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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민경천 코텍엔지니어링 부사장

“水, 에너지원화 노력 절실”</br>수자원 이용시 1.7조kWh 발전 가능</br>대규모 수열원시스템 연구·개발 시급

나는 어렸을 때 전기는 물로 만드는 것으로 알았다. 화천댐, 춘천댐, 의암댐, 청평댐은 반드시 암기해야 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발전소였다. 전기는 수력발전소에서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전국적으로 화력발전소가 건설됐으며 원자력발전소가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더니 곧이어 열병합발전소가 주요 도시마다 생겨났다. 현재 우리나라 발전량에서 수력발전의 비중은 10% 미만이 됐다. 세월이 흐르면서 모든 것이 변했다. 난방연료의 경우를 보면 나무를 때다가 연탄으로 바뀌었으며 곧이어 석유, 가스로 변해왔다.


그리고 지금은 신재생에너지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정부는 2004년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이하 신재생법)을 제정한 이래 태양광, 풍력 등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해 신재생에너지의 보급확산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은 선진국에 비해 형편없이 낮은 것이 현실이다.


지열업계에서 근무하다 보니 외국의 에너지 전문가를 종종 만나게 된다. 이 사람들과 서울시내를 다니다 보면 한강을 보고 놀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도시 한가운데 이렇게 큰 강이 흐른다는 것이 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강물을 어떻게 이용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빼놓지 않는다. 나는 상류에 수력발전소가 몇 개있어 거기서 전기를 생산한다고 답하면 이들은 또 한번 놀란다. 이들의 생각은 한강물을 수열원 히트펌프의 열원으로 이용하면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수도권엔 한강, 충청권엔 금강, 호남에는 영산강 그리고 영남에는 낙동강이 흐르고 있다. 어느 나라보다도 수자원이 풍부한 자연조건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자원을 이용해 에너지를 취득하는 사례는 매우 미미한 실정이다. 신재생법을 보면 바닷물은 해양에너지, 지하수는 지열에너지, 기타의 물은 수열에너지로 분류돼있다. 그나마 수열에너지는 2015년에 신재생에너지로 지정됐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모든 물은 지열에너지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땅과 물은 가리지 않고 지열에너지로 이용하면서 수십 년간 관련기술을 쌓아왔다.


그런데 여기서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한다. 산업부에서 지정한 ‘수열에너지’의 범위는 발전소 온배수에서 얻는 에너지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강물이나 저수지의 물, 연못, 호수 등의 물에서 얻는 에너지는 수열에너지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도 이해하기 힘든 이상한 해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필자는 많은 공무원들에게 왜 해수, 하천수, 지하수, 지표수 등을 각기 다른 에너지원으로 구분하는가를 여러 번 질문했지만 아직도 명쾌한 답을 얻지 못했다. 법이라는 것이 국민 다수가 쉽게 이해하고 모두가 따를 수 있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수자원공사의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수자원 총량은 연간 1,300억m³에 달하고 댐이나 하천을 통해 이용 가능한 수량은 약 300억m³다. 이 물을 히트펌프를 이용해 5℃의 온도차를 이용할 경우 1,500조kcal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이는 1조7,000만kWh와 같다. 이를 발전에 비교하면 200만kW급 발전소에서 1일 24시간 365일 동안 생산하는 열량과 같다.



물은 대류, 복사, 전도를 통해 온도를 복원하는 기능이 있어 2회, 3회 또는 그 이상 재활용이 가능하므로 실제 얻을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은 이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미국과 캐나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하천수나 호수, 연못 등에 있는 물을 이용해 건물에 냉난방을 공급하는 사례가 무수히 많다. 필자는 롯데월드타워 설계 시 수도권 광역상수도를 이용해 3,000RT의 냉난방을 공급하는 시스템을 적용한 사례가 있으며 골프장 또는 대학교 연못을 이용한 수열원 냉난방시스템의 적용을 확대해 가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서 지열과 수열, 지열과 공기열 지열과 태양열 등 융복합과제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으나 수열원의 보급확대를 위해서는 대규모 수열원시스템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다. 스웨덴의 경우 대형 수열원시스템을 지역난방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자원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으나 결과는 너무나도 비참했던 경험을 이미 겪은 바 있다. 해외자원개발도 중요하나 우리가 갖고 있는 수자원을 에너지원으로 개발, 이용하는 데 더욱 많은 관심과 노력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