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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ZEB의무화 D-3년…韓 패시브기술 ‘쑥쑥’

단열·창호기술 ‘유럽수준’
열교·기밀 ‘격차’…R&D 필요
명품도약, 노하우 확보 관건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가 3년 앞으로 다가왔다. 2020년부터는 공공건물 의무화가 시작되고 2025년이면 민간 신축건물도 의무화가 시작된다. 남은 시간이 결코 길지 않다.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는 미루기도 어려운 문제다.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당장 우리나라는 유례없는 가뭄, 폭염, 폭우, 침수피해를 차례로 겪고 있다. 유럽은 고온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며 산불을 진화하지 못해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하는 국가가 속출하고 있다.

제로에너지건축은 국가목표실현을 위해서도 시급하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신재생에너지비율을 2020년까지 20%로 확대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달성하려면 건물부문에서의 에너지절감은 필수적이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선진국과의 격차를 더 이상 벌릴 수 없다. 제로에너지건축 시장은 2030년까지 117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우리나라 제로에너지건축물 요소기술수준은 세계기술력대비 77.5% 정도로 평가되고 있다. 후발주자로 출발해 R&D 기간이 짧았던 것에 비하면 빠른 성장이지만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파이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보다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짧게는 3년, 길게는 8년.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가 눈앞에 닥쳤다. 이 시점에 우리나라가 걸어 온 제로에너지건축 흐름을 돌아보고 과연 우리나라에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어떤 점이 부족한지를 제로에너지건축의 핵심요소인 패시브분야를 중점으로 점검해 본다.

공공주도 패스트팔로워 전략 ‘유효’
우리나라 녹색건축은 미국, 유럽과는 달리 민간보다 공공이 주도했다는 특징이 있다. 해외에서는 시민사회의 요구에 따라 시장이 점차 형성됐고 공공이 이를 뒷받침 하며 확장시키는 형태로 이뤄졌다.

한국은 후발주자로서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이 필요했다. 녹색건축은 ‘기후변화 대응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인류의 이상(理想)과 관련된 것인 만큼 선진국 반열에 오르길 희망하는 우리나라로서는 빠르게 따라잡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는 선진국이 수십년에 걸쳐 이룬 산업구조 변화를 단십수년 만에 달성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특성에 따라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국가목표를 설정하고 빠른 산업구조 변화를 도모하는 방법이 유효했다. 관련 기술개발도 과제사업 중심으로 이뤄져 왔고 민간에서의 기술개발 역시 제도가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필요에 의해 추진된 측면이 있다.

결과적으로 이와 같은 방법은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녹색건축 시장, 제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독일에서조차도 부러워할 정도로 녹색건축 기술과 기준이 빠른 속도로 강화돼 왔다. 다소 반발과 우려도 있었지만 현재까지는 시장과 시민사회에 공감대를 확장하며 비교적 잘 정착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녹색건축 제도가 걸어 온 길
우리나라는 2001년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제’를 도입하며 녹색건축에 발을 디뎠다. 그러나 강력하게 시행되지는 못했고 2008년 들어서 비중 있게 논의되기 시작했다.

당시 ‘친환경건축물 인증에 관한 규칙’이 제정됐고 녹색건축을 위한 제도마련 논의에 돌입했다. 그즈음 전문가들은 1970년대부터 녹색건축을 시작한 유럽 등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25년 정도로 추산했다.

그러다가 2010년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이 제정됐고 이를 모법으로 2012년 녹색건축의 기본법인 ‘녹색건축물조성 지원법(녹색건축법)’이 제정되며 본격적인 건축물 녹색화가 추진됐다. 당시 유럽은 2020년까지 제로에너지건축물을 의무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우리나라는 25년의 기술격차를 2020년까지 5년으로 줄여 2025년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어 2013년에는 인증제도의 개편이 이뤄졌다.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인증에 관한 규칙’이 제정되며 기존제도를 보완, 강화하는 제도가 시행됐다. 변경된 인증제도는 평가기준을 에너지절감률에서 1차에너지소요 절대량으로 개선했으며 기존 5단계의 등급도 10단계로 세분화했다.

또한 기존 친환경건축물의 인증에 관한 규칙이 ‘녹색건축인증에 관한 규칙’으로 전면 개정됐다. 개정된 인증제는 주택법의 ‘주택성능등급 인정제’를 포괄하며 단일 인증제성격을 갖게 됐고 500세대 이상 공동주택으로 의무화대상을 확대했다.

그러나 순항하던 녹색건축제도는 2014년 이후 정체되는 현상을 보였다. 관련 부처의 녹색건축 예산이 축소되며 사업추진에 제동이 걸렸고 기술개발에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진척이 더뎠다.

이와 같은 공백기는 연속성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고 볼 수 있다. 녹색건축의 시급성 측면에서 보면 국민적 인식확산이 관련 산업의 핵심열쇠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이슈화가 도움이 될 수 있었지만 수년간 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사회적 관심도 퇴보했다.

그럼에도 지자체들이 ‘녹색건축물 지원 조례’를 제정하며 녹색건축산업에 가세하고 부족한 예산 속에서도 의무화, 제도정비가 이뤄짐에 따라 2014년 발표된 ‘녹색건축기본계획’ 상 로드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으로 진행됐다.

녹색건축법이 꾸준히 강화되면서 일부 용도를 제외한 500㎡ 이상 건축물에 에너지절약계획서 제출이 의무화됐고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제도 공공기관 발주 건축물에 의무화됐다.

또한 녹색건축법 하위 규칙인 ‘건축물의 에너지절약 설계기준’과 주택법 근거의 ‘에너지절약형 친환경 주택의 건설기준’이 강화되면서 기존 단열, 창호에 국한됐던 건물에너지 효율화는 열교, 기밀로까지 확대되면서 패시브건축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됐다.

이와 함께 2017년에는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가 시행되며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의무화를 앞두고 있다.

녹색건축 구현의 핵심, 패시브건축
우리나라 녹색건축 제도는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패시브건축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기후변화 대응을 최상위 목표로 온실가스 감축→석탄화력발전 감축→에너지절약 필요성→건물부문 에너지절감 등이 하위 방법론으로 제시됐기 때문이다.

패시브건축은 건물부문에서 에너지절감을 위해서 냉난방을 무작정 줄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쾌적하면서도 에너지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냉난방을 하되 새는 에너지를 막아 에너지를 덜 쓰면서도 이전과 같은 쾌적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 기술은 크게 단열, 창호, 열교, 기밀 등 4가지다.

단열기술, 유럽과 대등
이중 단열기술은 유럽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 현존하는 모든 종류의 단열재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단열재는 크게 유기계와 무기계로 나뉜다. 유기계는 원료에 따라 스티로폼과 같은 발포폴리스티렌(EPS, XPS), 우레탄을 사용한 경질우레탄폼(PUR, PIR),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에틸렌(PE) 등이 있다. 유기계는 비교적 저렴하고 시공성이 좋아 널리 쓰이지만 통상 내화성이 약해 화재에 취약한 단점이 있다.

무기계 단열재는 이와 같은 단점을 보완했지만 단가 측면에서 보다 개선돼야 할 필요가 있다. 무기계로는 유리섬유를 이용한 그라스울, 광물섬유인 미네랄울, 암석재질인 록셀 등이 있다. 통상 프리미엄 주택이나 외단열 시 화재확산 방지에 적용된다.

차세대 단열재로는 에어로겔(Aerogel)과 진공단열재(VIP)가 꼽힌다. 에어로겔은 실리콘, 크롬, 주석 등을 액체상테인 겔(gel)로 만들고 겔구조 그대로 공기로 치환한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프로즌스모크’라고 불리기도 한다. 내부 98%가 기체여서 가벼우면서도 스티로폼대비 3배의 단열성능을 내며 방음, 내화성이 뛰어나 과거 우주왕복선 등에 활용되던 소재다.

현재 에어로겔도 국내생산에 문제가 없고 고단열 방화문, 진공단열재 심재 등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상당히 고가여서 세계적으로도 보급화되기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진공단열재는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내부에 ‘심재(core)’라고 불리는 단열재를 두르고 그 사이를 진공으로 만들어 성능을 극대화한다. XPS에 비해 10배 정도의 단열성능을 보인다.

진공단열재는 냉장고 등 가전제품, 내단열 등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다양한 형태로 국산화돼 있다. 다만 강도가 약해 파손되기 쉽고 방수성은 좋지만 투습성이 없어 외단열재로는 활용이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매우 고가라는 점도 보급을 막고 있어 연구개발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단열재는 해외 선진국과 어깨를 견준다고 볼 수 있으며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추가적인 성과를 낸다면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창호기술, 디테일의 차이
창호 역시 창틀, 유리, 문 등의 단열성능이 유럽의 턱밑까지 쫓아 왔다. 유럽은 패시브주택을 구현하기 위해 창호의 열관류율이 0.8W/㎡·K 이하가 돼야한다고 제시하는데 이를 만족하는 국내 제품은 이미 많이 출시돼 있는 상태다.

이를 만족하기 위해 복층유리, 삼중유리는 물론 진공유리도 국산화돼 있으며 냉방비 절감을 위해 열의 유입을 최대한 막는 로이(Low-e: Low emissivity, 저방사)유리도 이미 지난해기준 국내 창호시장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대중화 됐다.

또한 고순도유리 생산기술도 갖고 있다. 순도는 유리 성능판단 기준의 하나인데 불순물이 많을수록 가시광선투과율이 떨어지고 자체온도가 많이 올라간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제 기술도 유럽과 차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기술은 보유했지만 수요가 없어 생산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와 같이 국산 창호기술은 패시브건축을 구현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다만 세밀한 부분에서 기술적인 차이가 있으며 성능기준 측정에서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

창호는 프레임과 유리의 접합부, 즉 유리의 가장자리에 간봉(Window Spacer)처리를 한다. 복층유리 등 유리사이에 충진재로 사용하는 아르곤 등 가스의 유출을 막고 외부습기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부자재다.

독일 등 유럽제품은 국내 제품에 비해 간봉의 단열성능, 마감처리의 완성도, 내구성 등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산 창호가 스펙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데도 연구 및 테스트 목적의 건물과 일부 프리미엄 주택을 짓는 소비자들이 유럽산을 찾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성능평가 면에서도 개선돼야 할 점이 지적된다. 우리나라 시험성적서에서는 선진국과 달리 유리와 프레임을 하나의 세트로 다루고 있다. 유리와 프레임의 열관류율과 면적비를 고려한 가중평균을 통해 통합적으로 열관류율을 부여하고 있다.

이 경우 평가의 용이성은 확보되지만 유리와 프레임의 열성능 차이에 따라 열관류율이 높은 쪽으로 열교가 집중적으로 발생해 열손실이 높아진다는 단점이 있다. 유럽은 유리와 프레임을 별개로 측정해 개별적으로 성능을 평가한다.

이와 같은 미흡한 사항은 사실상 패시브건축 구현에 치명적인 수준은 아니어서 개선의 시급성은 다소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산 창호가 유럽 창호를 뛰어넘는 명품으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개선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열교·기밀, 10년 이상 격차
반면 열교와 기밀에는 분명한 기술적 격차가 있다. 열교·기밀은 사실상 ‘건축디테일’로 표현될 수 있는 부분이다. 제도적으로도 건축물 에너지성능에 보다 큰 역할을 하는 단열과 창호 위주로 접근했고 열교나 기밀이 중점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열교 측면에서 대표적으로 테라스가 있다. 슬래브가 벽을 관통해 외부에 노출되면 내부에 아무리 단열이 잘 돼 있어도 슬래브의 콘크리트와 철근을 타고 열이 이동하기 때문에 손실이 많이 발생한다.

이를 차단하기 위한 유일한 자재는 독일 쉐크(Schöck)사의 아이소콥(Isokorb) 제품이다. 이는 유럽건물에너지성능지침(EPBD)에도 소개될 정도로 상품명이 보통명사화돼 있다. 국내 업체가 이를 국산화하기 위해 연구개발을 진행했지만 실패하기도 했다.

아이소콥은 철골로 얼개를 짜고 단열재로 중간을 막아 열손실을 면에서 점으로 축소했다. 철골도 스테인리스를 사용해 철근보다 열전도율을 1/4로 줄였다. 면에서 점으로 접점을 축소하면서도 외부 슬래브의 무게를 지탱하도록 설계해야 하는데 이 기술이 쉽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기밀부문에서 대표적인 기술격차는 기밀테이프에서 드러난다. 스위스업체 시가(SIGA) 제품의 핵심기술은 접착제다. 비휘발성이면서 30년 이상의 접착성능을 구현하고 있다.

통상 휘발성분에 접착력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휘발되면 접착력이 떨어진다. 준공 후 5~10년이 지나면 급격히 기밀성이 떨어지는 이유기도 하다. 국내 화학연구소들이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을 하고 있지만 아직 국산화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10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녹색건축 앞날, ‘경험’이 좌우
우리나라의 현재기술로도 녹색건축의 핵심인 패시브건축을 구현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다만 내구성, 완성도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

선진국이 장악하고 있는 녹색건축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하고 앞선 기술력으로 선도하기 위해서는 보다 기술적 완성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이응신 명지대학교 제로에너지건축센터 교수는 “한국도 기술적으로는 선진국과 견줄만큼 충분히 올라와 있다”면서도 “유럽을 초월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수십년간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따라잡는 것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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