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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이승복 연세대 건축공학과 교수

‘기후위기’ 속 건축가들은 무엇을 했나

최근 유럽을 비롯한 전지구적으로 이상기후의 징후가 뚜렷이 나타나 더이상 ‘기후변화(Climate Change)’가 아닌 ‘기후위기(Climate Crisis)’ 또는 ‘기후위급상황(Climate Emergency)’이라는 표현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


지난 3월 아키타이저지(Architizer Journal)에 소개된 ‘건축가들에게: ‘지속가능성’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 전까지 그 말을 사용 말라’라는 기사는 지속가능성이라는 용어가 과도하게 사용돼 그것이 진정 무엇을 의미하는지 오히려 이해가 떨어지고 있다며 일침을 가했다.


그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건축분야의 진정성 있는 노력의 부재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듯하다.


우리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 모든 녹색건축정책 및 건축시장에서 진정성 있는 해법을 찾고 실천에 옮기려는 노력보다 오히려 사업수단으로 여겨 건축실무의 실질적 변화보다 오히려 건축주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킨 것은 아닌지 반성의 여지가 많다.


영국 건축전문지 기자 윌 허스트(Will Hurst)는 기후변화에 미치는 건설공사의 막대한 영향을 완화시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설파하며 건축분야의 역할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그는 영국의 BREEAM 등 녹색건축인증의 역할, 건축자재·설계·시공 등 건축물의 생산과정뿐만 아니라 유지·운영·폐기에 이르기까지 건축물의 생애주기에 걸친 온실가스 배출최소화 방안, 건축물을 새로 짓는 대신 리트로핏을 통해 재사용 및 성능개선함으로써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방안 등을 언급했다.


그럼으로써 세계그린빌딩협의회(WGBC)가 주도하는 글로벌 캠페인에 대응해 2030년까지 모든 신축건축물에 탄소제로를 의무화하고 2050년까지 모든 기존건물도 탄소제로로 전환할 것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건축관련 종사자들의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건축자재, 공법, 외피단열·기밀, 냉난방·환경설비, 조명 등 건축의 생산과정으로부터 운영 및 최종적인 폐기에 이르기까지 환경 및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영향을 최소화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건축·도시는 어떻게 가능한가. 자원의 완벽한 생태적 순환 및 패시브디자인 원리에 충실히 따름으로써 자연에 순응하는 건축. 그리고 계절적 변화를 수용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조절의 문제 등 ‘건축의 본질’에 대해 되짚어봐야 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아키텍트지(Architects Journal)에 게재된 각 분야별 전문가들의 조언은 머지않은 미래에 탄소제로 건축 및 도시환경을 구현하는 데 매우 유용해 보인다. 그들은 기존건물 리트로핏, 콘크리트 사용자제, 건물에너지성능 이해·운영, 건축자재 내재에너지 고려, 초기설계단계 건물형태·향 최적화 등을 언급했다.


건축은 유구한 역사를 통해 진화해 왔으며 우리는 선조들로부터 진정한 건축의 지혜를 새로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 ‘건축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물음으로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배움의 목표는 ‘배움’ 자체에 있지 않다. ‘삶’에 있다. 배운대로 살기 위해 배운다. 아마 우리는 그간 아주 단순한 진리조차 잊고 오직 공급자 관점에서 경제이익을 극대화하는 답에만 몰두한 것은 아닌가. 이제는 ‘왜’라는 근본적 질문을 다시 던져야 할 때다.


배움이란 보거나 들음으로써 이해하고 느끼며 체화하는 것이다. 단순히 본 적 있거나 들은 적 있어서 머리로 이해하고 있을 때 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그런 앎은 결코 우리 삶에 아무런 긍정적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결국 가슴으로 느끼고 몸으로 기억할 때 비로소 실천가능한 진정한 나의 지식이 된다.


‘지속가능한 환경’ 및 ‘녹색건축’을 향한 우리의 태도 또한 이와 같았으면 한다. 독일 생태건축의 선구자인 카셀(Kassel)대학의 거노트 밍케(Gernot Minke) 교수의 연구와 저술활동, 그리고 은퇴 후 아직 이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그의 삶은 그 울림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