년은 설비설계업계가 국내 건설경기 위축이라는 도전적인 환경 속에서 운영됐던 해로 평가할 수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시장이 냉각되면서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가 줄어들었으며 주거 및 산업시설분야에서도 침체가 지속됐다. 이러한 상황은 설비설계업계의 수주량 감소로 이어져 업계 전반에 걸쳐 어려움이 되고 있다.
전반적인 시장 침체 속에서도 고무적으로 BIM기술 확산과 특화된 설비분야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한 해였다. BIM은 설계과정에서부터 시공 및 유지관리에 이르기까지 데이터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으로 점차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설계 초기부터 BIM을 통한 접근은 건설 프로젝트 전체 비용관점에서 설계 이후 단계의 변경에 따르는 비용을 절감해 건설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 지난해 설비설계업계 최대 이슈는
2024년 설비설계업계는 전반적 수주량 감소라는 위기와 함께 탄소중립, 디지털전환(DX)이라는 기회와 도전이 공존하는 한 해였다. 특히 탄소중립 목표에 부합하는 설계 접근법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정부는 건물의 에너지소비와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제로에너지건축물 확대, 전력계통영향평가제도 등을 도입했다. 이로 인해 설비설계는 에너지효율 향상과 탄소저감기술을 프로젝트 초기단계부터 통합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특히 고효율 HVAC시스템, 신재생에너지 기반 설비, 그리고 에너지회수기술이 대두되며 설계사들의 역량 강화가 절실해졌다.
■ BIM, AI 등 디지털 전환이 설비설계업계에 미칠 영향은
BIM과 AI는 설비설계업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BIM은 설계단계에서부터 시공, 유지관리까지 건물의 전 생애주기데이터를 통합 관리하고 이와 연결되는 AI는 설비설계업계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설계프로세스의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기술들은 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지만 기업 규모에 따라 기술 도입 및 활용 수준의 격차가 뚜렷하다. 설비설계협회는 BIM 표준화와 함께 BIM 교류 및 활성화를 위해 홈페이지에서 라이브러리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개설하는 등 설비설계기업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 올해 설비설계업계 시장 동향을 전망한다면
국내·외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정치적 리스크 등으로 엔지니어링부문의 2025년 상반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58.4포인트로 매우 낮게 전망되고 있다. 어려움 속에서도 설비설계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능한 인재가 계속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또 한편으로는 지속가능한 국가 발전을 위한 탄소중립과 디지털·인공지능 대전환에서 기술 융복합이라는 도전에도 직면해 있다. 설비설계업계의 발전을 위해서 정당한 엔지니어링 대가와 우수인력 유입을 통해 산업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다.
■ 설비기술협회와 통합이 목전이다. 현재 진행 상황은
업계 기술발전과 제도개선 그리고 위상 강화를 위해 단체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초 설비단체 통합사무실 입주 현판식을 시작으로 단체 통합추진위원회를 결성했으며 3월에는 임시총회에서 회원 다수의 전폭적인 동의를 얻어 단체통합을 추진하기로 결정됐다.
이어 5월 단체통합포럼 개최, 6월 통합협회 명칭 공모, 9월 통합정관 제정을 진행하고 11월에는 국토부를 방문해 통합 의지를 전달했다. 2025년에는 통합에 대한 법리와 회계검토를 진행하고 통합 명칭과 마크, 정관 등 행정처리와 함께 단체통합회지를 발간하며 단체통합을 완료할 예정이다.
■ 설비설계분야 활성화를 위해 가장 먼저 개선돼야 부문은
설비설계분야 활성화를 위해 가장 먼저 개선할 과제는 품셈기준 개선과 전문인력 양성, 제도적 지원을 들 수 있다.
첫째인 품셈기준 개선은 디지털설계방식과 최신 기술시장을 반영하지 못하는 기존 문제의 해결을 위해 필요하다. BIM 확산에도 품셈기준이 과거방식에 머물러 있다면 설계효율성과 품질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시장 변화에 발맞춰 품셈기준을 개선하고 이와 함께 관련된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
둘째는 전문인력 양성이다. BIM, AI 등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숙련된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설비설계업계 인력 현황은 여의치 않다. 산·학협력 프로그램 활성화와 맞춤형 교육과정 제공, 정부의 기술훈련 지원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열쇠가 될 수 있다.
셋째는 제도적 지원으로 설비설계기업의 디지털전환 초기비용 부담을 완화해 줄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의 BIM 도입이나 데이터시스템 구축에서 겪는 현실적 어려움을 개선해 건설시장 변화의 밑거름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개선은 설비설계업계의 기술적·경제적 성장을 촉진하고 국내 건설산업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업계, 정부 등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설비설계는 건축물의 품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분야다. 반면 다른 산업에 비해 디지털전환이 느리고 인적자원 의존성이 높다. 신기술 도입과 인재육성을 위해서는 발주제도 개선 등 설비설계기업의 자립을 위한 정부의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설비설계협회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업계와 정부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다. 우리 모두의 협력이 설비설계산업의 밝은 미래를 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