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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불량 PF보드, ‘규제물질 HCFC’ 검출

CO₂ 1,700배 지구온난화 유발물질 HCFC-141b 사용 확인

성능을 속여 유통되고 있는 불량 중국산PF 단열재가 현재 규제 대상물질로 지정된 지구온난화 유발물질을 발포제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문제 심각성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대한건축학회(회장 박진철)가 한국외단열건축협회에 의뢰해 수행한 ‘국내 유통 단열재 주요성능 및 품질실태 조사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FITI 시험연구원에서 실시한 발포제 성분분석 시험결과 중국산 PF보드에서 규제물질인 불소화합물(F-gas) HCFC-141b가 다수 확인됐다.

 

외단열건축협회가 시행한 이번 실태조사에서 국내산 PF보드 4종은 HCFC-141b가 검출되지 않았지만 중국산 PF보드 4종 중 3종에서 HCFC-141b를 사용했을 확률이 각각 98.8%, 98.7%, 98.8%인 것으로 나타났다.

 

 

HCFC-141b는 CO₂의 1,700배 강력한 지구온난화 유발물질이며 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이다. 몬트리올 의정서에 따라 한국 및 중국 등 개발도상국 지위 국가에서 2030년까지 97.5%를 감축해야 하는 규제물질로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이미 2020년 전폐됐다.

 

특히 HCFC 최대 생산‧수출국인 중국도 2026년 생산중단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수출쿼터도 △2020년 1만4,631톤 △2022년 1만3,344톤 △2024년 9,446톤 등으로 꾸준히 줄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5년 소비량을 기준으로 점차 쿼터를 축소하고 있다. 2015년 기준수량에 비해 2020년 65%, 2025년 32.5%, 2030년 2.5%로 축소할 계획이며 2040년 전폐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수입량도 지속 감소하고 있다. 국내 수입량은 △2020년 3,982톤 △2021년 3,000톤 △2022년 2,843톤 △2023년 2,550톤 등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이처럼 수입이 어려워짐에 따라 단가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톤당 수입단가는 △2020년 1,607달러 △2021년 2,500달러 △2022년 2,976달러 △2023년 3,479달러 등으로 인상되는 추세다.

 

중국산 온실가스 국내배출 ‘문제’
문제는 중국산 PF보드 단열재가 전 세계적으로 퇴출을 예고한 환경파괴 물질을 사용해 버젓이 제품을 국내 유통시키면서 단열재에 포함된 온실가스가 우리나라 대기 중에 지속적으로 배출된다는 점이다.

 

단열재는 원료에 가스를 주입해 발포하면서 생산하게 되며 이때 원료 사이사이에 들어찬 발포가스가 단열효과를 낸다. 단열재는 내부가 폐쇄된 닫힌 셀(Closed Cell) 구조를 형성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포가스가 지속적으로 대기중에 유출되며 단열성능이 저하되는 특성이 있다.

 

즉 중국에서 GWP가 1,700에 달하는 전 세계적 규제물질인 HCFC-141b로 생산한 PF단열재가 국내에 유통‧시공되면서 지속적으로 지구온난화 물질을 내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규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HCFC가 규제물질로 수출‧입이 통제되고 있지만 중국에서 생산해 완제품 형태로 유입되는 단열보드의 경우 규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단열재와 관련한 발포제의 경우 지구온난화물질 규제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F-gas 수입‧수출‧생산‧사용‧폐기‧재생 등 측면에서 규제하고 있을 뿐이며 산업통상자원부는 혼합물질에 대한 관리방안 마련을 준비하는 단계다. 또한 단열재를 관리하고 있는 국토교통부는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발포가스에 대해서는 별도로 관리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따라 단열재와 같은 건축자재의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관리방안 및 기준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SG경영이 전 세계적 표준으로 자리잡으며 공시의무가 도입되는 추세이며 직‧간접배출을 포함해 가치사슬 전반에 대한 배출량을 평가하는 스코프3(Scope 3)가 도입될 예정인 가운데 건설산업 역시 단열재가 건물 생애주기 동안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열재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산 PF보드가 규제대상 발포가스를 사용한 것만으로 유통을 막기는 어렵다”라며 “그러나 품질이 낮고 성능기준에 미달하는 제품을 속여 팔면서 발포제까지 환경적으로 유해해 점차 퇴출되고 있는 물질을 사용한다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값싼 단가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에 폭넓게 유통되고 있는 중국산 PF보드는 기준미달 제품으로 성능을 속여 판매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도 이러한 사정을 알면서도 활용하는 측면이 있다”라며 “단속, 규제하기 어려운 발포제는 차치하더라도 성능기준에 미달하는 사례가 빈번한 만큼 이를 기준으로 적극적인 적발‧관리에 나설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재훈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탄소중립센터장은 “HCFC를 사용한 중국산 PF단열재는 혼합제품의 일종이므로 현행법령상 불법제품으로 분류하기 어려우며 폴리올과 같이 규제물질을 혼합해 수입한 뒤 정제‧분리해 사용하는 등 쿼터를 회피하는 경우에도 단속이 쉽지 않다”라며 “다만 혼합제품으로 들여오더라도 제품에서 규제물질이 검출되면 불법제품으로 적발할 수 있는 제도마련을 정부, 국회가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