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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 에너지절감, 도입시기에 갈등

‘시간을 두고 천천히’ VS ‘이미 충분한 기술 보유’


국토교통부와 한국에너지공단이 10월6일 개최한 ‘건축물의 에너지절약 설계기준 개정’ 공청회에는 건축설계사들은 물론 창호 등 건축물 에너지절감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자재 회사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이승언 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좌장을 맡고 박덕준 국토교통부 사무관, 이기완 대한건축사협회 녹색건축위원회 위원장, 이정로 (사)한국판유리산업협회 본부장, 허석 발포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이사, 서명하 LG하우시스 부장, 정홍구 현대건설 부장 등 관련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석해 심도 있는 토론을 나눴다.

“제도상 혼선정리 선행되야…”
“독일수준으로 도약 급선무…”
이번 공청회의 참석자들은 개정안에 대해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전 세계적 흐름에 동참한다는 방향성에는 모두 깊은 공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적용 시기에 대해서는 건축설계업계와 자재업계 간에 이견이 있었다.

건축업계는 면밀한 검토와 시간을 두고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취합해 제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입장이고 자재업계는 이미 정부가 요구하는 단열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기술 수준을 보유하고 있으니 빨리 제도추진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홍구 현대건설 부장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녹색건축 기본계획 등 오래 전부터 추진돼온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고 건설사 입장에서도 이에 발맞춰 노력해왔다”라며 “하지만 제도상 혼재한 문제점들을 감안했을 때 개정안 시행 전에 이러한 부분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공동주택의 경우 친환경공동주택 건설기준에서 요구하는 사항 등을 우선시해서 따를 수밖에 없는데 에너지절약 설계기준과 상이한 부분이 있어 혼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단열성능에 대한 규정이 바뀌면 시공 상 규정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홍구 부장은 “단열과 관련한 기준이 최근 빠른 속도로 개정되고 있어 시공표준을 만들어서 뭔가 해보려고 하면 금세 또 변경돼 있다”라며 “구조성능, 시공성, 결로 등 디테일한 부분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각계각층의 의견을 취합해 만들고 이러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서명하 LG하우시스 부장은 “이미 창호업체에서는 정부가 요구하는 단열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충분한 기술수준을 갖췄다”라며 “현재 독일이 규정하고 있는 0.8W/m²k와 같은 수준의 기준이 빨리 정착돼야 국가가 목표로 하는 온실가스 절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고효율 보일러나 에어컨 등 냉난방설비를 사용해도 외부로 빠져나가는 열을 잡지 못하면 그만한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정로 한국판유리산업협회 본부장은 “제로에너지하우스에 관한 외국 논문은 이미 많이 나온 상황이고 해외에서는 제로에너지하우스의 단열기준을 0.5W/m²k로 잡고 있다”라며 “우리가 이왕 제로에너지하우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현재 목표인 0.8W/m²k보다 더 높은 수준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정부정책을 따라오기 위해 업계에서는 충분한 속도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기완 대한건축사협회 녹색건축위원회 위원장은 “아직 일선건축사들은 개정에 대한 내용을 잘 모르고 있는 형편이다”라며 “홍보책자 발간 등 정책을 알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2017년 시행 전까지는 확실히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건축관련법이 매년 바뀌다시피하니까 적응이 어렵다는 말을 덧붙였다.

허석 발포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 이사는 “이번 개정으로 단열재 및 창호 시장에 사업확대 기회가 열린다는 점에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제도상 혼동돼 있는 부분들을 먼저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라며 “에너지를 절약한다는 것은 단순히 신축 건축물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폐기 단계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자재에 대한 규정을 만든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절감 목표달성 위해 넓은 시야 필요
이 외에도 이날 공청회에는 건물에너지 절약을 위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또한 공동주택의 외벽, 발코니 슬라브 등에서 빠져나가는 열을 고려하지 않고 창호, 외벽 기준만을 정하는 것은 너무 단순한 생각이라는 지적을 했다. 다가구 주택에 사는 저소득층을 위한 배려나 건축설계 시의 디자인적인 요소를 너무 심하게 제한받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덕준 국토교통부 녹색건축과 사무관은 “녹색건축물조성지원법이 태어난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라며 “앞으로도 더 많은 의견들을 청취하도록 하고 그동안 단기 위주의 정책결정에서 탈피해 10년을 바라볼 수 있는 정책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