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IEA Heat Pump Conference(이하 HPC)가 지난 4월26일부터 29일까지 제주시에 위치한 라마다프라자호텔에서 성료했다. 이번 HPC는 IEA 주관으로 히트펌프 관련 업계 및 연구 전문가들이 최신 기술 동향에 대해 논의하는 국제 학술대회다. 특히 히트펌프와 그 주변기술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전문학술대회로 발표와 참여자의 수준이 매우 높아 전문가들의 참여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HPC는 3년마다 열리고 있으며 그동안 △오스트리아 그라츠(1984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1987년) △일본 도쿄(1990년)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1993년) △캐나다 토론토(1996년) △독일 베를린(1999년) △중국 베이징(2002년) △미국 라스베가스(2005년) △스위스 취리히(2008년) △일본 도쿄(2011년) △캐나다 몬트리올(2014년) △네덜란드 로테르담(2017년)에서 열렸다.
이번 제13회 HPC는 당초 25개국 약 250여편의 논이 제출되는 큰 흥행이 예고됐으나 2020년 2월부터 확산되기 시작한 코로나19로 인해 당초 예정됐던 2020년 5월에서 연기돼 이번에 4월26일에서 29일까지 열렸다.
이번 HPC 사무총장을 맡은 김민성 중앙대 교수는 “이번 학술대회는 코로나19에 의한 상황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 해외 참석자를 위한 온라인 학회와 국내 참석자를 위한 오프라인 학회를 동시에 개최하는 하이브리드 학술대회로 개최했다”고 밝혔다.
1년간의 연기와 현장 참석의 어려움 등의 부침에도 불구하고 이번 HPC에는 205편의 논문이 발표됐으며 6인의 plenary speech, 36인의 keynote speech가 진행됐다.
김민성 사무총장은 “참석인원도 풍성해 오프라인 등록참석자 96명과 온라인 참석자 272명 등 총 368명의 참석자가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해 우수한 발표와 열띤 토론을 벌였다”라며 “특징적인 것은 일반적인 국제학회와는 달리 HPC에는 70% 이상의 등록 참가자가 외국인으로 구성돼 히트펌프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매우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Low GWP냉매·신기술 등 발표
학술대회는 첫날인 26일에는 학술대회 사전 행사로 IEA HPT에서 진행하는 6개의 워크숍이 진행됐다. IEA HPT에서는 참가 회원국들의 공통 관심사를 모아 소규모 프로젝트인 Annex를 수행하는데 워크숍은 각 Annex의 결과물을 발표하는 자리다. 이번 Annex에서 발표되는 주제는 △Heat Pump and Smart Grids, and Hybrid(Annex 42/45) △Heat Pumps for Low GWP Refrigerants(Annex 54) △Heat Pumps and Energy Storage(Annex 55) △Design and Integration of Heat Pumps for nZEB(Annex 49) △Comfort and Climate Box Solutions for Warm and Humid Climates △Large demonstration project for flexibility by heat pumps(Annex 57) 등이었다.
하이브리드 학술대회 첫날인 27일에는 개회식이 진행됐다.
김민수 HPC 조직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번 학술대회는 학계뿐만 아니라 산업, 유틸리티 및 공공부문의 정책 입안자, 임원 및 대표, R&D관리자 및 기술지원자, 에너지관리자, 기획자, 컨설턴트 등을 위한 주요 행사”라며 “주로 기술 응용 프로그램에 중점을 둬 관련업계 전문가들이 연구개발 성과를 토대로 기술과 정보를 공유하며 이해와 관계를 확장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어 “세계적인 히트펌프 전문가들과 기술을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십분 활용하시기 바란다”라며 “이번 학회가 국내의 히트펌프 원천기술은 물론 적용에 관련한 기술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Stephan Renz IEA HPT TCP 의장의 환영사,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축사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개회식이 끝나고 Plenary lecture가 진행됐다. 총 6명의 주요 인사의 발표로 구성됐으며 히트펌프 정책, 시장, 기술에 대해 소개했다.
첫 번째 plenary 발표를 진행한 Mechtild Worsdorfer는 EU Commission에서 2030 Energy and Climate Framework, 2050 Energy Roadmap의 완성을 주도했으며 현재 IEA의 Sustainability, Technology and Outlooks의 Director, EU Commission에서 IEA 대표로 역임하고 있다. 그는 글로벌 탄소배출의 15%를 담당하고 있는 냉난방부문에서 히트펌프의 중요성과 보급 확산을 위해 극복하야 할 문제점에 대해 발표했다.
이어 Martine Forsen 유럽히트펌프협회 회장은 2019년 이후 구성된 EU Commission에서 중점적으로 추구되고 있는 에너지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에 대해 소개했다. 핵심 전략기술로서 에너지시스템 통합전략(energy system integration strategy)을 강조했다. 이 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히트펌프와 같은 전기가열방식이 2배로 확대되고 2050년에는 50~70%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통해 히트펌프산업이 직면할 가능성과 도전에 대해 설명했다.
김민수 대한설비공학회장이자 이번 HPC 조직위원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정책인 그린뉴딜, 탄소중립과 같은 우리나라의 주요 에너지정책을 소개하고 앞으로 다가올 히트펌프기술에 대한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기술분야의 plenary speech도 진행됐으며 오세기 LG전자 부사장이 연사로 나서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히트펌프의 역할에 대해 소개했다. 오 부사장은 공기열원 히트펌프의 기술적인 한계와 취약점에 대해 발표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최신기술에 대해 설명했다.
Xudong Wang 미국냉동공조협회(AHRI) 부회장은 냉매 관련 이슈를 포함해 Low GWP냉매에 대해 발표했다. 대부분 Low GWP냉매가 가연성임을 고려할 때 안전성 문제가 어떻게 고려되고 있는지와 향후 과제에 대해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Noboru Kagawa 일본국방대학 교수는 코로나19와 관련돼 일본의 HVAC시스템과 이에 대한 대응 방안과 규제 등에 대해 설명했다.
27일부터는 일반세션이 진행됐다. 히트펌프 전문학회인 만큼 각 세션별로 선정된 키노트 발표의 수준이 매우 높았다. 27일 오후에는 인도 정부 주요인사인 J.B.V Reddy 박사가 인도의 냉방과 관련된 정책에 대해 발표했으며 Didier Couloumb 국제냉동기구(IIR) 사무총장은 Low-GWP 냉매와 관련돼 극복해야 될 어려움에 대해 발표했다. 기술 발표로는 물냉매 고온 히트펌프에 대한 연구와 히트펌프 소음 저감기술에 대한 연구 등의 발표가 눈길을 끌었다.
28일에는 많은 논문이 발표됐다. Tetsusiro Iwatsubo NEDO 박사의 일본의 열에너지 관련 R&D 정책은 물론 Low GWP냉매와 관련된 세션에서는 다양한 정책, 기술적 고려사항에 대해 발표가 이어졌다. 미래기술에 대한 발표도 진행됐다. Bamdad Bahar 미국 Xergy 대표는 전기화학적 수소 압축기술과 멤브레인기술에 대해 발표했으며 상용 증기보일러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고온 생산이 가능한 초고온 히트펌프 연구도 발표돼 관심이 높았다.
마지막 날인 29일에는 최신 제습기술, 식품저장 기술, 제로에너지빌딩과 연계된 히트펌프기술에 대한 일반 세션이 끝나고 폐회식에서는 히트펌프산업과 기술발전에 기여가 큰 개인이나 단체에게 수여하는 RvR상의 시상식이 진행됐다.
RvR은 19세기 히트펌프를 최초로 발명한 Ritter von Rittinger를 기리기 위해서 제정된 상으로, Jussi Hirvonen 핀란드히트펌프협회장과 Ruzhu Wang 상해교통대 교수, 단체 수상자로 미국매릴랜드대학의 Center for Environmental Energy Engineering(CEEE)가 수상했다. 마지막으로 2023년에 시카고에서 개최될 제14회 IEA Heat Pump Conference에 대한 소개가 진행됐다.
“히트펌프, 탄소중립 주인공”
김민수 조직위원장은 “이번 IEA Heat Pump Conference는 코로나19 확산 속에 당초 계획에서 여러 변경이 이뤄지는 등 많은 부침이 있었으나 우수한 발표와 논문, 온·오프라인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성황리에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히트펌프는 단일 기기로써 온실가스 저감 잠재량이 높은 기기다. 여러 다른 저렴한 가열수단에 비해 복잡하고 비싼 가격, 냉매규제 등 쉽지 않은 장벽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투입에너지대비 3~4배의 열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절약기기로서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최근 탄소중립 이슈는 히트펌프기술을 미래에너지시장의 주인공으로 만들고 있다”라며 “히트펌프의 우수한 효율을 기반으로 전기와 열분야를 넘나들 수 있는 섹터커플링기술이며 열에너지 전기화(electrification)를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기술로 전 세계적으로 공인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히트펌프 보급 확대에 대한 논의가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라며 “이번 학회를 계기로 더욱 활발한 히트펌프기술과 시장의 발전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