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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성 축열설비발전협회 회장



“수요관리의 주요수단은 ESS보급, 전력대체 냉방확대, 수요자원 유연화(DR), 섹터커플링(P2H)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건물냉난방과 같이 최종 에너지소비형태가 열인 경우에는 전기저장보다 열을 저장하는 것이 효율, 경제성, 신뢰성에서 훨씬 우수합니다. 이에 따라 재생열에너지 보급에 있어서 축열기술은 다양한 온도의 열을 통합하는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가스와 축냉, 지열과 공기열, 태양광, 풍력, 태양열 등 개별기술이 대립해 싸울 것이 아니라 기후, 용도 등에 맞춰 최적의 조합을 만들어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상호보완적 역할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난 2018년 국가 에너지수요관리 및 전력수급에 기여하는 축열식 냉난방설비의 국내외 보급 및 시장활성화, 연관 기술개발에 기여해 국가경제 향상에 이바지하기 위해 축열설비발전협회가 설립됐다. 

축열설비산업은 한 때 200억원이 넘었던 지원금으로 호황기도 있었다. 하지만 2022년31억7,900만원, 2023년 31억9,700만원으로 동결됐으나 내년도 예산은 26억원으로 책정돼 매년 줄어드는 지원금으로 인해 어려움을 가중되고 있다. 위기의 축열설비산업의 현 상황과 개선방안에 대해 유해성 축열설비발전협회 회장(장한기술 대표)을 만나 들어봤다.

■ 축열설비발전협회 회장을 맡게 된 소감은
지금 우리는 디지털전환, 에너지전환시대에 서 있다. 축열설비업계는 지난 30년간 전력수요관리에 기여하며 기술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정책지원이 약화되고 업계의 경영환경은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축열기술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기술이며 앞으로 관련 산업의 변화와 새로운 시장의 요구에 따라 축열설비기술과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축열업계와 합심해 발전된 미래로 나아가는 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탤 수 있었으면 좋겠다.
 
■ 회장에 취임하면서 가장 먼저 생각했던 것은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업계에는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가진 우수한 기술자들이 많다. 우리가 공통으로 맞닥뜨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의 지혜를 한 곳에 모으고 서로 협의해 같이 움직이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래서 축열설비업계 내부에서 시작해 신재생에너지, 전력산업, 히트펌프, 건물에너지 등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설비운영자, 설계자, 연구소, 학회, 정부, 국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도 의견을 나누는 활동을 해 왔다. 앞으로는 이러한 소통을 보다 체계적이며 더욱 활발하게 전개할 생각이다.

■ 국내 축열시장에 대해 평가한다면
국내 축열시장은 1992년 한전의 심야전기(을) 요금제도 도입과 함께 여름철 냉방피크전력을 삭감하기 위한 축냉설비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축냉설비는 지난 30년 동안 약 7,000호에 보급돼 0.9GW 정도의 피크전력을 삭감했으며 보급실적은 연평균 40MW 정도였다. 

올해 초 발표된 제10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르면 2036년까지 전력수요 감축목표는 17.7GW이며 이중 부하관리에 의한 감축목표는 1.7GW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년 150MW 정도의 축냉설비를 보급해야 하며 이는 축냉설비 보급이 정점을 이뤘던 2007년 80MW(설치지원금 233억원) 실적의 2배에 해당한다. 축냉설비만 따져도 국내 축열시장의 잠재력은 상당히 크다. 앞으로 산업구조의 고도화(반도체, 전자, 통신, 로봇, 정밀기계, 바이오, 의약, 데이터센터)에 따른 생산설비의 냉난방수요 확대와 탄소중립을 위한 건물에너지의 전기화에 따른 신규시장 창출 등을 고려하면 지금보다 훨씬 큰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게 될 것이므로 매우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 하지만 축열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데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은 시장의 기대와 어긋나게 움직였다.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그린리모델링, 고효율설비 개보수, 신재생열에너지 의무화(RHO) 등이 활발하게 이뤄질 줄 알았다. 

그러나 태양광보급만 반짝했을 뿐 탄소중립을 위한 건물 열에너지부문의 기술발전이나 제도정비는 말만 무성하고 실질적인 진전은 너무나 더디다. 축열뿐만 아니라 재생열에너지, 고효율기기와 함께 기계설비 전반의 활력이 저조한 것은 이러한 외부적인 요인이 매우 크다. 특히  정책당국자와 소비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업계의 홍보부족, 현실안주 등도 간과해서는 안 될 또 하나의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 지원금 폐지 문제가 꾸준히 대두되고 있는데 
1992년 축냉설비가 도입됐으나 초기에 보급이 부진하자 정부는 2008년 중앙식 공조설비에 축냉식이나 가스냉방을 의무화했다. 그럼에도 2011년 여름철 냉방전력 피크로 정전사태가 발생하자 축냉설비에만 지원하던 설치지원금을 가스냉방기기, 지역냉난방(흡수냉동기)까지 확대했다. 이후 전력수급이 어느 정도 안정되자 전력수요관리 지원을 축소했다. 다시 2018년 폭염으로 전력예비율이 7%대로 하락하자 단기적으로 축냉설비보다 예산투입이 적게 들어가는 가스냉방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그러나 가스냉방은 1차 에너지 환산효율이 낮고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정책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문제를 뒤로 미루거나 상황을 악화시키는 잘못된 선택이었다. 전력수요관리는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정부와 한전이 종합적이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합리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일관되고 꾸준하게 추진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수요관리의 주요수단은 ESS보급, 전력대체 냉방확대, 수요자원 유연화(DR), 섹터커플링(P2H) 등을 들 수 있다. 발전설비의 재생에너지비중이 높아지면 출력 변동성 대응을 위한 유연성 자원의 확보가 필수적인데 전력공급 측면에서 백업설비를 배터리로 구축하려면 2036년까지 30~40조원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물냉난방과 같이 최종 에너지소비형태가 열인 경우에는 전기저장보다 열을 저장하는 것이 효율, 경제성, 신뢰성에서 훨씬 우수하다. 그동안 전문가들과 깊게 의논해 축열설비와 관련한 시장현황과 향후 발전방향을 정리해 정책당국에 충분히 건의했으므로 바람직한 개선책이 마련되리라 기대한다. 축열기술의 중요성과 역할확대는 필연적인 대세이므로 정책지원 복원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 시장 활성화를 위해 가장 먼저 개선돼야 하는 것은
축냉설비의 효율, 경제성, 지원정책 등과 관련해 시장에 퍼져있는 잘못된 정보와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축열업계의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이 급선무다. 축열업계와 관련 전문가들이 현장의 실태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고 정보와 데이터를 공유하고 먼저 스스로 자신감을 회복해야 한다. 

그동안 정책당국과 설비업계 전반에 축열설비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시키지 못해서 관심에서 소외되고 정책지원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제부터는 소비자와 외부의 이해관계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오해를 풀어야 한다. 또한 탄소중립에서 축열설비의 중요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정책과 제도 수립, 실행에 적극적으로 의사를 반영해야 한다. 다가오는 에너지시장 변화에 따라 축열기술도 더욱 진화해 기술이 제도를 만들고 제도가 새로운 기술을 육성하는 선순환의 밝은 미래를 같이 만들어 가도록 해야 한다. 

■ 이슈인 탄소중립과 에너지비용 상승에서 축열시스템의 역할은
탄소중립을 위한 세계적인 해법은 전기생산의 재생에너지화와 열에너지생산의 전기화(Electrification)라는 두 가지 수단으로 요약된다.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논의는 발전(에너지 전환)부문에 집중돼 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수입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열에너지분야의 탈탄소화 방안과 구체적인 실행대책을 시급하게 추진해야 한다. 

건물부문의 에너지사용은 도시가스가 34.9%로 주로 난방용이며 냉방과 조명, 환기 등에 사용되는 전기비중은 43.7%다. 국토부는 건물부문의 온실가스를 2030년까지 32.8%, 2050년까지는 88.1%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는 직접배출만을 대상으로 하고 전기(에너지 전환)는 고려하지 않은 수치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난방설비로 가스(화석연료)사용을 금지하는 규제가 이미 시행되거나 도입 중이다.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가스를 주로 하는 난방에너지의 50%를 전기화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히트펌프로 난방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공기열원 히트펌프의 획기적인 성능개선, 가격인하가 필요하다. 미국DOE는 한냉지 히트펌프 기술혁신 프로그램을 추진해 상당한 성과(-15℃에서 난방용량이 정격조건의 100% 이상이며 COP는 2.4 이상)를 거두고 있다. 히트펌프는 축열조와 연계하면 안정적으로 고효율운전을 할 수 있다. 

특히 도심의 대형건물에서는 히트펌프에 필요한 열원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건물에서 버리는 열에너지를 축열조로 회수하는 축열조열원 히트펌프(Storage source Heat pump)방식이 제안되고 있다. 겨울철 대형건물의 난방부하는 아침에 예열운전(Warm-up) 시 가장 높으며 오전에 기온이 올라가면 건물내부(Interior Zone)는 실내 발열때문에 냉방이 필요하다. 이럴 때 지금까지는 내부존을 담당하는 공조기가 외기를 도입해 Free-cooling을 해 왔으나 앞으로는 이를 히트펌프 냉동기로 회수해 축열조에 저장했다가 다음날 난방 예열운전시 히트펌프열원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건물부문뿐만 아니라 산업용 열에너지를 히트펌프로 대체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우선은 농수산업, 식품, 유통, 제지, 섬유 등 저온의 산업 열공정부터 히트펌프로 대체하게 될 것이다. 이때에도 축열기술은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기술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 글로벌 축열시장 동향을 평가한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설치의무화는 설치만 확인할 뿐 운영상 효용성을 확인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일에는 미흡하다. 지역냉난방에 신재생에너지를 결합하도록 의무화하면 실제 운영현황 파악이 가능하다. 유럽은 지역난방 또는 열병합발전으로 난방하는 경우 신재생 대체설비로 인정하며 지역냉난방을 에너지효율 향상 및 재생에너지보급 확대의 핵심수단으로 삼고 있다. 기존의 지역난방을 저온 활용(30~70℃)의 4세대 지역난방으로 전환하거나 지역난방 배관망을 이용해 히트펌프를 활용해 지열, 태양열, 배열, 폐열, 폐기물 소각열 등을 통합함으로써 재생에너지를 보다 폭넓게 이용할 수 있다. 지역냉난방은 다양한 에너지원을 적용할 수 있는 기술적 유연성이 강하고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있다. 대기오염을 저감하거나 탄소포집 기회도 가질 수도 있으므로 다른 방식에 비해 탄소중립 달성에 훨씬 유리하다. 

대규모 지역냉난방이 아니더라도 도심에서 열수요 형태와 시간이 서로 다른 건물간 소규모 네트워크를 통해 열을 거래하는 구역냉난방방식도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다. 양방향 열에너지 네트워크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열에너지 저장기술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이외에도 태양열발전과 전력산업을 위한 고온축열, 태양광 출력제한 완화를 위한 P2H용 열화학축열, 저온유통(콜드체인)분야의 PCM 등 다양한 축열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 친환경에너지와 축열시스템 결합은 가능한가
2016년 발표된 ‘EU 냉난방전략’은 신축·개보수 건물의 에너지효율기준 강화, 신재생열에너지 비중 확대, 냉난방시스템 제어성능 향상, 재생에너지발전 및 지역냉난방 확대 등을 주된 내용으로 삼고 있다. 유럽을 비롯한 호주, 미국 등에서 신재생열에너지 공급의무화(RHO)제도 도입이 활발하다. 이는 에너지의 최종 사용형태로 보면 열에너지비중이 높은 만큼 RHO제도가 탄소배출을 저감하는 직접적이며 효과적인 정책수단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또한 태양열 냉난방을 의무화하는 나라도 10여개 국가에 이른다. 재생열에너지 보급에 있어서 축열기술은 다양한 온도의 열을 통합하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재생에너지는 간헐적으로 생산돼 소비되는 장소와 시간에 항상 격차가 존재해 축열설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미활용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해서도 태양광발전의 잉여전력 활용을 위한 P2H 섹터커플링에서도 축열조는 필수 요소기술이다. 지열, 태양열을 대규모로 경제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지중축열(BTES), 대수층축열(ATES) 등 계간축열기술도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다. 

■ 올해 사업계획 및 중장기 비전은
그동안 축냉사업의 역할에 대해 한전, 정부, 공조업계, 심지어는 축냉사업자까지 모두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도록 방치해 왔는데 올해는 이를 회복하는데 주력해 왔다. 이제 축열업계 내부를 살펴 품질과 서비스수준을 소비자가 감동할 수 있도록 획기적으로 개선시켜야 한다. 이것은 한두개 기업만 변화해서는 안되고 업계 전반의 수준이 확 달라지게 향상돼야 한다. 축열협회가 중심이 돼 고객만족, 공동마케팅, 공통 애로기술 해결을 선도하고 회원사들의 경쟁력 제고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도록 노력하겠다. 

또한 축열업계의 발전방향에 대해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시장변화에 따라 여러 산업분야에서 필요한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 서비스를 미리 준비하도록 기술개발을 촉진하고 정책과 제도의 변화를 예측하고 정책당국과 지속적인 교류로 시장과 현장의 실상을 적극 전달하면서 초기시장을 형성하는 촉매역할까지 할 수 있다면 최선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2050 탄소중립 달성은 전 세계적으로 어려운 과제다. 우리나라는 겨울이 춥고 아파트가 많으며 개별 가스보일러로 바닥난방을 하는 독특한 여건 때문에 건물부문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데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많다. 가까운 장래에 탄소세 도입, 에너지가격의 원가연동이 본격화되면 국민생활과 산업전반에 커다란 경제적 부담이 될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 조만간 가스냉난방은 히트펌프로 전환해야 하며 수소를 난방연료로 이용하는 것은 빠른 시일 내에는 현실화되기 어렵다. 지금부터라도 비교적 도입이 쉬운 건물부문과 저온의 산업공정열에 히트펌프와 축열시스템이 확대, 보급될 수 있도록 제도와 정책 수립, 실행에 적극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 

축열설비는 설치공간이 많이 필요하고 건물신축 시 공간을 확보하지 않으면 50년 이상 건물의 수명기간 도중에 설치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초기투자와 설치공간을 제공하는 건물주가 충분히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적절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가스와 축냉, 지열과 공기열, 태양광, 풍력, 태양열 등 개별기술이 대립해 싸울 것이 아니라 기후, 용도 등에 맞춰 최적의 조합을 만들어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상호보완적 역할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