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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열재 표준모델 좌초 ‘일보직전’

협‧단체, 국토부 지침‧기준 미비로 관리 난색
업계, “주무부처‧건설硏, 기본이해 부족” 지적



국토교통부(장관 원희룡)가 추진해 운영 중인 표준모델이 제도 취지와는 달리 문제점을 다수 노출하며 단열재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표준모델은 국토부가 건축자재 화재안전강화 기조에 따른 품질인정제 등과 함께 시행한 것으로 소재시험을 통과한 제품에 한해 사전에 정부로 부터 인정받은 구조대로 시공할 경우 실물모형시험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각 협회가 정부로부터 인정받아 마련한 시방서 등을 참고해 설계한 표준모델이 실물모형시험을 통과할 경우 다른 기업들도 이에 따른 설계안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표준모델제도는 화재안전강화 시행 당시 시험기관이 부족해 시험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마련됐다. 국토부가 처음 표준모델을 제안했을 당시 한 협회가 유일하게 반대했던 반면 일부 협‧단체는 대체적으로 표준모델을 도입함으로써 수익창출이 가능한 수단으로 여겨 이를 찬성했다. 기업들이 협회의 표준구조를 이용할 경우 협회비, 인증비, 가입비, 심사비 등 항목으로 수익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대부분의 협회는 표준모델상 검증방법을 몰라 헤메고 있으며 표준모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관리능력 부재, 인력부족 등을 고스란히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협회는 표준모델 운영에 있어 자체적으로 문제점이 있다며 불시에 표준모델 준수여부를 감사할 것을 국토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표준모델 운영에 있어 주관부처인 국토부나 건설연 등이 적극적인 지원과 지침, 기준 등을 전혀 제공하지 못했으며 모든 책임을 표준모델을 운영하는 협회에만 떠넘긴 상황”이라며 “임시로 시행하는 한시적 대책이라고는 하지만 적지 않은 협회가 회원사들에게 온전한 교육을 제공하기는커녕 방만하게 운영하는 만큼 국토부가 표준모델 관련 방침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업계, “국토부‧건설연, 재료‧제조 이해 부족” 비판 
표준모델과 관련된 또 다른 문제는 단열재 제조 시 표준 배합비 동일성 인정여부에 있다. 국토부가 표준모델 시행에 앞서 관련 단체를 대상으로 가진 간담회에서 당시 건설연 모니터링센터의 관계자가 표준모델의 품질기준 강화방안 모색을 요청하면서 표준모델로 시험한 기업의 배합비를 공유해 생산하는 방안을 처음으로 제안했다. 즉 각 기업의 배합비 노하우를 공유해 표준모델을 활용하는 모든 기업들의 제품 성능을 균일하게 하자는 것이다.  

당시 이 제안에 대해 일부 협‧단체는 배합비의 경우 각 기업의 고유기술 및 자산이기 때문에 공유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 7월20일 국토부와 건설연은 외부기관, 전문가, 업계 등이 표준모델의 안전성, 공정성 등에 대한 우려를 꾸준히 제기함에 따라 표준모델 관리방안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표준모델 관리방안 점검 및 강화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유기자재의 경우 배합비와 그에 대한 오차범위 등으로는 표준모델의 화재안전성 담보가 어렵다고 지적됐다.

화재안전성을 알아보기 위한 시험에서는 고형이 아닌 분말형태로 성분을 분석한다. 각 성분 중 화재안전성을 담보하는 성분이 최소 분량 이상 함유된 것으로 확인되면 이를 통과시키면 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그러나 국토부나 건설연은 소재를 구성하는 재료나 제조방법에 대한 무지로 이를 판단할 근거나 기준을 잡지 못해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토부는 지난 9월13일 협회에 모든 심재의 시편시험 시료를 지난 1일까지 건설연에 제출하도록 했으며 이후 시편시험을 실시해 불합격한 경우 표준모델 사용을 일시정지토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존 인정된 표준모델에 한해 내화건축자재협회 3개, 폴리우레탄산업협회 3개, 발포플라스틱조합 6개, 금속패널조합 1개 등 심재의 시편시험 시료가 제출됐다. 일부 기업의 심재가 불합격한 경우에도 전체 표준모델을 일시정지 또는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실물모형시험과 관련해서도 우레탄협회 2개, 발포플라스틱조합 5개 심재에 대해 추가시험이 필요하다는 요청과 함께 배합비, 밀도 등이 동일해 같은 제품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 대해 건설연에 역시 지난 1일까지 증빙자료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러한 조치 과정에서 드러나는 공통적인 문제는 우레탄과 같은 경우 동일한 재료나 원료 등을 사용한다고 해도 기업별 공정상 차이와 재료 등이 차이가 있어 배합비가 동일하게 나오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국토부와 건설연은 이를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동일성능의 제품이 아닌 각 기업이 동일제품으로 생산해야만 표준모델로 인정하겠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라며 “경쟁기업의 제품과 동일한 배합비로 똑같은 밀도의 제품을 생산하라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국토부와 건설연은 우레탄협회 등을 대상으로 표준모델 관련 우레탄 재료에 대한 동일배합비 인정여부를 지난 9월부터 한달여 지난 지금까지도 답변을 주지 않고 있어 해당 협회의 업무가 차질을 빚고 있다.   

반면 준불연 EPS 단열재의 경우 한 협회가 A사의 대표 준불연 EPS 자재를 선정해 샌드위치 패널을 제조할 경우 표준모델로 인정한다. 이에 따라 배합비를 동일하게 제조한 것으로 간주함은 물론 합격한 패널의 배합비라는 이유로 검증조차 생략한다. 또한 국토부는 현장에서 시료를 채취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아닌 시료를 자발적으로 제출하도록 함으로써 기업이나 협회가 기존에 만연한 편법대로 시험용 시편을 별도로 만들어 제출하는 등 악용될 소지가 충분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표준모델을 둘러싼 제도의 미흡성이 곳곳에서 지적되는 상황에서 주무부처인 국토부와 유관 기관인 건설연은 특정계열 단열재의 편의를 봐주는 것이 아니냐는 업계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