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설비공학회(회장 강용태) 미래성장특별위원회(위원장 장영수)가 건물부문 탄소중립을 위한 미래 기계기술로 ‘가상센서 기반 스마트도시’를 제시했다.
윤성민 인천대 도시건축학부 교수는 에너지절감 계획수립, 제어, 성과분석, 검증 등은 물론 정책개발, 여론확산 등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를 충분히 수집하려면 다수의 센서가 필요하며 비용·고장·관리 등 현실적인 한계극복에 가상센서가 유용하다고 제안했다.
윤성민 교수는 성균관대에서 학·석사학위를, 미국 네브래스카-링컨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건축공학분야 전문가로 2019년 건축환경설비분야 국제 저명저널인 Building and Environment(JCR 1.56%)에 기고된 3,000여편의 논문 중 3편에 수여하는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윤성민 인천대 교수를 만나 기술에 대한 설명과 의미에 대해 들었다.
■ 기술제안 배경은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건물부문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판 그린뉴딜 10대 시그니처사업 중 7개가 건물과 관련이 있으며 신축은 제로에너지건축물(ZEB)로, 기축은 그린리모델링(GR)으로 에너지성능을 개선하려는 정책이 추진 중이다.
이러한 건물 탄소중립정책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근거가 필요하다. 이에 대한 데이터를 공개해 현상을 객관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차세대 정책수립의 근거를 마련할 수 있으며 요소기술의 우선순위 판단을 통한 가이드라인 개발이나 ZEB, GR 등 정책성과 검증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또한 이러한 데이터가 폭넓게 공유되면 다양한 신규 비즈니스 창출, 스타트업 활성화에 따른 건물부문의 성장동력이 만들어질 수 있다.
■ 건물부문 DB구축 실태는
현재 건물부문의 데이터수집·공유는 정부주도의 데이터 민간개방시스템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공공데이터포털 △국토교통정보시스템 △건축데이터민간개방시스템 △국가건물에너지통합관리시스템 △건축행정시스템 △건축물생애이력관리시스템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 등이 활용된다.
다만 아직 데이터베이스 구축 초기단계여서 실제로 포털에서 데이터를 받아보면 결측치가 많으며 실측치가 아니라 동일값이 일률적으로 기록된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즉 데이터의 품질이 아직 검증되지 않아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데이터의 시간·공간적 범위가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에너지데이터의 경우 대지주소를 기반으로 분류하고 있으나 요금정보는 단지명으로 분류하고 있어 에너지사용량과 요금데이터를 활용하는 연구·서비스를 하려다 보면 애로사항이 발생한다.
또한 건물에너지가 사용량 중심으로 월별공개되다보니 건물에너지성능, 설비효율 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향후 사용량에 더해 효율성에 대한 지표를 개발, 건물운전 데이터를 축적할 필요가 있다.
■ 가상센싱 기술의 필요성은
최근 디지털트윈, 메타버스가 사회적 화두다. 현재로서는 이를 통해 어떠한 서비스를 할 수 있을지를 주로 고민하고 있지만 국가·도시관점에서 본다면 디지털트윈과 메타버스를 활용해 도시를 최적으로 관리하고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컨트롤러 역할이 가능하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기반이 센서다. 아무리 좋은 알고리즘을 구현해도 센서가 고장나거나 측정데이터에 한계가 있으면 제어에 한계가 발생한다. 이러한 가상세계를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도시측면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버추얼 센싱시스템이 필요하다.
건물이라는 물리적 공간에 단일하게 위치하는 센서에서 생산한 정보를 클라우드화하면 새로운 정보를 예측·추정함으로써 실제 센서를 통해 측정하지 못하는 숨겨진 정보·변수를 계산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플랫폼화하면 개별건물이 아니라 도시단위로 확장도 가능하다.
결국 건물, 나아가 도시를 운영할 때 운전이 잘 되는지, 고장이 발생했는지 등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센싱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AI나 빅데이터 분석기술의 정확도가 달라질 수 있다.
■ 가상센싱 기술개념은
가상센서는 쉽게 말해 수학적 모델이다. 기존 다른 센서의 컨트롤신호, 설계정보, 장치사양 등의 입력을 받아 새로운 결과를 계산하는 함수식이다. 다만 최근 머신러닝, 딥러닝 기술발전에 따라 예측성능이 높은 모델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가상센서의 길이 가시화됐다.
이러한 결과값은 진단, 예측, 자동화를 위한 어플리케이션의 기반이 되며 가상센서 자체를 변수단위에서 시스템단위, 건물단위, 도시단위, 지구환경 단위로 계속 키워나가는 방식을 생각할 수도 있다.
가상센서는 역할에 따라 벤치마크, 비벤치마크 방식으로 구분된다. 벤치마크 방식은 실제 센서의 정보를 바탕으로 동일한 환경에서 실물센서와 동일한 결과를 갖게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실물센서의 고장 또는 제거 시에도 가상센서가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
비벤치마크 방식은 2개 이상의 실물센서 측정값간 관계를 머신러닝·딥러닝으로 학습해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경우 가상센서의 결과값의 정확도를 확인할 실물센서가 없으므로 검증과정에서 다른 가상센서의 입력변수로 활용하는 센서 네트워크가 필요해 보다 난이도가 높은 방식이다.
이러한 가상센서를 충분히 생산·배치하면 건물 내 필수적인 실물센서만 남게되는 ‘가상화(Virtualization)’가 가능하다. 장수명건물로 이행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센서의 수명이 매우 짧으므로 데이터 품질관리, 유지보수비용 등 측면에서 효용이 크다.
다음 단계는 ‘시스템화(Systemization)’다. 가상화된 센서데이터를 기반으로 컴포넌트단위, 시스템단위, 건물단위로 범주를 넓힐 수 있다. 이때 가상센서는 필수 실물센서에 대한 의존도가 크므로 필수 실물센서의 데이터를 잘 감독하고 센서를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이어 ‘공간증강(Spatial Augmentation)’ 단계가 가능하다. 이는 공간 전체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개념이다. 예컨대 실내 온도를 측정할 때 공간 내 온도분포를 모두 측정하고자 한다면 온도센서를 수만개 설치해야 하지만 공간증강된 가상센서를 활용하면 벽에 설치한 온도계 하나로 실내 온도분포를 모두 예측할 수 있게 된다.
다음으로는 ‘시간증강(Temporal Augmentation)’ 단계가 있다. 앞선 단계들의 히스토리 데이터를 바탕으로 딥러닝을 통해 앞으로의 값을 예측할 수 있다. 이것이 가상센서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러한 가상센싱시스템의 진화과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가상센서의 현장보정기술(Virtual In-situ Calibration)이 필요하다.
■ 가상센서 플랫폼을 개발했는데
가상센서를 제어현장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을 만들어 클라우드 운영함으로써 누구나 웹사이트에 들어와 가상센서를 생성, 각자 현장에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티라노(T-ranno)’라고 명명한 이 시스템은 접속자가 데이터를 업로드하면 서버단위에서 인공신경망 학습이 일어나 가상센서의 정확도 등 스펙과 함께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 프로그램 함수 라이브러리에 접속할 수 있게 하는 권한)를 발급해준다. 사용자는 API 링크를 복사해 각 현장에 호출하면 별도의 센서 없이도 계산값을 플랫폼으로부터 제공받는 가상센서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