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현장에서 성능기준과 인증을 만족하는 목자재를 찾기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목조건축 장려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강화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자재공급이 충분하지 않아 활성화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2023년 11월 748동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목조건축 착공건수가 건축경기 침체 등으로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자재수급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건축법규는 건축자재에 대해 내화, 단열, 차음 등 다양한 성능을 요구한다. 그러나 목재의 경우 기존 건축기준이 철큰콘크리트 위주로 구축돼 명확한 기준정립이 미비한 상황이며 실험데이터 부족 등에 따라 기준정립도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아직 목조건축시장이 성숙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며 이러한 구조가 악순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목조건축시장 형성이 미진함에 따라 자재 생산기업에서도 목자재 개발 및 인증을 수행할 유인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자재 부족으로 목조건축 기획이나 발주가 어려우며 목조건축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건축주나 발주자의 강력한 의지에 기대고 있다. 이로 인해 자재 생산기업에서도 목자재를 납품할 유인이 부족한 상황이다.
삼우씨엠건축사사무소의 관계자는 “건축사 입장에서 설계반영을 할 때 다양한 건축기준을 충족하는 목자재를 구하는 것이 어렵다”라며 “아직 기성품시장이 형성돼있지 않아 주문제작으로 자재를 수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비용, 절차 등의 문제로 건축사가 정말 마음먹지 않는 이상 목자재를 택하기가 힘들다”고 밝혔다.
대한건축학회의 관계자는 “현재 기술이나 시장측면에서 구조재를 목조로 구성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지만 적합한 목재 내·외장재를 구하는 것은 아직 어려운 실정”이라며 “불연등급과 난연처리 등 관련기준이 매우 엄격한데 국내 현장에서는 종종 주변 건물과의 이격거리 등 개별 건축물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높은 수준의 불연성능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어 현장에서 목재의 다양한 활용이 위축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경직된 규제적용은 결국 다양한 목조자재의 시장진입을 가로막고 목조건축 비용상승의 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건축자재의 성능요건은 결국 공인된 시험과 절차를 거쳐 입증돼야 하는데 대표적으로 한국산업표준(KS)에 부합하는지 여부와 건축자재의 환경성을 평가하는 친환경 건축자재인증, 제품의 품질을 보증하는 Q마크, 화재안전과 직결되는 방염성능인증 등을 통해 성능을 인증받은 후 건축현장에서 활용된다.
국내 목조자재 생산업체 다수는 중소기업으로 인증비용과 기술개발 투자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아직 충분한 연구DB가 부족해 해외에서 비용을 들여 DB를 구매해야 하며 습도나 외부저항성 등 국내환경 특수성으로 해외DB를 그대로 적용하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한 목재는 친환경 건축자재로 전과정평가(LCA)에서 탄소저감효과가 있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국내에서는 목조건축 LCA에 대한 표준화된 방법론이나 기초 데이터베이스가 부족해 목재의 장점이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다. LEED인증의 경우 베이스모델 대비 탄소감축량이 명확히 제시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이러한 인증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목조건축의 탄소감축 효과를 정량적으로 제시하기 어려우며 국내실정을 반영한 목재의 성능연구도 미흡한 상태다.
국내 목자재가 인증을 받았더라도 제품을 구하기 힘들다는 점 역시 문제로 제기된다. 현재 공인된 목자재를 수급할 수 있는 거래플랫폼은 사실상 나라장터가 유일한데 나라장터에 등록된 목재 인증제품의 수는 철근 및 콘크리트 제품에 비해 부족하며 제품의 다양성과 공급기업의 수도 한계가 있다.
강태웅 대한건축학회 부회장은 “목조건축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장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가 주도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이미 목조건축이 활성화된 해외 선진국들도 국가주도로 관련 산업육성과 시장형성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공공부문이 주도해 초기시장을 형성하며 이를 기반으로 국산 목자재산업의 기술개발과 생산을 촉진하는 선순환구조 마련이 시급하다.
구체적으로는 공공건축물의 신축 및 개보수 시 국산목재 및 목조자재 활용을 의무화하거나 확대를 유도해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해야 한다.
또한 내화, 단열, 차음 등 건축법규가 요구하는 고성능을 만족하는 목재기반 구조재, 내외장재, 단열재, 차음재 등 필요한 자재개발을 위한 R&D 지원을 강화하며 개발된 제품이 실질적인 건축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공공부문이 우선 구매하거나 성능검증에 참여하는 등의 방식으로 상용화를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국내 환경특성을 반영한 목재 성능연구 DB구축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중소자재 업체의 인증비용 및 절차부담을 실질적으로 완화하며 복잡하거나 과도한 건축자재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제도적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
목재의 친환경성을 정량적으로 입증하고 인센티브와 연계될 수 있도록 목조건축 LCA 표준방법론 및 DB를 구축하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다.
이러한 정부주도의 체계적인 지원과 제도개선을 통해 성능과 인증기준을 만족하는 국산 목조 자재의 안정적인 생산 및 공급 기반을 마련하고 건축현장의 자재 수급 불안정을 해소함으로써 국산목재 이용률 증대와 국내 목재산업 경쟁력 강화, 그리고 지속가능한 건축 및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