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이들에게는 우유를 마실 권리가 있다’ 치솟는 생필품가격에 따른 서민층 불만을 누그러뜨리고자 위정자는 ‘반값 우유’정책을 시행했다. 우유가격만 통제하면 된다는 단순한 판단의 결과다. 정책을 따르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며 우유 생산업자를 협박키도 했다. 이후 시장은 어떻게 됐을까? 위정자의 생각과는 반대로 업자들은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반값에 우유를 파느니 차라리 사업을 포기하겠다며 젖소를 도축해 시장에 내다 팔기 시작했고 이후 우유는 오히려 더 부족해졌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당연한 결과다. 당황한 위정자는 다시 사료인 건초가격을 통제하는 카드를 집어들었다. 그러자 건초 생산업자들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건초의 생산을 중단하거나 불태워버렸다. 공급이 부족해지자 건초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우유가격을 내려 민심을 얻으려던 집권자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가격이 폭등해 서민분노가 극에 달하게 됐다. 18세기 말 프랑스 혁명으로 루이16세를 단두대에서 처형하고 공포정치를 시행했던 집권 급진정당 당수 로베스피에르의 일화다. 정부의 보이는 손이 시장에 개입해 실패한 사례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도 정부의 시장개입 당위성과 효과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2020년부터 국토교통부 및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과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을 위해 1,000㎡ 이상 신축, 재축 및 별동 증측 공공건축물에 대해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를 시행할 예정이다. 2020년 1월부터 1,000㎡ 이상 공공건축물, 2025년 500㎡ 이상 공공건축물과 1,000㎡ 이상 민간 건축물, 공동주택 30세대 이상으로 한 후 2030년 이후 500㎡ 이상 모든 건물로 적용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한국에너지공단은 녹색건축정책 및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를 준비 중이며 관련 현안과 다양한 의견을 현재 수렴 중이다. 국제 전문가그룹 네트워킹 IEA EBC Annex 52 및 SHC Task 40 제로에너지건축 설비기술 동향에 근거해 국내 적용 전 해결돼야 주요 현안 과제와 대안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우선 제로에너지건축물의 국제 호환적인 ISO기반 정의와 이에 따른 평가인증 방안이다. 다양한 정의가 있으나 국제 보편적으로 제로에너지건축물은 ‘일차원 에너지로 환산해 건축물 위치에 용도에 따른 연간 소모되는 건물 냉난방·급탕 열에너지 및 전력에너지가 공급되는 일차원 에너지와 균등해 연간 추가 일차원 에너지 없이 제로화되는 건
전통적으로 실내공기질 연구를 시작한 나라는 한랭지역에 위치한 부자 나라들이다. 에너지절약을 꾀하다 보니 실내환경이 악화되기 쉬운데 생활수준이 높으니 건강한 환경에 관심이 많았다. 이와 같은 실내공기질 연구에 대한 관심은 대규모 학술대회로 나타난다. 인도어에어(Indoor Air) 학술대회는 1978년 덴마크에서 시작해 스웨덴, 핀란드, 캐나다, 미국 등에서 열렸고 1990년대 후반 이후에는 홍콩이나 몬테레이 등 위도가 낮은 지역에서도 열렸다. 실내공기질에 대한 관심이 냉방을 하는 지역으로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지난 Indoor Air 2018은 필라델피아에서 열렸다. 다양한 공간에서 실내환경에 대한 문제를 다뤘지만 특히 사무건물에 비해 학교나 병원 등이 주로 다뤄졌다. 건물에서 건강·복지와 관련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실내환경의 문제는 결과적으로 에너지 문제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총체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에너지효율에 대해 높은 관심을 읽을 수 있었다. 실내환경과 개인노출 모니터링 기술과 관련해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보다 세분화된 측정을 위해 센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통신기술을 접목하는 다양한 시도를 선보였다. 저가 센서를 활용했을
최근 유럽을 비롯한 전지구적으로 이상기후의 징후가 뚜렷이 나타나 더이상 ‘기후변화(Climate Change)’가 아닌 ‘기후위기(Climate Crisis)’ 또는 ‘기후위급상황(Climate Emergency)’이라는 표현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 지난 3월 아키타이저지(Architizer Journal)에 소개된 ‘건축가들에게: ‘지속가능성’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 전까지 그 말을 사용 말라’라는 기사는 지속가능성이라는 용어가 과도하게 사용돼 그것이 진정 무엇을 의미하는지 오히려 이해가 떨어지고 있다며 일침을 가했다. 그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건축분야의 진정성 있는 노력의 부재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듯하다. 우리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 모든 녹색건축정책 및 건축시장에서 진정성 있는 해법을 찾고 실천에 옮기려는 노력보다 오히려 사업수단으로 여겨 건축실무의 실질적 변화보다 오히려 건축주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킨 것은 아닌지 반성의 여지가 많다. 영국 건축전문지 기자 윌 허스트(Will Hurst)는 기후변화에 미치는 건설공사의 막대한 영향을 완화시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설파하며 건축분야의 역할에 대해 구체적으
우리는 지구 온도를 2°C이상 낮춰야 하는 신기후체제에 살고 있다. 지난 1월 지면을 통해 100년 만에 미국을 강타한 한파 소식과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난 8월의 문턱에서 우리나라에 닥친 111년 만의 폭염 소식을 접했다. 이번 폭염기간 동안 눈에 들어오는 거리의 많은 것이 뜨거웠다. 아스팔트, 보도블록, 건축물, 자동차, 심지어 구석구석에서 돌아가는 에어컨 실외기까지 도시를 뜨겁게 달구었다. 그런데 우리가 망각의 동물이라 그런지 태풍과 집중 호우를 겪고 이슬이 맺히는 백로를 지나다보니 폭염의 기억이 다소 희미해져간다.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도 계속 여름이 길어지고 더 더워진다고 하는데 가을이 온다고 쉽게 여름의 고통을 잊을 일은 아닌 것 같다. 기후변화의 영향이 크게 나타나면서 도심 속 건축물은 여름에는 더 덥고 습해지며 겨울에는 더욱 추워질 것이다. 그리고 수십 년 동안 부실하게 지어진 건축물은 이러한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에너지를 퍼먹는 하마'가 될 것이다. 조금이라도 아끼며 사는데 익숙한 우리 시민들은 팍팍한 살림 속에서 무더위와 추위에 상당부분 몸으로 맞서야 할지도 모른다. 시민의 삶이 쾌적함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기'에 금의야행
얼마 전 정부의 한 부처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보일러와 냉동기 등 공조설비 제조회사 대표들이 몰려와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대기업들이 공조시장에 뛰어들면서 중소기업들이 다 문을 닫게 생겼다며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하소연을 했다는 것이다. 당초 중소기업이 담당하던 공조산업분야에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들이 뛰어들면서 기존 시장이 그들에게 잠식되는 현상은 이미 알려진 사실인데 무엇이 문제였을까? 최근 유가변동에 따른 에너지문제와 온실가스 감축압박에 따라 에너지절약을 위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다양해졌다. 대규모 자본으로 갖춘 자동화된 생산시설을 무기로 대량생산을 추구하는 대기업이 이러한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기가 쉽지 않기에 앞으로 중소기업의 역할이 훨씬 중요해질 것이라는 평소 주장과 배치돼 이와 같은 현상은 더욱 의아했다. 소비자의 다양화된 요구를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이 더 잘 만족시켜줬다는 것인데. 문제는 엉뚱하게도 소비자의 요구에 적극 부응하고자 설치되는 에너지관리시스템에서 불거졌다. EMS의 폐쇄성으로 많은 중소기업들의 접근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것이다. 즉 기존 자동화시스템과 동일한 방식의 폐쇄형 운영체계를 가진 에너지관리시스템은 해당 플랫폼만의 고유 프로토
기계설비법이 지난 4월 제정·공포돼 2020년 4월18일 발효를 앞두고 있다. 이번 법 제정은 기계설비산업은 물론 기계설비분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건축, 에너지분야의 연관산업과 국가 에너지정책 및 국민생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계설비산업은 약 1만개 업체에 43만명이 종사하고 있으며 매출액은 연간 약 30조원이다. 이는 전체 건축공사 금액의 15~21%를 차지할 만큼 큰 규모다. 늦은 감은 있지만 기계설비산업의 규모와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토교통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기계설비법이 만들어진 것은 다행인 일이다. 시설안전·에너지낭비 사각지대하지만 기계설비법과 같은 관련법이 부재인 상태에서 기계설비의 존재는 당연한 듯 치부되며 우리의 관심 밖에서 성장하는 바람에 국민 안전에 위협을 가하거나 에너지를 낭비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사례도 적지 않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기계설비의 관리소홀로 많은 위험에 노출된 경험이 있다. 2015년 전국을 뒤흔든 메르스 사태는 정부와 병원의 초기대응 미숙으로 186명이 감염되고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안타까운 사례다. 공기를 통해 전염되는 이러한 감염균들은 병원 내부 조닝을 잘 구축하고 음압병실을 설치하는 등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지만 이제 어렴풋이 윤곽이 잡혀 가고 있는 것 같다. 필자는 ‘4차 산업혁명은 첨단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해 농수산업, 제조업, 의료 및 공공 서비스업을 혁신적으로 개선해 사회 전반을 지속가능하게 발전시키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안정적으로 추진해 나가기 위해서는 핵심 인프라 체계화 및 안정화가 병행돼야 할 것이다. 산업혁명을 뒷받침할 에너지혁명의 과제도 숙고할 필요가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40년 에너지 수요가 인구증가 및 환경변화 등으로 현재의 1.56배가 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이는 산업 환경변화로써 4차 산업혁명 같은 초연결, 초신속, 고지능 산업활동을 위한 추가적인 에너지수요의 급증을 감안하지 못한 결과일 것이다. 최근 이를 고려한 연구결과의 하나로 2040년 에너지수요는 지금의 100배에 달할 수 있다는 예측이 있었다. 100배까지는 안될지 몰라도 1.56배보다는 훨씬 클 것이라는 쪽에 손을 들어 주면서 전체 에너지수요뿐만 아니라 초연결 대상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을 상황을 그려 보면 에너지공급시스템을 그에 맞게 구축해야 하
인류가 만든 발명품 중 여름철 에어컨만큼 유용하고 고마운 것이 없다. 처음 냉동기가 개발됐을 때만 해도 신이 내려준 불을 없애려는 불순한 악마의 물건이라는 공격을 받았고 냉매로 사용되던 암모니아의 지독한 냄새 때문에 배척을 당해야 했다. 지금은 지구상 어디를 가든 에어컨 덕분에 계절에 관계없이 쾌적한 전천후 인공기후를 누릴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에너지다. 고급에너지인 전기에너지가 다량 소비된다는 점에서 불필요한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고 에너지 사용량과 쾌적성 측면에서 적정한 선을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여름철 적정 실내온도를 26℃로 정하고 있다. 관공서에서는 에너지절약을 솔선수범하는 차원에서 28℃를 고수하는 곳이 많다. 실내온도는 단순히 열적 쾌적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업무 생산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미국 콜센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최근 실험연구에서 여름철 쾌적범위에서 1℃ 올라갈 때마다 약 2%의 생산성이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실내온도가 28℃인 경우 약 7%의 생산성 감소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성 감소에 따른 보이지 않는 경제적 손실은 고액 연봉자일수록 많은 것은 자명하다. 일반적인 쾌적온도는 여름철 상대습도가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