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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재식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건축물 가치 판단 제도 마련 기반
시장경제 순환 구조 형성 유도해야”
E저감‧품질확보 등 기본에 충실한 제도적 지원 필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원장 김병석)은 지난 2015년부터 그린리트로핏연구단을 결성해 관련 기술개발 및 연구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진행해 왔다. 강재식 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이 꾸려온 그린리트로핏연구단은 지난 8년간 많은 연구개발을 시행해 서울시의 고효율 간편시공 실증사업에서 2020년부터 덧유리, 방풍지, 진공단열재 등을 적용해 경로당, 고아원 등 취약계층이 머무는 공공시설물 위주로 시행해 온 바 있다. 강재식 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을 만나 국내 패시브하우스 관련 정책에 대한 평가, 아쉬운 점 및 개선점 등을 들어봤다. 

정부의 패시브하우스 관련 정책을 평가한다면
성과를 빠르게 가시화할 수 있는 정부주도의 정책지원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서양권 국가와 비교해 단시간에 제도를 안착시킬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한다. 세부이행방안으로 장단이 있을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패시브기법과 액티브기법이 균형을 이루고 이를 기반으로 제로에너지건축과 그린리모델링 확산을 이끌어가야 할 시점이다. 

에너지뿐만 아니라 건축물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패시브기법을 통해 건축물 자체의 성능을 충분히 끌어올린 후 액티브기법을 적용해 플러스로 가는 그림이 그려져야 한다. 이미 액티브기법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졌으므로 느리지만 기본에 충실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같은 맥락에서 건물에너지를 수치적으로 얼마나 절감했는가가 국가 전체의 첫 번째 목표가 되면서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한 품질부분이 확보되지 않음에 따라 건축물 곳곳에서 발생하는 하자문제가 여전하다. 이를 고치는데 또다시 추가 비용과 에너지가 들어간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되며 에너지저감과 품질확보 등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하는 정책이 요구된다. 

현재 관련 법제도 및 정책에 아쉬운 점은 
정부의 주도적인 제도견인으로 녹색성장, 탄소중립의 성장속도가 매우 빠르다. 10년전까지만 해도 생소한 개념이었던 패시브하우스는 제 집을 짓는 건축주라면 한번은 들어봤을만한 단어가 됐다. 

문제는 단열강화정책으로 예전보다 현저히 두껍게 단열재를 시공했으니 이것이 곧 패시브하우스라는 공식이 성립하면서 패시브하우스라는 개념이 희석되고 있다는 점이다. 패시브 요소는 단열뿐만 아니라 기밀, 열교방지, 고성능창호, 열회수환기장치, 차양장치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고려돼야 하나 제도권 밖의 소규모 건축물로 갈수록 ‘말로만 그럴싸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의 첫 번째 원인은 정보 불균형에 있으며 두 번째는 참고할 설계기준이 없다는데 있다. 건전한 건축물의 시작은 설계디테일이지만 우리나라는 이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기준이 부족하다. 해외는 미국(IBS), 일본(JIS), 독일(DIN) 등 모두 각자의 설계코드를 갖추고 있으며 때마다 개정돼 설계 시 참고자료로 법적분쟁의 근거자료로 이용되고 있어 그 활용도가 높다. 

미래 패시브하우스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은 
국내 부동산시장은 건축물을 잘 지었든, 못 지었든, 리모델링을 했든지, 안 했든지 간에 건축물 가치평가 기준은 지가(地價)에 있다. 다시 말해 건축물의 성능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지 못했으며 이를 금전적으로 보전해줄 수 있는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2차 에너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우리나라의 경우 패시브‧저에너지 건축물을 구현하기 위해 투입된 자본의 회수기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다. 결국 부동산을 큰 자산으로 보는 우리나라에서 패시브‧저에너지 건축물에 줄 수 있는 혜택이 없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건축물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을 기반으로 민간에서 스스로 시장경제에 따라 순환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하는데 이때 건축물의 성능을 판단할 수 있는 정량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소스가 필요하다. 예컨대 자재의 정량적 성능 표기, 설계도면에 포함되는 디테일한 정보, 설계에 기반한 시공과 감리시스템이 그것이다. 

패시브하우스를 비롯한 제로에너지건축물의 활성화를 언제까지나 정부주도로 이끌어갈 수는 없다. 결국 민간이 주체가 되고 정부는 앞서 말한 건물 가치를 인정해주는 제도처럼 시장참여자의 이익을 보장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기밀성 강화를 위해 창호설치 최소화도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되는데
패시브건축물의 근본적인 목적은 재실자의 쾌적에 있다. 과거로부터 큰 창을 열어놓고 생활하는데 익숙한 한국인의 특성을 생각해볼 때 기밀성능을 위해 창호설치를 최소화하는 것은 건축물의 품질이 확보된 다음에 고려해야 할 방안으로 보인다. 

건물에너지 측면에서도 여름철 차양장치를 이용해 일사를 막고 겨울철 창을 통해 일사에너지를 건축물 깊숙이 들이는 등 일사에너지를 적절히 조절해 사용하는 것이 기밀성능 확보보다 우선순위가 될 것이다. 

창호측면에서 기밀성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명확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창호 시공순서를 보면 골조-마감-창호시공 등의 순서이기 때문에 창호와 골조 사이 기밀층을 형성할 수 없다. 이를 골조-창호-마감 순으로 시공하게 되면 창호와 골조 사이에 기밀테이프 및 방수테이프 시공이 가능하므로 기밀성능과 빗물로 인한 누수까지 해결할 수 있다. 

건물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결국 사람이다. 재실자의 정서적 만족감과 일사에너지 활용을 통한 에너지저감을 창호시공방법 개선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좋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올해 3월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2023~2042년)’ 정부안이 발표됐다. 건축부문에서는 저에너지 건축물과 그린리모델링 확대를 성과지표로 내놨는데 이행방안 중 하나로 ‘공사 후’ 검증이 아니라 ‘공사 중’ 검토할 수 있는 방안을 추가했으면 좋겠다. 

특히 그린리모델링의 경우 수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해결책을 찾기 까다롭다. 공사 중 과정을 수면 위로 떠올려 전체가 논의하고 개선하는 행태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