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1 (목)

  • 구름조금동두천 12.8℃
  • 맑음강릉 14.2℃
  • 맑음서울 13.5℃
  • 구름조금대전 13.9℃
  • 구름조금대구 14.8℃
  • 맑음울산 14.5℃
  • 구름조금광주 14.2℃
  • 맑음부산 15.8℃
  • 구름조금고창 14.1℃
  • 구름많음제주 16.7℃
  • 맑음강화 13.4℃
  • 구름많음보은 12.7℃
  • 구름조금금산 13.8℃
  • 구름조금강진군 15.2℃
  • 맑음경주시 15.5℃
  • 맑음거제 13.5℃
기상청 제공

이우제 국토교통부 건축정책관



지난해 11월30일~12월12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개최된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는 2015년 파리협정체결 이후 처음으로 지구온도상승 억제 목표인 1.5℃ 달성을 위해 그간 전 세계가 시행해 온 정책을 평가하는 ‘전 지구적 이행점검(GST: Global Stocktake)’을 시행했다.

이날 채택된 전 지구적 이행점검 결과문은 에너지시스템을 화석연료로부터 완전히 전환하려는 노력에 착수할 것과 2030년까지 전 지구적으로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로, 에너지효율을 2배로 증대할 것을 촉구했다.

COP28에서 이뤄진 이러한 움직임은 그만큼 전 지구적 기후변화가 심각한 수준이며 탄소중립이 대단히 시급하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있다.

사이먼 스틸(Simon Stiell) UN 기후변화 사무총장은 폐막연설에서 “오늘까지 화석연료 시대의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는데 이에 대한 결과는 종말의 시작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40%에 육박하는 비중을 차지하는 건물부문 역시 보다 발걸음을 빨리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2018년 이후 꾸준히 감소해온 우리나라 건물부문 탄소배출량은 2021년, 2022년 연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신축건물 제로에너지빌딩(ZEB) 의무화, 기축건물 그린리모델링(GR) 활성화를 기조로 다양한 정책과 제도가 시행됐으며 공공‧민간의 R&D 및 기술확산 노력이 이어지며 성과를 보였으나 이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이처럼 국내‧외적으로 건물부문 탄소중립에 중대한 시기를 맞아 국토교통부는 2024년 새해에 기존 제도를 정비하고 보다 효과적인 새로운 정책들을 준비하고 있다.

ZEB인증제도 개편은 물론 GR의무화를 위한 토대를 닦을 예정이며 민간 GR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정책을 고민하고 있다.

최근 국토부 건축정책관으로 부임한 이우제 건축정책관을 만나 새해를 맞아 국토부의 녹색건축 관련 정책방향을 듣고 새로운 제도에 대한 배경과 의미에 대해 들었다.

이우제 건축정책관은 고려대 토목환경공학과를 졸업하고 철도국 광역도시철도과장, 철도정책과장에 이어 기획조정실 정책기획과장을 거쳤다.


■ 건물부문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은
국토부는 2023년 4월 탄소중립 녹색성장 위원회를 중심으로 전 부처에서 발표한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 건물 및 수송부문의 2030 NDC와 2050 탄소중립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이중 건물부문의 탄소중립을 위해 우리 부에서는 ZEB와 GR을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신축건물의 에너지성능 개선을 위해 ZEB 확산을 성실히 이행 중이다. 지난해에는 ‘녹색건축물 조성지원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공공부문에서 신축하는 건물의 ZEB 5등급 이상 인증 의무대상을 확대했으며 인증대상 확대에 따른 업무를 분담하기 위해 인증기관을 추가로 지정했다.

올해에는 2025년부터 일부 용도와 규모에서 신축 공공건축물의 인증 의무등급을 기존 5등급에서 4등급으로 상향하는 것을 검토할 예정이다. 또한 그간 유지돼온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제도 통합과 관련한 추진체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또한 기축건물 에너지성능 개선을 위해 GR사업도 추진 중이다. 공공부문에서는 올해 어린이집, 보건소, 병원, 경로당 등 4가지 용도에 대해 노후건축물을 정비할 계획이며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 예정인 GR의무화를 준비하고자 한다.

민간부문에서는 2014년부터 지난 10년간 GR 시 이자 일부를 보전해주는 이자지원사업이 마중물 역할을 해왔으나 최근 고금리 기조가 이어짐에 따라 실적이 저조해졌다. 이에 따라 올해는 향후 GR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전환기로 연구용역을 통해 신규 사업모델을 마련할 계획이다.

■ ZEB 활성화를 위한 정책방향은
국토부는 에너지성능이 우수한 건축물을 ZEB로 정의하고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인증제도 운영과 설계기준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먼저 그간의 정책을 짚어보면 ZEB활성화 추진방향과 속도를 압축적으로 담은 ‘ZEB의무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발표된 일정에 맞춰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로드맵은 2014년 최초 수립됐으며 대상 및 일정 수정을 거쳐 현재의 모습으로 개정됐다.

로드맵은 공공건축물과 민간건축물로 구분되며 공공건축물은 인허가 기준보다 강화된 에너지성능기준을 선도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ZEB인증을 의무화하고 있다.

공공건축물의 ZEB인증 의무화는 2020년 최초 시행됐으며 신축하는 연면적 1,000㎡ 이상인 건축물의 ZEB 5등급 이상 취득이 의무화돼있다. 2023년부터는 그 대상을 연면적 500㎡ 이상, 공동주택 30세대 이상으로 확대했다. 

2025년부터는 일부 규모 및 용도의 공공건축물은 ZEB인증 취득의무등급을 5등급에서 4등급으로 상향할 예정이다. 대상 규모는 연면적 1,000㎡ 이상이며 적용대상이 될 용도는 검토 중으로 등급 상향 가능성, 에너지절감 효과 등을 고려해 올해 상반기 중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민간건축물은 설계기준 강화를 통해 건축물의 에너지성능 기준을 강화하고자 한다. 민간건축물의 에너지성능을 강화하되 부수적인 비용발생 및 인허가 지연 최소화를 위해 인증이 아닌 설계기준의 강화를 방향으로 준비 중이다.

우선 2025년 말 연면적 1,000㎡ 이상 신축건축물을 대상으로 설계기준을 강화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체크리스트 형식인 EPI와 에너지소요량을 평가하는 총량제가 함께 운영되고 있었으나 2025년 설계기준 강화 시에는 에너지소요량 평가제도가 전면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로드맵 상 2024년 시행될 민간 30세대 이상 공동주택의 설계기준 강화는 주택건설공급과 소관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도 건물에너지 관련 주요 선진국인 독일과 같이 건축물의 설계기준이 에너지소요량 평가로 전환돼 신축건축물의 에너지 성능이 정량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 ZEB인증제 통합을 추진 중인데
국토부는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과 ZEB인증제도 통합을 준비하고 있다.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과 ZEB인증제도는 제도의 평가 방법과 목적이 유사하나 제도시행 시기의 차이로 인해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은 2001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최초로 시행됐으며 2010년부터는 산업부와 국토부가 공동운영 중으로 최하 등급인 7등급부터 최고 등급인 1+++등급까지 총 10개 등급으로 구성된다.

ZEB인증제도는 2017년 최초로 시행됐으며 국토부와 산업부가 공동운영하고 있다.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1++등급 이상을 취득하고 건축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을 설치한 건축물을 대상으로 신재생에너지설비 설치에 따른 에너지자립률에 따라 최하 등급인 5등급부터 최고 등급인 1등급까지 총 5개 등급으로 구분해 부여하고 있다.

그간 ZEB인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유사 인증제도인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의 취득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에 두 인증제도의 통합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2년간 연구용역을 통해 합리적인 통합안을 마련하고 지난 2022년 산업부와 인증제도 통합에 대한 협의를 완료했다. 또한 2023년 하반기 진행된 6개 권역별 정책 설명회를 통해 통합안을 공개하고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다.

통합안이 시행되면 인증에 대한 행정편의가 개선될 것으로 보이며 인증에 소요되는 시간도 단축될 것으로 기대한다. 인증제도 통합안의 시행 시기는 2025년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인증제도 간 통합 외에도 전문가들이 다양한 제도개선 관련 제언을 보내주고 있다. 대표적으로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제도 중 인증건축물이 아닌 대지에 신재생설비를 설치하고 이를 인정받을 수 있는 ‘off-site 신재생에너지 인정’ 제도나 건축물의 에너지요구량 절감을 위한 열교차단기준 강화, 건축물의 에너지소요량을 절감할 수 있는 고효율 설비도입 등이 있다.

국토부는 이러한 다양한 제안에 대해서 건축물의 에너지절감효과, 정책반영 가능성 등을 전문가들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단기간 내 해결은 어렵지만 실효성 있는 제도가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기축건물 GR 정책방향은
공공건축물 GR은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돼 노후된 공공건축물 중 취약계층이 많이 이용 중인 어린이집, 보건소, 병원을 시작으로 작년에는 도서관과 경로당에도 공사비를 지원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총 2,908건의 공공건축물이 선정돼 국비 약 8,000억원을 포함한 약 1조2,000억원의 공사비가 지원됐다. 올해는 국가 재정상황을 감안, 비용 효율적인 사업진행을 위해 대상 용도를 어린이집, 보건소, 병원, 경로당 등 4개로 조정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녹색건축물 조성지원법(녹색건축법)’ 개정을 통해 공공건축물의 GR의무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GR의무화 관련해 2022년부터 제도시행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해왔으며 2023년에는 의무화에 대한 추진체계와 평가방법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2024년에는 구체적인 법령개정(안)과 하위지침 및 기준 등을 마련하고 2025년에 녹색건축법을 개정하는 것이 목표다.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므로 구체적으로 제도시행 방향 및 절차에 대해서는 공개하기 어려우나 올해 연구가 완료되면 내용을 상세하게 정리해 공청회 및 전문가 간담회 등을 통해 모든 국민에게 관련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 건물탄소중립은 민간부문 GR활성화가 관건임에도 이자지원사업이 일몰됐는데
건물부문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민간 노후건축물의 에너지효율 개선이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부분이다.

국토부는 2014년부터 10년간 민간건축물의 에너지성능개선을 위해 민간건축물 GR 이자지원사업을 추진해왔다. 지난 5년간 연평균 약 1만여건의 건축물에 GR을 통해 에너지성능을 향상시키는 등 건물 탄소중립에 기여했으나 최근 금리 상승과 전반적인 공사비용 상승 등에 따라 민간부담이 증가하면서 신청 건수가 감소했다.

또한 공동주택 창호교체 위주로 사업이 추진되다보니 온실가스 감축에 더 효과적인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어 올해는 새로운 사업모델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다.

건축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노력뿐만 아니라 각 지자체는 물론 민간에서의 노력도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시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약 70%가 건물에서 발생하는 만큼 건축물 온실가스 등급제 시범도입 등 자체적인 노력을 많이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토부에서도 이러한 정책 방향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규제적 성격이 있는 제도를 도입하는데 있어 각 지자체마다 처해있는 사회적인 상황과 경제적인 여건이 다르기에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자체 관계자들과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제도 추진 과정에서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등 건물부문 탄소중립을 달성하는데 있어 동반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그밖에 민간GR 활성화를 위한 정책은
민간섹터에서 자발적으로 건축물의 에너지성능 개선사업을 독려하기 위한 ‘건축물 에너지성능정보 공개제도’는 녹색건축법 제18조에 근거해 100세대 이상 공동주택, 연면적 2,000㎡ 이상 업무시설과 같이 특정 용도의 일정규모 이상 건축물로 하여금 건축물의 연간 에너지사용량 등을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다.

정보공개를 통해 민간에서 각 건축물들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에너지를 사용하는지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발적인 에너지효율 개선사업을 위한 판단 근거로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향후 공동주택은 30세대 이상, 업무시설은 연면적 1,000㎡ 이상인 경우 에너지성능정보를 공개하도록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보다 작은 규모에서는 정보 누락 및 이상치 발생으로 인해 제도 도입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며 다른 용도 건축물로의 확대는 필요 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상세분석을 통해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최근 민간에서는 기업의 환경적, 사회적 공헌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기업가치를 산출하는 ESG 경영평가가 확대되고 있다.

건물부문에서도 ESG 경영평가와의 연계를 통해 기업이 건물의 성능개선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등 탄소중립 활동에 대한 환경적 공헌과 중소기업 및 취약계층과의 상생 노력에 대한 사회적 공헌이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새해를 맞아 업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선 녹색건축을 통해 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책임지는 업계의 모든 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건물부문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8년 최고치를 달성한 이후 2020년까지 감소했다가 다시 상승하기 시작해 2022년 기준 전년대비 3% 상승하는 등 다른 부문에 비해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각종 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상승이 난방비 부담으로 이어지면서 많은 국민들도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국토부는 앞서 말씀드린 여러 정책을 바탕으로 건물의 에너지효율화를 통한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과 국민 생활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비록 현재는 상황이 조금 어렵지만 업계에 종사하고 계신 많은 관계자분들께서도 후손 세대를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노력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4년 갑진년 새해에는 더욱 좋은 일들만 가득하길 바라며 가정에 화목과 행운이 충만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