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산업 발전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사용량이 급증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데이터센터(IDC: Internet Data Center)도 크게 늘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은 2012년 기준 전 세계 전력소비의 1%에 불과하지만 성장속도를 고려하면 2030년에는 8%까지 증가, 3,000TWh로 확대될 것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폐열을 회수해 건물 냉난방에 재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이러한 데이터센터 폐열을 지역냉난방에 활용하는데 있어 필요한 제도적 연구에 대한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오세신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데이터센터 폐열의 지역냉난방 활용사례와 정책적 시사점’을 통해 데이터센터산업 성장과 해외 데이터센터 폐열활용사례를 소개하고 국내 적용을 위한 제도개선방안을 설명했다.
IDC 폐열, 효과적 온실가스감축수단
우리나라는 ICT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하고 있으며 이 분야의 강대국으로 이미 평가받고 있다. 지난 2019년 4월에는 5세대(5G) 이동통신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됐고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산업과 직결되는 데이터이용량 급증은 국내 데이터센터 공급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데이터센터는 서버, 즉 데이터센터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는 IT장비와 이를 지원하는 냉각, 조명 등 인프라설비로 나뉘며 이러한 IT장비·인프라설비가 사용하는 전력사용량의 비율인 PUE(Power Usage Effectiveness)를 데이터센터 에너지효율의 기본적인 척도로 사용한다.
하지만 서버와 같은 IT장비는 콘텐츠의 고급화, 무선기술의 발전으로 유통되는 데이터의 증가속도가 데이터 프로세싱의 효율화 속도를 압도하고 있어 향후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전력소비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지난해 발표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미활용열에너지 활성화가 포함돼있어 지금껏 사용되지 않고 버려졌던 열에너지를 발굴하고 정책적 지원방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유럽·미·중, 지역냉난방 열원 연계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규모는 2015년 2조8,000억원에서 2020년 4조7,000억원으로 68% 증가하고 데이터사용량은 1.36TB에서 8.47TB로 6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데이터센터의 전력사용량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러한 여건 속에서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 증가를 억제하고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방안으로 냉방효율 개선과 IT장비에서 발생하는 폐열의 재활용이 꼽힌다.
오세신 연구위원은 “지역냉난방용 열원으로 데이터센터의 폐열활용 사례는 최근 다양한 국가들에서 목격되고 있다”라며 “지역난방 보급이 비교적 활성화돼 있는 유럽국가들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미국, 중국에서도 적극적인 실증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5년 기준으로 주거용 난방에 있어 덴마크의 지역난방 보급률은 64%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스웨덴은 51%, 핀란드는 36%를 기록하고 있으며 노르웨이는 3.4%에 불과하지만 산업용과 상업용 등을 포함한 냉난방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지역냉난방 비중은 12%로 파악된다.
미국의 지역난방 보급률은 2012년 기준 6~10% 사이로 지역냉난방시스템에 연결된 건물 면적도 최근까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중국의 지역난방 판매량은 2009년에서 2013년 사이 연평균 4.8%의 증가율을 기록한 가운데 북부지역에서 난방공급의 55%가 지역난방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데이터센터의 폐열을 지역난방의 열원으로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데이터센터의 냉방수단으로 지역냉방을 고려함으로써 데이터센터와 지역냉난방시스템의 연계강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이를 통해 데이터센터의 에너지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지역난방과 연계하는 사업이 추진됐으나 폐열의 판매단가를 두고 통신사업자와 집단에너지사업자간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해 흐지부지된 바 있다.
오세신 연구위원은 “이러한 문제는 신규 수용가의 확보가 없는 상태에서 데이터센터의 폐열이 기존의 지역난방 열원을 대체하는 개념으로 추진됐고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RHC 등 지원체계 마련해야
데이터센터 기업과 지역냉난방기업들이 데이터센터 폐열활용 사업에 투자하기 위한 경제적 유인을 위해 오세신 연구위원은 몇 가지 제도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데이터센터 폐열과 같은 미활용열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신재생에너지법에 준하는 지원체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의무화제도에서 미활용열에너지를 의무화 이행수단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인증서(REC)가 전력에 국한돼 발급되고 있음을 감안해 신재생 또는 미활용열에너지에 대한 별도의 인증서(RHC: Renewable Heat Certificate)를 발급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 중 온실가스·에너지 감축사업에 대한 투자비 지원범위와 수준을 확대 및 강화하는 것이다. 폐열회수가 용이한 대형 데이터센터는 대부분 대기업에서 운영하고 있다. 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이 보다 실효적으로 에너지절감에 기여할 수 있도록 대기업의 온실가스·에너지 감축사업이라 할지라도 신재생에너지 또는 미활용열에너지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투자비 지원제도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투자보조금 지원규모도 현재 기업당 최대 2억원 수준에서 대형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수준으로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로 집단에너지 공급대상지역에서도 데이터센터기업의 폐열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집단에너지사업법 제6조의 자가용 열생산시설의 허가예외 대상에 신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 폐열도 포함시켜야 한다. 집단에너지사업자가 데이터센터 폐열구매를 거부할 시 인근 제한된 범위 내에서 외부 사용자에게도 난방용으로 공급이 가능토록 허용하는 것이다.
네 번째는 열요금 체계에 미활용열에너지를 활용에 따른 인센티브를 반영하는 것이다. 데이터센터 폐열이 전체 열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투자보수율을 높게 조정하거나 데이터센터 폐열 등을 통해 공급되는 난방열에 대해 도시가스 요금인상분을 적용, 도시가스 가격이 상승할 때 사업자의 이윤이 커질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데이터센터 폐열을 지역난방과 연계하는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신도시 계획 단계부터 해당 사업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오세신 연구위원은 “해외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온실가스 감축수단으로써 폐열활용에 대한 가치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라며 “이는 온실가스 감축수단이 넉넉하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데이터센터가 난방부문 그리고 지역냉난방의 탈화석화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관심과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