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Kharn 피플

임효재 호서대 지열인력양성센터장





“냉난방 시 탄소발생량은 지열에너지를 1이라고 가정할 경우 전기히터는 3.5배, 가스보일러는 4.91배, 기름보일러는 5.69배의 탄소를 배출합니다. 이에 따라 기존의 냉난방설비를 지열시스템으로 교체할 경우 획기적인 탄소배출량 감소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열에너지연구에 대한 일몰제 도입과 전기에너지에 지나치게 편중된 정책으로 인해 지열산업이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산업의 조화로운 육성을 위해 RHO나 RHI제도의 신속한 도입과 신재생열에너지에 REC를 부여하는 방안 등을 심도있게 연구하고 추진해야 합니다” 

호서대학교(총장 강일구) 산학협력단 산하 지열인력양성센터(GTEEC: GeoThermal Energy Education Center)는 2008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지열분야 핵심연구센터로 지정돼 지열분야 최신 기술개발과 지열관련 기업의 엔지니어를 위한 재교육 및 신규로 지열분야에 진입하는 인력의 전문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지열분야 산업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인프라는 물론 실무 재교육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개발 및 기술정보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하고 있다. 또한 지열전문기업의 기술지원과 국제협력을 통한 국내기업의 기술경쟁력 제고에도 앞장서고 있다. 

최근 지열인력양성센터 센터장으로 부임한 임효재 교수를 만나  그동안 센터 운영성과와 국내 지열시장 동향, 발전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그동안 인력양성 성과와 향후 과제는
2000년대 초기 지열냉난방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될 무렵 설비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설계 및 시공과 관련된 엔지니어의 절대 부족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및 전담기관의 지원 아래 호서대에 지열인력양성센터를 설립해 지열전문기업 재직자를 위한 입문교육 및 전환교육을 실시했다. 

지난 15년 동안 지열기술관련 현장실무인력양성을 위한 교재 및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총 100여건의 교육을 실시해 1,750여명의 교육생을 배출했다. 

또한 기술정보 DB구축을 위해 지중 유효 열전도도시험 및 그라우팅재 열물성시험을 수행하고 있으며 설계자문, 애로기술지원 등 지열관련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초기 10여년은 전문적인 교육이 활성화됐으나 최근 정부의 신재생에너지발전분야 편중지원으로 지열분야는 연구개발 및 보급 등 모든 면에서 어려움에 직면해있다. 

앞으로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황이 개선되면 지열분야 보급이 활성화되고 이를 사전에 준비하기 위한 인력양성이 시급한 실정이다. 또한 수직밀폐형 일변도에서 벗어나 개방형, 수평형 그리고 수열에너지활용분야까지 다양한 열원에 대한 교육범위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 열전도도 측정기관으로 인정받았는데 
지열인력양성센터 개설과 함께 기업의 기술지원 일환으로 현장 열전도도 시험을 수행했으며 이를 지열이용검토서에 반영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에서 제정한 시공기준 마련에 참여해 열전도도 측정 절차서를 작성하는 등 이와 관련된 측정노하우를 확보하고 있다. 

지열인력양성센터가 위치한 호서대 구내에 표준지열공을 설치해 국내 각 지열현장에서 측정한 약 500여건의 열전도도 측정값을 비교, 검토했으며 이를 근거로 전국적인 열전도도 분포도를 작성했다. 국내 대부분 지역에서 수직형 및 수평형에 대한 열전도도 시험을 수행했으며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정밀한 측정기술과 풍부한 데이터를 확보한 능력이 인정돼 2021년 11월 한국인정기구(KOLAS)로부터 국제공인시험기관 인정을 획득했으며 같은 해 12월 에너지공단으로부터 공인시험기관 지정을 받아 공식적인 열전도도 측정기관이 됐다. 이후 공공의무화사업에 필수적으로 적용되는 지열이용검토서의 지중열전도도 공인시험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올해는 개방형 지중열전도도 시험장치를 개발했으며 현재 KOLAS 인증을 받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제주도를 비롯한 특정지역의 개방형 지열설비의 기술지원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탄소중립이 가장 큰 이슈다. 지열분야의 역할은 
에너지경제연구원의 통계에 의하면 2020년 국내의 총에너지사용량은 2억9,208만TOE이며 이중 건물부문 에너지사용량은 3,319만TOE로 약 11%를 차지한다. 특히 건물부문 에너지사용량의 약 50% 정도가 냉난방에 사용된다고 보면 연간 1,660만TOE의 에너지가 사용된다. 

우리 지열센터의 분석에 의하면 냉난방 시 탄소발생량은 지열에너지를 1이라고 가정할 경우 전기히터는 3.5배, 가스보일러는 4.91배, 기름보일러는 5.69배의 탄소를 배출한다. 이에 따라 기존의 냉난방설비를 지열시스템으로 교체할 경우 획기적인 탄소배출량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 

미국 DOE는 지열냉난방시스템이 인류가 사용하고 있는 모든 냉난방시스템 중 가장 효율이 높다고 인정하고 있다. 미국 같은 선진국은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가 전체 에너지사용량의 50%에 육박한다. 산업용 에너지를 강제로 감축하면 공장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다. 이는 국가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다. 탄소중립이 피할 수 없는 길임을 고려할 때 건물에 지열냉난방시스템을 보급, 확대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탄소중립 추진 방안이라고 확신한다.

■ 지열 관련 협·단체 역할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현재 지열에너지산업 관련 공식적인 조직은 호서대 지열인력양성센터, 한국지열에너지협회 그리고 한국지열수열에너지학회 등이 설립돼 활동하고 있으나 산업 규모가 작은 이유로 국내 에너지시장이나 신재생에너지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미미하다. 2020년 기준 국내의 총에너지 생산량은 2억3,459만TOE 중 신재생생산량은 1,236만TOE(5.3%)다. 지열에너지 생산량은 24만TOE(0.1%)로 국내 에너지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작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최근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발전부문에 지원을 집중함으로써 지열과 같은 열에너지부문은 점점 더 비중이 축소되고 있다. 센터나 학회·협회의 임직원 및 가입 회원 수도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다. 이로 인해 이들의 목소리도 큰 반향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열산업을 발전시키고 성장시켜야 하는 것이 현재 지열분야에서 몸담고 있는 분들의 피할 수 없는 책임이다. 이에 따라 3개의 기관이 연합된 지열산업협의회(가칭 지열산업네트워크)를 구성해 여러 현안에 대해 적극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공기열원에 대한 신재생에너지원 지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데 
지열이든 공기열이든 각각 장단점을 갖고 있다. 각각의 건물들도 모두 위치도 다르고 에너지사용 패턴도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지열냉난방시스템만을 신재생에너지로 지정한 이유는 공기열원보다 효율이 월등히 높고 장기적으로 탄소중립으로 갈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지열냉난방시스템은 공기열원 냉난방시스템과 비교할 때 초기 투자비용이 4~5배 필요하다. 현재 공기열원시장은 신재생에너지 지정이나 정부 지원없이도 국내 냉난방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즉 월등한 시장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지정이나 보급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정책적 지원이 불필요한 실정이다. 만약 공기열원 히트펌프가 신재생에너지로 지정된다면 지열과 수열 등 열에너지뿐만 아니라 태양광, 풍력, 수소연료전지 등 모든 신재생에너지가 국내 시장에서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 지열산업이 침체기인데 
2000년대 초 신재생에너지 도입기에는 지열, 태양열 등 열에너지와 태양광, 풍력 등 전기에너지분야 비중이 서로 비슷하게 지원돼 각 원별 전문가와 기업들이 매우 적극적으로 신재생에너지보급 및 활성화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2010년 중반쯤 열에너지연구에 대한 일몰제 도입과 함께 보급에서도 전기에너지에 지나치게 편중되면서 원별 차이가 극명하게 표출됐다. 지열의 경우 연구개발 지원 중단으로 학교나 연구소에서 지열분야 연구가 사라지고 있어 지열을 배우려는 학생은 실종되고 지열전문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공급이 중단돼 현장 엔지니어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지열센터의 센터장을 하면서 지열전문기업의 대표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요청이 학생을 보내달라는 것이지만 R&D가 중단되면서 보낼 수 있는 학생이 전무한 실정이다. 지열산업 생태계가 완전히 망가진 상태에서 산업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제라도 열에너지에 대한 일몰제를 취소하고 연구개발을 활성화해 산업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  

또한 전기 생산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과도한 보급 확대로 전기생산량이 수요량을 초과해 일시적인 생산중단인 출력제어시간이 갈수록 증가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P2H(Power to Heat)라는 사업을 추진 중이나 신재생열에너지 입장에서 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값비싼 전기를 만들었지만 이를 사용할 곳이 없어 가장 값싼 열에너지로 다시 변환시키는 것이다. 발전설비, 발전 구매비용 등 많은 예산이 투입돼 결국 열로 만드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열분야는 산업 생태계가 소멸되고 있는데 전기분야에서는 설비과잉으로 전국적으로 민원이 쇄도하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제라도 정부 및 관련기관에서는 조화로운 신재생산업 육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RHO나 RHI제도의 신속한 도입과 신재생열에너지에 REC를 부여하는 방안 등을 심도있게 연구하고 추진해야 한다.

■ 수열산업에 대해 평가한다면 
지열과 수열은 열원의 차이만 있을 뿐 기술적 내용은 매우 유사하다. 최근 어렵게 도입된 수열에너지의 적극적인 보급을 위해서는 기술적, 제도적 시스템이 빨리 정착돼야 한다. 특히 첨두부하 해결과 시공비 절감 차원에서 지열과 수열의 융합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건물 주위에는 하천, 연못, 강 등이 인접해 있으며 도심에는 광역상수도가 통과한다. 이러한 천혜의 자원을 잘 활용함으로써 열에너지보급은 물론 탄소중립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수열에너지도 신재생에너지 지정 이전부터 일몰제 적용을 받아 다양한 연구개발이 불가능해 보급 확대에 큰 장애물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3면이 바다에 둘러싸여 있으며 4대강이 주요 도시를 관통하는 우리나라는 수열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국가 에너지정책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문제는 수열의 원천인 바닷물은 해수부가, 강물은 환경부가 주무부서이며 국가하천은 수자원공사가, 지방하천은 지자체가, 저수지는 농어촌공사가 관리주체로 돼 있어 체계적이며 효율적인 정책 수립 및 시행이 불가능하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정책을 총괄하는 부서에 수열에너지 관련 업무를 이관시켜 효율적으로 보급, 확산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재구성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에너지소비는 전기와 열의 비율이 4.3대 5.7로 전기보다 열로 소비되는 에너지가 더 큰 비율을 차지한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생산은 7.3대 2.7 비율로 열이 전기보다 매우 적다. 즉 수요는 열이 많은데 생산은 전기가 많아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이 발생되고 있다. 최근 신재생전기에너지의 과도한 보급에 따른 부작용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열에너지사용을 제한하고 전기에너지생산에만 편중된 정책으로 현재의 사태는 충분히 예견됐던 것이다. 이제라도 빨리 열에너지에 대한 연구개발 및 보급을 정상화해 관련 산업 생태계를 복원하고 예산대비 가장 효율 좋은 탄소감축정책을 펼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