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열발전은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는 재생에너지이면서도 24시간 365일 기저부하발전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지열자원이 우수한 화산지대 국가는 물론, 최근 들어서는 지열자원이 비교적 열위인 비화산지대 국가에서도 적극적으로 개발에 나서고 있는 중요한 신재생에너지산업이다. 지열발전산업은 발전소 건설기간이 길고 초기 탐사비용이 크다는 이유로 그동안 재무적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아왔으나 최근 케냐, 터키와 같은 화산지대 국가 및 독일과 같은 비화산지대 지열발전 선도국가를 중심으로 지열발전에 대한 적극적인 정부지원제도가 만들어지면서 지열발전시장이 급성장세에 진입하고 있다. 세계 지열발전시장은 2010년 24개국 1만897MWe 규모에서 2015년 26개국 1만2,635MWe 규모로 성장했으며 2020년에는 51개국 2만1,443MWe 규모로 두 배 가까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WGC, 2015)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EGS* 지열발전기술을 이용할 경우 19.6GWe의 지열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는 기술적 잠재량이 있는 것으로 연구결과(송윤호 외, 2011)가 발표된 바 있다. 이렇게 막대한 심부지열에너지를 이용해 지열발전산업을 육성하고 지열발전소를 건설할 경우 에너지안보를 실현할 수 있는 국산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뿐만 아니라 급성장하고 있는 세계 지열발전시장으로 지열발전 플랜트 엔지니어링 수출을 촉진시킴으로써 지열발전산업을 새로운 신재생에너지 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이미 비화산지대 지열발전기술 확보를 목표로 2010년 12월부터 국산 EGS 기술개발을 위한 ‘MW급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 개발’프로젝트가 우리나라 최초의 지열발전소로써 산업통상자원부 및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지원에 의해 포항지역에서 건설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의하면 지열발전 용량은 2050년에 200GWe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 중에서도 특히 EGS 지열발전소가 절반을 차지하는 100GWe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등 EGS 지열발전기술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열발전 법제화 시급
최근 지열발전산업이 급성장한 국가를 살펴보면 지열발전산업을 위한 법적·제도적 지원정책이 잘 만들어져 있는 나라들로서 지열발전에 발전차액(FIT)제도를 도입 했거나 지열자원 이용권리에 대한 법제화가 잘 제정된 나라들이다. 이는 지열발전소 건설기간이 5년 내외로 장기간이며 초기 지열자원 탐사비용 및 시추비용이 높기 때문에 투자수익이 안정적인 FIT제도가 금융자본의 투자를 가능케하고 지열자원 이용권리가 법으로 보장돼야 민간투자가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0년대비 지열발전 증가율이 최상위인 306MWe의 지열발전소가 신규로 건설되어 336%의 설비용량과 539%의 지열발전량이 증가한 터키다.
터키는 2007년 지열에너지법 제정과 지열발전 발전차액(FIT)을 기존의 10.5센트/kWh에서 최대 13.2센트/kWh까지 증액하는 2010년의 재생에너지법 개정을 통해 지열발전에 대한 법제화 및 지원제도를 강화하면서 폭발적인 지열발전산업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터키 지열발전 설비용량 증가 추이를 보게 되면 터키 전역에 부존하는 고온 지열자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1984년 최초의 지열발전소가 건설된 이후 2005년까지 20년동안 단 한건의 지열발전소도 추가 건설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2005년 재생에너지법 제정을 통해 지열발전에 대한 발전차액제도가 도입되고 2007년 지열에너지법의 제정을 통해 지열자원 개발권리가 법제화된 이후에는 폭발적인 지열발전산업 성장세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두 번째로 지열발전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독일 또한 지열에너지를 광업법의 적용을 받는 에너지자원으로 법제화해 지열자원 이용권한을 토지 소유주가 아닌 지열광업권을 받은 사업자에게 부여함으로써 지열발전사업의 권리에 대한 안정성을 부여했다. 지열에너지시장 인센티브 프로그램(MAP) 제도를 도입해 지열자원 탐사를 위한 시추비용을 직접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지열발전산업 지원정책이 시행됨으로써 민간자본 및 금융자본의 투자를 촉진해 독일 전역에 걸쳐 50여개의 심부지열 프로젝트가 추진될 정도로 지열산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또한 지열발전 FIT를 2000년에 도입할 당시 최대 8.95유로센트/kWh에서 시작해 세 번에 걸친 전력요금 인상으로 최대 30유로센트/kWh까지 부여하는 적극적인 지열발전산업 지원정책을 시행, 2010년 대비 280%의 지열발전시장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열발전산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진 외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막대한 초기 탐사 및 시추비용 등의 투자자금이 소요되는 지열발전사업의 특성상 지열발전사업자에게 개발한 지열자원 이용에 대한 권리를 보호해 줘야만 민간자본 투자에 의한 지열발전소 건설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열발전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지열 광업권을 부여하는 방법으로 지열발전사업자의 지열자원 탐사권 및 채굴권을 보호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지열발전 관계법령 제정은 국제경쟁력 확보의 지름길
현재는 지열자원 개발을 위한 법적 근거가 없이 지하수법의 준용에 따른 시추 허가로 심부지열자원 탐사 및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실정으로 이는 지열자원에 대한 소유권 분쟁 및 민원의 발생 가능성이 높은 신재생에너지사업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불안정한 신재생에너지사업에 민간투자나 금융자본 투자가 유인될 여지는 적다.
또한 비화산지대에서의 심부지열자원 개발 및 이용은 아직까지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한 신재생에너지로 다른 신재생에너지와 마찬가지로 유럽 국가들의 지열발전산업 육성정책과 같은 체계적인 지원제도 수립이 필요하며 세계 지열발전시장으로의 진출을 위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지열자원의 특성에 맞는 한국적 지열발전 지원제도의 수립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열자원 개발 권리부여 및 지원정책의 법제화는 지열발전사업에 대한 각종 민원 및 분쟁을 원천 차단시켜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금융자본의 투자를 유인함으로써 신에너지·신기술산업인 지열발전산업의 육성과 새로운 신재생에너지원인 심부지열의 개발·이용·보급을 촉진해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지열발전산업 선도국가들의 사례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인해 심부지열에너지를 개발·이용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지열발전 관련법규를 제정해 사업자간 권리 분쟁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고 적극적으로 지열발전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현재 건설 중에 있는 포항 지열발전사업 외에도 울릉도와 제주도 지열발전사업이 추가로 준비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루빨리 지열발전 관계법령이 제정돼 금융 및 민간자본의 활발한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지열발전산업 육성방안이 체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 Enhanced Geothermal System : 인공 지열저류층 지열발전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