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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전문가 인터뷰] 이응신 명지대 제로에너지건축센터 교수

“中企 장수해야 노하우 쌓여…시장확대, 생존력 핵심”

■ 국내 제로에너지 기술을 총평하자면
기술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 핵심기술은 기업들이 외국사례를 참고하거나 제품 수입후 테스트를 통해 얼마든지 국산화가 가능하다.

일례로 진공단열재는 한국이 세계적 수준이다. 진공단열재를 이용해 단열문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이 있다. 진공단열재에 우레탄을 뿜어 양생시키고 철판 두 장을 붙여서 생산한다.

이에 따라 열관류율이 0.75W/㎡K까지 나온다. 중소기업이 이정도 기술력을 가졌다는 것은 상당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차이가 있는 점은 미세한 품질차이다. 이는 기업의 노하우와 같은 것이기 때문에 철저히 숨겨져서 따라잡기가 어렵다.

과거 일본은 산업계 전반에서 연구개발 결과를 모두 특허등록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중국에 좋은 일이 됐다. 기술이 특허를 통해서 다 공개돼 있으니 시한 만료에 따라 중국이 모두 따라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일본은 특허신청 건수가 급감했는데 연구개발이 줄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아예 특허등록을 하지 않기 때문으로 존재자체를 숨기고 있다고 봐야 한다.

녹색건축에서 독일 등 유럽국가들도 마찬가지 경향을 보인다. 블라인드가 그 예인데 블라인드는 여름철 냉방부하를 낮추기 위해 창호로 유입되는 태양열을 차단하는 데 필수요소다.

원리는 간단하다. 알루미늄 판을 프레스로 찍어 모양을 만들고 토크모터를 연결해 조절할 수 있게 만들면 된다. 여기에서 기술적 차이는 없다.

다만 꼭 짚으라고 하면 토크모터를 들 수 있다. 기어비를 얼마나 정확하게 해서 속도를 조절하는가, 수만번 오르내릴 수 있을 만큼 내구성이 있는가, 기어 윤활류가 겨울철 수축돼 소음·마모를 발생시키지 않는가 하는 미세한 것들이다.

■ 국내 기업이 노하우를 쌓으려면
유럽은 몇십년간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하우가 있어서 기술이 앞선 것이 아니라 기술이 앞서 있었기 때문에 노하우가 쌓였다.

즉 노하우는 관련분야에서 꾸준히 사업을 영위해야만 쌓인다. 초기 유럽에서도 제품생산 후 상당한 클레임과 교체수요가 발생한 점을 상기해야 한다. 기밀테이프에서 범접할 수 없는 기술력을 가졌다는 스위스기업 시가(SIGA)도 1964년 창립한 회사다.

우리나라에서도 중소기업이 오랫동안 가야만 노하우가 쌓이고 경쟁력을 갖는다. 문제는 중소기업이 오랫동안 생존하면서연구와 노하우 확보를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하는데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이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시장이 커야하고 수익이 지속적으로 발생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시장은 협소하고 해외시장에서 유럽산과 경쟁하기에는 품질과 가격면에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만약 단가 경쟁력이 확보된다면 유럽과의 품질격차가 있어도 시장확보가 된다. 이는 곧 국내시장의 확대도 가능함을 의미하며 수익개선을 통해 투자여력이 확대되고 품질향상으로도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 단가 경쟁력확보 방안은
사실 유럽제품이 비싸다는 인식이 있음에도 가격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품질대비 가격 때문이다. 독일은 센서 등 핵심부품은 인건비가 비싼 독일기술자가 만들지만 나머지는 모두 중국 등에서 생산한다.

이 때문에 국내 자체생산하는 기업은 가격경쟁력 확보가 어렵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만 고용하거나 동남아시아로 생산공장을 이전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결국 같은 제품을 만들더라도 싸게 만들 수 있도록 대량생산 체계를 갖출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한다. 즉 국내시장을 먼저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먼저 공공건물에서 수요를 만들어 주고 다음으로 공공임대주택, 이어서 분양주택으로 확장해야 한다. 제일 큰 수요는 분양주택이 되겠지만 곧장 의무화하면 업계가 반발하고 고비용 구조가 돼 수요가 성장하지 않는다. 또한 분양주택에 세금을 투입하는 것도 특혜시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적절치 않다.

녹색건축 추진목표 자체가 공공성이 있는 만큼 공공건물에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명분도 있고 반발도 적을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은 부의 재분배 효과같이 세금이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분양주택보다 선행돼야 한다.

물론 공공건물만으로 초기수요가 곧바로 형성되기는 힘들 수 있다. 그러나 포석은 된다. 어느 나라든 제로에너지의무화는 공공부문에서 일반보다 2~5년 앞서 추진된다. 공공건물에 미리 집중투자해 시장을 확대시켜 놓으면 일반 건물로 갔을 때 가격상승이 주는 충격을 완화시킨다. 이것만으로도 시장확대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본다.

이와 함께 홍보를 통해 인식을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에너지절감비용이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을 가시적으로 제시해야 가장 큰 효과가 된다. 페이백 효과를 가시적인 데이터로 설명할 수 있게 연구개발돼야 한다.

또한 녹색건축은 에너지를 아끼는 데만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쾌적과 위생이 매우 중요한 요소다. 사무건물에서는 능률적으로 일하고 주거건물에서는 편안하게 쉴 수 있어야 한다. 

쾌적과 위생은 녹색건축에서 기본이다. 실외환경이 변해도 쾌적한 온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된다. 또한 환기장치를 통한 미세먼지 유입차단, 결로·곰팡이 방지를 통한 유해요소 차단이 가능하다.

이러한 점을 사람들이 인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과거와 달리 소득수준이 올라 쾌적과 위생을 체감할 수 있다면 10~20% 더 들여 좋은 집을 짓겠다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 향후 연구개발 방향을 제시한다면
녹색건축은 제로에너지건축물 이후를 생각해야 한다. 유럽의 녹색건축은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큰 틀은 온실가스 절감이 전체적인 의제다. 이를 구현하는 것 중 하나가 제로에너지건축물이다. 2020년에 완료되면 2030년 건물CO₂ 절감목표가 있고 2050년에는 건물CO₂ 제로화가 정해져 있다.

우리나라는 우선 2025년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부터 해서 건물에너지를 줄여보자는 쪽만 있고 전체적인 CO₂절감에 대한 로드맵은 전문가들이 인지는 하고 있지만 공론화돼 있지 않다.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 이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토부와 산업부의 연계가 필요하다. 현재 기술적으로 구현된 제품들로 단일건물 정도를 제로에너지화하는 것은 국토부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도시단위, 국가단위로 건축물의 에너지제로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산업부와 함께 가야 한다.

이는 에너지분배·생산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에서 추진하는 스마트그리드, 건물 간 연계를 통한 스마트홈, 스마트시티가 돼야 국가차원의 건축물의 에너지제로화를 달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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