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친환경건물과는 건물에너지효율 향상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앞장서는 부서다. 특히 서울시에 특화된 건물에너지정책을 개발해 시행하고 있으며 나아가 건물에너지 신고·등급제와 건물온실가스 총량제를 도입해 에너지 실사용량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민간건물과 저소득층 주택의 에너지효율 개선사업을 지원하고 환경영향평가제도를 운영하며 대중교통 이용과 친환경 자동차 이용을 장려하는 에코마일리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주영 서울시 친환경건물과장을 만나 새해 녹색건축부문에서 예상되는 주요 정책변화와 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들었다.

■ 지난해 국내 녹색건축정책 성과는
2024년은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목표달성을 위한 노력이 본격화된 해였다. 우리나라 역시 건물부문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다. 특히 민간건축물에 대한 제로에너지 건축물인증(ZEB)이 의무화되면서 건축물 설계단계부터 에너지효율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이끌어냈다.

나아가 서울시가 건물의 실제 에너지사용량을 정확히 관리하기 위해 ‘건물에너지 신고·등급제’와 ‘건물 온실가스 총량제’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을 전국 최초로 시행했다. 이는 건물에너지관리제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다.
이러한 노력에 발맞춰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는 관련 법률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이용합리화법’과 ‘녹색건축물 조성지원법’ 개정을 통해 건물에너지 실사용량 관리를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더욱 체계적인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 올해 녹색건축 저변확대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탄소중립이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 쓰레기 문제나 자동차 배기가스를 떠올리는데 건물부문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70%를 차지한다고 하면 다들 놀란다. 이는 시민들의 인식 속에 건물부문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왔음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난해 시행된 건물에너지 신고등급제를 통해 4,000여개 건물 관계자들이 건물부문 탄소중립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문제임을 깨닫게 됐다. 

올해 확대시행을 통해 더 많은 시민들에게 제도의 취지와 중요성을 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건물분야 탄소중립이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극초기 단계라고 본다. 갈 길이 멀고 서울시가 해야 할 일이 아직 많다.

■ 올해 주요 정책‧제도적 변화는
우선 올해는 관련법 개정이 예상된다. 산업부가 추진 중인 ‘에너지이용합리화법 전면 개정안’은 △에너지원단위 이행계획 및 실적제출의무 부여 △신고의무 위반에 따른 과태료 부과근거 마련 △건물 목표에너지원단위 설정관리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이양 등 내용을 담고 있다.

국토부도 ‘녹색건축물조성지원법 일부개정안’을 추진 중이며 △온실가스 총량제한제도 시행근거규정 추가 △건물온실가스 총량제한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이양 등 내용을 검토 중이다.

두 법률 개정에 발맞춰 서울시도 조례개정을 추진해 건물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더욱 활성화할 방침이다.

또한 올해 ‘기후동행건물 프로젝트’를 통해 건물에너지 신고등급제를 운영한 결과 건물관리 인력 전문성이 매우 다양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최신 에너지효율 설비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성적인 운영방식을 고수하거나 설비를 아예 미운영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내년에는 건물관리 담당자를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다.

특히 연면적 1만㎡ 미만 소규모건물은 전담관리자가 없는 경우가 많아 에너지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에너지관련 지식을 갖춘 전문인력을 양성해 소규모건물 에너지효율 향상을 지원하는 ‘에너지관리 매니저 양성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발견된 건물에너지 신고등급제의 현실적인 문제점들도 개선할 예정이다. 먼저 현행 산업부 고시에 명시된 11개 용도분류가 건물의 다양한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용도를 더욱 세분화하고 용도별 에너지사용 특성을 고려한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건물에너지 신고등급제와 건물 온실가스 총량제의 대상건물이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평가 기준이 상이해 참여자들이 정확한 정보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도 확인했다. 산업부 및 국토부와 협의가 남아있지만 서울시 입장에서는 이 두 제도가 전국단위로 공식 시행되기 전 평가기준을 일원화해 명확한 평가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

■ 올해 서울시 정책목표는
지난해 공식출범한 건물에너지 신고·등급제를 안정적으로 확대운영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아직 법률상 의무가 없는 상황에서도 전체 대상건물의 약 30%에 해당하는 4,000여동이 참여한 것은 고무적인 성과다.

올해는 더 많은 건물이 제도에 참여해 미래 건물온실가스 총량제에 대비할 수 있도록 참여율을 높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참여건물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용도별 우수건물을 ‘서울형 저탄소건물’로 선정해 광역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게 하고 저등급(D~E) 건물의 경우 전문가의 에너지효율 무료컨설팅을 받을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이에 더해 조기에 참여한 건물에 대해서는 향후 도입될 건물온실가스 총량제에서 조기감축분을 인정해주는 등 방안도 고민 중이다.

■ 온실가스 총량제 전국시행 시 산업계 영향은
건물온실가스 총량제는 건물유형별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초과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제도다. 즉 건물 소유주는 자신이 소유한 건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관리하고 정해진 기준을 초과하면 감축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건물 온실가스 총량제가 정식시행되면 건물 소유주들은 단기간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저비용 고효율 개선분야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LED조명 교체, 단열재 보강, 고효율설비 교체 등 비교적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개선방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물의 구조적인 문제 또는 예산상 한계로 설비개선에 한계가 있는 건물은 에너지사용 행태 개선에 집중하게 될 확률이 높다.

현재 건물온실가스 총량제 대상 용도 12종에 따르면 동일 용도 내에서도 세부용도에 따라 에너지사용량 격차가 큰 케이스가 많이 관찰되고 있다. 단순 사무공간으로만 사용되는 건물과 데이터센터가 주를 이루는 건물은 주용도가 업무시설로 동일하지만 에너지사용량은 몇 십배가 차이난다. 이러한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건물유형별 특성을 고려해 용도세분화가 필요하다. 2025년 서울시가 건물온실가스 총량제를 준비하기 위해 추진하는 주요내용 중 하나다.

■ 올해 시행된 3차 녹기본에 지자체 역할이 강조됐는데
제3차 녹색건축물 조성 기본계획(이하 녹기본)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협력체계 강화를 통한 지역주도형, 민간주도형 녹색건축 추진이 강조된다는 점에 적극 공감한다. 특히 지방정부 권한확대는 녹색건축 전환에 더욱 탄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녹색건축 전환을 위해서는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며 민간건물 소유주 입장에서는 단기적인 경제적 이익없이 투자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서울시 기후동행건물 프로젝트에서 확인됐듯이 민간건물 소유주는 경제적 유인책 없이는 적극적인 녹색건축 참여에 난색을 표한다.

이에 따라 건물소유주, 민간기업, 지방정부가 함께 노력해 녹색건축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지방정부마다 예산상 한계가 있어 결국 녹색건축물 확산을 위한 각 지자체마다의 재원마련이 핵심이 될 것이다. 제3차 녹기본에 담긴 현실적인 실행방안에 대한 기대가 크다.

특히 각 지자체마다의 특색있는 녹색건물 확산정책을 발표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식적인 자리가 마련된다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서울시는 새해에도 건물에너지 신고등급제와 건물온실가스 총량제 등 건물온실가스 감축사업 추진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민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함께 중앙정부, 민간기업의 긴밀한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민여러분과 지속가능한 서울의 미래를 만들어 나갈 것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