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탄소중립이 불가능할 전망입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올해 1분기 ‘2022 장기에너지전망’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현재 에너지정책을 유지하면서 목표에 따라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간다고 하더라도 온실가스 배출은 줄일 수 있을지언정 2050년 탄소중립은커녕 2030년 NDC 목표달성에 조차 크게 미치지 못할 전망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과학기술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보유한 기술만으로는 안되며 가히 혁신적인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야만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탄소중립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최근 발표한 ‘한국형 탄소중립 100대 혁신기술’은 의미가 큽니다. 탄소중립을 위한 혁신기술을 개발해 초격차, 신격차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는 인류를 위한 탄소중립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완전한 선진국으로 앞서나가기 위한 초석입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발표·실행하는 조치를 감안하면 이러한 기대감이 물거품이 되지는 않을지 우려가 큽니다. 정부가 최근 확정한 ‘2024년 국가 R&D사업 예산안’은 21조5,000억원입니다.
올해대비 무려 14%(3조4,000억원) 삭감돼 2021년 예산으로 회귀했습니다. 국가 R&D예산이 삭감된 것은 1991년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그 어려웠다던 1998년 IMF나 2008년 글로벌 재정위기 당시에도 삭감되지 않았던 R&D예산입니다. 국가 R&D는 매년 소폭이나마 증가해왔기 때문에 과학기술계에서는 이번 삭감 조치에 대해 할말을 잃은 표정입니다.
삭감배경에 ‘카르텔’이 있다는 정부의 설명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과학기술계의 카르텔을 질타하며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는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R&D 카르텔 예산삭감’이 아니라 ‘모든 R&D예산 일괄삭감’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국내 과학기술계는 내년도 정부의 R&D예산 삭감에 대해 편견과 졸속으로 마련된 정책으로는 담대한 미래를 견인할 수 없다며 ‘원점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국가 R&D예산 축소로 출연연이나 기초연구 예산도 삭감돼 능력있는 젊은 연구원들의 이탈조짐도 보이고 있어 국가 미래에 어둠이 드리우고 있습니다.
전 세계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기술경쟁이 보다 강화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닙니다. 잘못된 선택이 국가 미래를 좀먹고 어렵게 올라온 선진국 대열에서 멀어지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정부가 말하는 카르텔이 있다면 잘못된 부문을 정확히 설명하고 핀셋으로 잘못된 부분만 걸러내야 합니다. 전 과학기술계를 싸잡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비춰지게 만드는 것은 그동안 국가 발전에 노력해 온 과학기술계 모두를 욕보이는 것입니다.
정부R&D 예산은 미래세대를 위한 먹거리의 씨앗이므로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탄소중립이라는 어려운 목표를 향해 묵묵히 걸어왔던 우리 업계도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칸kharn도 탄소중립 필요성을 알리고 정책을 감시하며 국내·외 신기술·신제품, 전향적 정책을 소개하는 언론으로서 정론직필을 이어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