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단풍물결이 주말마다 어디론가 떠나도록 몸이 근질근질한 시기입니다. 하지만 지난주에는 본격적인 겨울을 예고하는 겨울비가 내리면서 보일러를 틀지 않고 생활하기에 조금은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더 뜨거워지고 더 추워지면 냉난방업계에서는 성수기라고 표현합니다.
지난주 내린 겨울비는 본격적인 난방시즌이 도래했음을 알렸으며 난방분야 대표제품을 생산하는 보일러업계에는 성수기시장 시작을 알렸습니다.
이상한 경쟁
어느 산업분야나 경쟁이 없을 수 없습니다. 보일러업계도 정말 치열하게 경쟁합니다. 그런데 경쟁방식은 조금 이상합니다. 누가 더 낮은 가격으로 팔 것인가가 화두입니다. 일반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하면 제품가격이 오르고 이 제품이 주력제품으로 판매되는 ‘신제품 효과’라는 것이 있지만 보일러업계엔 이런 것이 희박합니다. 신제품은 그냥 가장 나중에 나온 제품일 뿐입니다.
보일러가격이 너무 낮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어느 누구도 먼저 가격정상화에 나서지 않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 프리미엄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그동안 판매가격보다 월등히 높은 가격을 책정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현재 40~50만원대로 가스보일러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이 오히려 경쟁력이라고 우기면 어쩔 수 없습니다. 보일러산업이 이제는 수출산업으로 변모하고 있고 미국 등 선진국에 판매되는 보일러(온수기)가격은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가격보다 2배 이상이라고 합니다.
싼 보일러를 외국에 비싸게 팔까요? 그럼 다행입니다. 하지만 아닐 겁니다. 당장 외국에 잘 판매되고 있는 보일러를 국내에 프리미엄 제품으로 판매할 계획이라고 하니 달라도 뭔가 다른 제품이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습니다. 물론 국내 소비자들이 싼 제품만 선호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항변할 수 있지만 결국 기업이 성장하기 위한 선택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루머와 진실 사이
지난 10월은 여기저기서 M&A에 대한 루머인지 진실인지 모를 말들이 많았습니다. 시스템에어컨 전문기업 S전자가 K그룹의 S기업을 인수한다는 루머였습니다. 시나리오만 보면 100% 성사될 것으로 보입니다.
S전자와 경쟁관계에 있는 L전자가 모 회사의 공조사업부문을 인수하며 종합공조기업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분석 때문입니다. 단순히 국내시장 경쟁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종합공조기업 변신이 중요한 상황에서 종합공조기업으로 변신을 미룬다면 격차를 줄이는데 무리가 따른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라는 시나리오입니다.
그럴 듯합니다. 하지만 M&A가 쉽게 이뤄지는 것이 없습니다. 그냥 루머로 끝날지 진실이 될지는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소설’을 쓰는 재미는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