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에너지건축물은 건축물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소비를 최소화하고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활용해 건축물 자체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인 건축물입니다. 제로에너지빌딩은 신기후체제에서 건물부문의 에너지절약 및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최선의 방법입니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 목표를 수립해 재정적·정책적 지원을 통해 시장 확대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2020년 공공건물, 2025년부터 민간건축물, 2030년 모든 건물에 대해 제로에너지화를 위한 로드맵을 수립해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주거형태는 공동주택(아파트)이 차지하는 비율이 60%가 넘고 요즘 지어지는 공동주택의 층수는 보통 30층 이상은 되는 것 같습니다. 이렇다보니 제로에너지건물을 구현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단열로 대표되는 패시브적인 요소는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신재생에너지 적용 조건이 까다로운 초고층 공동주택에서 제로에너지빌딩 구현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기우’였던 것 같습니다. 국내 최초 고층형 제로에너지 공동주택인 ‘힐스테이트레이크 송도’(36층)가 준공돼 입주를 시작함에 따라 2025년 민간 대상 제로에너지빌딩 구현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고단열·고기밀 등 패시브공법과 고효율기기, 신재생에너지설비 등 액티브공법 및 에너지 최적제어를 위한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등 첨단공법이 적용돼 공동주택 최초로 제로에너지건축 5등급도 획득했습니다. 특히 외산자재를 사용하지 않고 국내에서 생산, 유통되는 고성능 자재만을 사용했다고 하니 향후 수출산업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좋은 환기장치, 제값 주고 사자
학교라는 무대에서 열회수형 환기장치 도입을 둘러싸고 학부모, 교육부, 업계의 지지부진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등장인물의 면면을 보면 누구도 악역은 아닙니다. 각자 입장에서 모두 최선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곳은 경기도입니다. 환기장치를 도입하려던 경기도교육청을 학부모들이 제품의 성능검증을 요구하며 막아섰으니 말입니다. 최근 그 결과가 나왔습니다. 성능은 모두 기준을 통과했지만 소음이 기준치를 초과하자 다시 문제가 됐습니다.
학부모들은 더 나은 제품을 요구하며 현장도입을 반대합니다. 경기도교육청도 학부모들이 반대하니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업계는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당시 시험조건이 기업에 불리한 면도 있어 난색을 표합니다.
학부모들의 행동은 당연합니다. 자식문제에서 그 누구도 차선을 택하라고 강요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교육청도 교육행정서비스 대상이 학생과 학부모이니 교육부지침을 강행하는 것도 눈치가 보입니다. 업계도 성능을 개선하려면 투자를 해야하고 원가가 인상돼 출혈을 감수해야 하니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어찌보면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입니다. 한두달 후 무더위가 물러가고 찾아올 가을은 미세먼지와 함께일 것입니다. 학생들은 문을 닫고 공기청정기를 켜겠지만 실내에 쌓이는 유해공기에 무방비로 노출됩니다. 라돈은 둘째치고 CO₂만 해도 1,000ppm이면 인지능력이 50% 떨어진다는 해외 연구결과가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한 방에 1~2명만 있어도 수 시간이면 1,000ppm을 넘는데 수십명이 머무는 교실은 오죽할까요.
문제는 학교보다 더 큰 대한민국이라는 무대입니다. 그간 무조건 싼 것만 찾고 제품에 이것 떼고 저것 떼서 구색만 갖추게 한 발주관행이 문제입니다. 환기성능, 소음 모두 잡는 기술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아무리 중소기업이어도 왠만한 곳은 그정도 기술을 구현할 수 있지만 결국 가격이 문제였던 것입니다. 차제에 학교에서만이라도, 환기업계에서만이라도 좋은 제품을 제값 주고 사는, 그래서 건강도, 기술발전도, 경제성장도 이룰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