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를 공공임대주택 냉난방에 활용함으로써 거주자의 삶의 질 향상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진선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3월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신재생에너지 활용 주거정책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열린 간담회는 장경태·문정복·허영·조오섭 의원들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진선미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국민의 거주권에 대한 문제는 이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는 주제”라며 “이번 간담회에서 이 문제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공임대주택은 냉난방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등 거주민의 주거권이 보장되지 않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번 논의를 통해 국민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화상을 통해 참여한 장경태 의원은 “현재까지 주택보급에 대해 단순한 주택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새로운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ZEB, 지열냉난방, 태양광발전 등이 초보적인 단계로 더욱 확대되고 재생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오섭 의원은 “건물부문 탄소중립 실현의 근본적인 해결책 제시가 필요하다”라며 “탄소중립은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과제로 이번 간담회를 통해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건축물에 대한 에너지효율을 높일 수 있는 정책적, 제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부분을 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간담회 발제발표는 △신재생에너지 활용 제로에너지빌딩(ZEB) 실현과 에너지복지의 확대(송두삼 성균관대 교수) △지열냉난방을 이용한 공공임대주택 생활의 질 개선방안(남유진 부산대 교수) 등이 진행됐으며 토론에는 박정기 LH 공공주택설비처장, 김성훈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 등이 참여했다.
저소득층 에너지복지 도입 시급
국토의 에너지효율 향상을 위해서는 개별 건물단위의 에너지소비 감축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탄소중립을 위한 도시·국토차원의 거시적 계획수립이 필요한 상황이다.
송두삼 교수는 “전국 건축물 724만동 중 15년 이상 노후건축물은 약 540만동으로 전체 건물의 74%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노후화로 저하된 건물부문 에너지효율 향상을 위해 신축건축물에 대한 ZEB 의무화, 그린리모델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그린리모델링과 함께 에너지빈곤층에 대한 주거복지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에너지빈곤층이란 가계소득의 10% 이상을 에너지비용에 소비하는 가구로 선진국에서는 에너지빈곤층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건강문제 해결, 온열쾌적성 보장 등을 목표로 한국에너지재단은 에너지효율개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부터 취약계층이 이용하는 공공건축물의 에너지성능, 실내공기질을 개선하는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송두삼 교수는 “저소득층 동절기 난방환경에 대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총 330가구, 504실 중 61.8%가 60대 이상 노인 95.2%가 WHO(세계보건기구)에서 정한 주 사용공간 온도기준을 불만족하는 상황”이라며 “이와 함께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으로 인한 냉방공급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송 교수는 신축건물에 대한 ZEB로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이 불가능한 만큼 기존 건물에 대한 그린리모델링 및 ZEB화가 필요하며 에너지복지 구현, 온실가스 감축 목표 이행을 위해 신축 공공임대주택의 신재생에너지 기반 ZEB 보급 확대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특히 “에너지빈곤층에 대해 거주 가능한 열환경 보장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ZEB 보급 확대와 기존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그린리모델링 등으로 에너지복지를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활의 질 개선방안, 지열냉난방 에너지시민연대가 2019년 진행한 ‘겨울철 에너지빈곤층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에너지빈곤층의 실내온도는 약 17℃로 난방설계온도 22℃보다 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의 71%는 에너지바우처 등 지원을 받고 있지만 이들 중 절반은 에너지복지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남유진 교수는 “에너지빈곤층은 난방비 절약을 위해 추위를 감수하고 경제적 지원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상생활 내에 쾌적한 환경을 조성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도시지역 공공임대주택의 난방방식은 79%가 중앙난방으로 중앙난방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효율적인 에너지공급이 절실하다”라며 “냉난방, 급탕에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지열냉난방시스템의 도입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열냉난방시스템은 연중 안정적인 에너지공급이 가능하며 에너지효율적이며 환경친화적인 시스템으로 송도 더프라우2, 노원 EZ센터 등 다양하게 지열 냉난방시스템 적용되고 있다.
남유진 교수는 “공공임대주택 거주자의 생활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일상 생활 속에서도 저렴한 냉난방비용이 될 수 있도록 시스템 구축을 지원해야 한다”라며 “지열냉난방시스템은 에너지복지를 실현시킬 적합한 대안이며 특히 공공임대주택의 에너지비용 저감에 최적의 아이템"이라고 밝혔다.
남 교수는 이어 "특히 신뢰성 있는 기술개발 및 보급활성화를 위해 공공임대주택에 대응할 수 있는 설계·시공 가이드 개발 및 시범사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임대주택 냉난방 솔루션 지열E 건축물의 에너지는 관련기준에 따라 난방, 냉방, 급탕, 환기, 조명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건물 전체 에너지의 70% 이상이 열에너지를 차지하고 있다.
박정기 처장은 “패시브요소를 통해 건물 열에너지 사용량이 많이 줄었으나 추가적인 열에너지 저감을 위해서는 액티브요소가 필요하다”라며 “현재 제로에너지주택 조성계획 중 대부분은 태양광발전을 이용한 달성을 검토 중이나 태양광발전만으로는 열에너지저감 및 난방요금 절감에 영향을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LH는 폭염으로 인한 냉방 취약계층의 사망사건 등이 발생함에 따라 2019년부터는 영구임대주택에 에어컨을 기본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에어컨은 전기요금 부담으로 사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박정기 처장은 “지열냉난방시스템은 하나의 시스템으로 난방과 냉방이 모두 가능하고 에어컨대비 높은 효율이 장점으로 냉방비 절감이 가능하다”라며 “지열에너지는 에너지복지 측면과 제로에너지주택 실현 측면에서 꼭 필요한 시스템으로 적용 확대를 위한 정부지원 확대, 관련업계의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력·열간 불균형 해소 필요 김성훈 실장은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에너지믹스의 변화, 나아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라며 “설비 개소수만 늘리는 보급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국내 산업생태계 발전과 함께 추진돼야 하고 일자리 창출, 에너지복지 구현 등 추가적 가치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열에너지는 태양광, 풍력 등과 달리 날씨와 기후조건에 무관하게 연중 가동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냉방과 난방이 모두 가능해 여름과 겨울이 긴 국내 기후에 적합한 에너지원이다.
김성훈 실장은 “최종에너지 소비기준으로 전력과 열의 비율은 4:6 수준이나 신재생에너지 전력과 열의 생산비율은 7:3으로 전력·열간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라며 “지열냉난방을 활용한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위해서는 독일, 영국의 RHO, RHI와 열에너지 확산 정책 도입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열냉난방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제고와 산업생태계의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