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공과대학(학장 홍유석)은 고승환 기계공학부 교수팀이 전력소비 없이 단일소재만으로 냉각과 가열이 모두 가능한 혁신적인 에너지소재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폭염과 한파가 잦아지면서 냉난방을 위한 에너지 대란, 찜통 차에 의한 어린이 안전사고 등 사회적 문제를 촉발하고 있어 온도제어기술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에너지소모 없이 냉각이 가능한 ‘수동복사냉각’ 기술에 대한 국내·외 연구진들의 노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수동복사냉각 기술은 물체로 들어오는 태양빛은 반사하고 자발적으로 전자기 복사를 방출하는 ‘플랭크 법칙’을 이용해 열을 우주로 방출해 냉각효과를 내는 기술이다. 이는 물체의 태양광 반사율이나 적외선 방사율과 같은 고유한 광학특성에 의존하기 때문에 전력소모 없이 냉각이 가능하다는 것이 최대 장점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기존 수동복사냉각은 물체의 고유한 특성을 이용하는 기술구현 원리상 냉각이 필요 없는 겨울철에도 냉각효과를 보여 사계절 적용이 어렵다는 효율성 측면의 한계가 있었다.
그간 국내·외 유수의 연구진들이 물체의 광학적 특성을 제어해 온도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들을 개발했지만 단일소재 내에서 냉각과 가열이 동시에 가능하며 원하는 온도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도달하는 온도제어기술 구현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고승환 서울대 교수는 “탄성체 고분자 물질과 전기방사시스템을 이용해 복사냉각과 가열이 모두 가능한 마이크로-나노스케일 섬유 기반의 필름을 제작했다”라며 “제작된 섬유기반 필름은 압력에 의해 섬유구조가 변할 수 있어 효과적으로 광학적 특성을 제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개발한 소재는 섬유구조 최적화를 통해 태양광 반사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미 산란(Mie scattering)’ 현상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 결과 냉각모드에서는 태양광을 93% 반사하며 가열모드일 때는 태양광을 약 10% 반사해 자유자재로 광학 특성을 변화시켰다.
연구팀은 단순히 압력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여름철에는 냉각효과가, 겨울철에는 가열효과가 나타나며 냉각과 가열의 정도까지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특히 외부 기상조건에 따라 온도제어에 효과적인 광학특성을 갖도록 구조를 제어한 결과 마치 에어컨처럼 설정한 온도를 빠른 속도로 구현할 수 있다는 것도 입증했다.
또한 연구팀이 개발한 필름은 태양광을 모사한 램프세기가 아무리 변하더라도 자유로운 광학 특성 제어를 통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효과를 보였으며 기존 복사냉각 및 가열기술대비 한층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했다.
고승환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일소재로 연속적인 온도변화를 확인한 세계 최초 실험 사례로 에너지소비를 크게 줄이면서도 효과적인 냉난방 효과를 모두 볼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라며 “상용화되면 새로운 온도제어솔루션을 활용해 제로에너지빌딩을 통한 탄소중립, 전기자동차 배터리소모량 개선, 스마트팜 등 다양한 분야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가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지원사업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으며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아 응용 물리학 및 재료과학 분야 저명학술지인 스몰(Small) 2023년 12월12일 자 온라인에 ‘Tunable Radiative Cooling by Mechanochromic Electrospun Micro-Nanofiber Matix’라는 제목으로 논문이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