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지열에너지는 지속가능한 냉난방 열에너지 솔루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대한설비공학회 지열수열부문위원회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지열산업 확산과 기술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강한기 대한설비공학회 지열·수열부문위원장을 만나 ZEB에서 지열에너지가 소외된 원인과 올해 지열시장 전망에 대해 들었다.
■ 지난해 지열시장 동향을 평가한다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탄소중립 달성에 지열에너지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건설사와 발주처의 외면으로 힘든 시간이 계속됐다. 신재생에너지 설치의무화로는 지열시장 활성화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ZEB의무화를 통해 지열시장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으나 지난해는 기존 지열시장이 겪어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어려운 시간을 겪었다.
지열은 태양광, 연료전지에 비해 비싼 가격과 건축공기 문제로 선택받지 못했다. 설치의무 비중을 채우기 위해 비싼 지열을 사용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며 지열시장 위기는 지난해에도 지속됐다.
■ 현재 지열시장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점은
설치와 관련된 규제는 지속 증가하고 있어 많은 간접비용이 발생한다. 중소기업들에게 자본과 인력측면에서 큰 부담을 주고 있으며 시장에서 수주와 공사진행이 어려운 상황을 만들고 있다. 지열설치에 필요한 허가절차와 규제는 과거에 비해 더욱 복잡해졌다. 다른 산업분야에서 규제를 간소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지열분야 규제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반 가정이나 민간건물에서는 지열도입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 시장확대에 한계가 있어 기술개발과 시장진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지보수 인력부족과 기술인프라 미비로 지속적인 관리에도 어려움이 크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차원 재정지원과 정책적 유연성이 절실하며 지열산업 발전을 위해 업계와 학계가 함께 협력해야 한다.
■ 주목하고 있는 지열분야 기술개발·실증사례와 성과는
지중열교환기 효율향상과 스마트 지열관리시스템기술이 활발히 개발 중이다. 이러한 기술들은 지열시스템 성능을 개선하며 현장에서 실시간 관리가 가능하게 해 유지보수비용 절감과 장기적인 시스템성능 보장을 돕는다.
AI기반 스마트관리시스템은 건물 내 온·습도, 에너지사용량 등을 분석해 냉난방요구를 예측하며 지열시스템 가동을 최적화해 에너지저감 효과를 크게 개선했다. 유지보수비용 절감사례도 다수 발표되고 있다. 향후 모든 시스템에 AI기술을 접목해 효율적인 관리와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 올해 지열시장을 전망하면
지열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ZEB의무화가 중요하다. 올해는 공공·민간부문의ZEB의무화가 확대돼 지열을 사용하는 수요처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공공부문에 지열설계가 진행된다면 내년과 내후년에는 의무화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가 지열시장 매출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와 같은 대도시에서 지열시스템 보급이 본격화되면 다른 지자체로의 확산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건물에 지열시스템이 적극적으로 도입되면 일반건축물로의 적용도 점차 확대될 것이다.
지열기술 발전과 초기 투자비용 절감이 이뤄지면 주거·상업용 건물에서도 지열시스템이 점차 보편화될 것이다. 또한 민간건물 의무화가 시장활성화의 핵심이기 때문에 올해 개시된 민간부문 ZEB설계 의무화에 따라 더욱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
단순한 설치의무화로는 기계설비산업이 발전하기 어렵다. 공공은 물론 민간부문까지 ZEB의무화가 이뤄져야 기계설비가 힘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설비업계에서도 한목소리를 내며 의무화 정착을 위해 독려해나가야 한다.
■ 지열시장 활성화 방안을 제언한다면
초기 설치비용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금융지원과 보조금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지열시스템 설치와 관련된 과도한 인허가절차와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 현재 지열시공에 필요한 면허가 너무 많아 중소기업들이 규제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규제들은 결국 중소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며 지열업계 붕괴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특히 지중열교환기 설치 시 일반 지하수 개발과 동일한 법규가 적용되는 현행제도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지열시스템 설치와 관련된 절차를 간소화하며 기업들이 불필요한 규제로 인한 비용부담을 줄여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개발과 표준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또한 지열에너지는 냉난방분야에서 다른 열원에 비해 훨씬 효율적이며 건물에너지자립률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중요한 자원으로 에너지효율성을 올바르게 반영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과 조속한 관련법규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ECO2 프로그램은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전력을 사용하는 지열시스템이 타 신재생에너지에 비해 불리하게 계산되고 있다. 정부에서 보장한 연간 에너지생산량이 프로그램 내에서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우며 계산방식에 대한 불투명성이 존재한다. 업계와 학계가 같이 노력해 이 부분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 향후 위원회 운영계획은
지열에너지원 보급확대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특히 정책개선을 위한 의견수렴과 연구지원을 강화해 신기술 도입과 표준화 작업을 촉진할 예정이다.
또한 ZEB와 관련해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이지만 설치현장에서는 여전히 문제점이 있어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열·수열부문위원장으로서 학술세미나, 워크숍 등을 통해 현장어려움을 반영하며 기술개발과 표준화, 실증연구분야에서 역할을 강화해 지열에너지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데 주력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