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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조요소 내진설계 의무화 지진피해 최소화한다

설계대가 인식도↓… 합리적인 품셈기준 마련 시급
기계설비 특성‧설치기준 부합한 내진설계기준 필요
디지털 기반 비구조요소 내진설계시스템 구축 전망



최근 수년간 전 세계에 걸쳐 규모 5.0 이상 중대 규모의 지진발생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국토안전관리원에 따르면 2020~2022년 최근 3년간 전 세계 지진발생건수는 연평균 1,575.7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7~2019년 직전 3개년 평균 1,449건에 비해 연 126건 이상 지진이 더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크고 작은 규모의 지진이 잇따르면서 건축물 내진설계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물론 건축물 구조체에 부착돼 건물의 구조부재를 제외한 모든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건축물이나 시설물의 구성요소 중 외부하중을 지지하지 않는 비구조요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각국에서 발생한 지진사례에서 피해의 대부분이 비구조요소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2016년 발생한 경주지진 피해의 절반이 비구조요소 손상에 의해 발생했으며 총 9,352건의 피해신고 중 4,678건이 지붕, 수도배관, 유리파손 등 비구조요소 손상에서 비롯됐다. 특히 지진피해가 발생했던 경주에서는 218개 초·중·고교 가운데 102개(46.8%) 학교에서 천장 타일이나 조명시설 등 비구조요소 손상에 따른 피해가 발생했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일반적으로 구조물 손상에 따른 피해가 가장 크다는 인식과는 달리 실제로는 비구조요소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가 다수를 차지하며 이로 인한 인명피해도 많이 발생했다. 

최근 한반도에서 빈번하게 지진이 발생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2016년 재산피해 110억원, 인명피해 23명을 야기한 규모 5.8 경주지진과 2017년 인명 135명, 재산 850억원의 피해를 입힌 규모 4.1 괴산지진, 지난해 규모 3.7 강화지진, 올해 초 규모 3.8 제주지진 등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라고 할 수 없다. 이번 기획에서는 최근 잦아지는 지진발생에 따라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비구조요소 내진설계 법제현황을 바탕으로 비구조요소 내진설계 의무화 필요성을 짚어보고자 한다.  


비구조요소 내진설계 필요성 증대 
국토교통부는 2018년 11월9일 ‘건축물의 구조기준 등에 관한 규칙(이하 건축물 구조기준규칙)’ 개정을 통해 비구조요소 정의를 신설하고 이 규칙 제4조(안전성)에서 지진 안전성 확보대상을 명시했다. 검토시점은 별지 제1~3호 비구조요소 비고란에 ‘공사단계에서 확인이 필요한 비구조요소를 기재한다’고 규정돼 있다.   

비구조요소에서 내진설계는 시공자가 작성한 시공상세도를 설계자료를 바탕으로 이에 대해 내진성능을 적합하게 발휘할 수 있는지 책임구조기술자가 검토하고 안전성을 확인하는 것을 의미한다. 비구조요소 내진설계에서 설계는 시공자가 작성한 시공상세도서인 대상을 의미하며 내진은 그 설계(시공방법)가 내진성능을 확보하는지 검토하는 수준, 목표를 뜻한다. 

지진 발생 시 비구조재인 비구조요소와 건물외구조물로 인한 인명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건축물 구조기준규칙에 따라 2019년 제정된 ‘건축물 내진설계기준(KDS 41 17 00)’에서 정하는 방법으로 내진설계를 통해 지진에 대한 안전성을 검토‧확인해야 한다. 

경주지진 및 포항지진 이후 ‘지진방재 개선대책 수립을 위한 전문가 자문회의’에서 건축물 관련 설비의 내진설계 강화 의견이 제기됐으며 2018년 지진방재 개선대책 마련 시 비구조요소 내진설계 의무를 법령에서 명확히 규정하고 내진설계 이행 확인절차 마련을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행정안전부가 2017년 발간한 포항지진백서는 비구조재가 내진설계 의무를 법령에서 명확히 규정하지 않아 일선현장에서 비구조재에 대한 내진설계가 잘 지켜지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백서는 개선방안으로 지진발생 시 전도 및 탈락 등으로 인명 안전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위험물질 저장, 지지요소 등 비구조재의 내진설계 의무사항을 법령에서 규제할 것과 함께 내진설계 이행확인 절차 마련도 제안했다.  


산업단지의 시설물 및 설비의 내진성능평가에 대한 연구는 해석 및 시험을 모두 포함해도 충분한 사례가 없어 구조물 및 설비에 대한 내진성능이 명확히 평가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기존 건축구조기준에서 설계하는 방식과 같이 구조요소와 비구조요소를 나눠 비구조요소를 부가적인 요소로 취급해 설계하는 방식이 보편적이며 최근 비구조요소 내진설계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현행 설계단계에서 건축물 내진설계기준을 근거로 책임건축구조기술사가 기계설비설계에 참여해 설계단계별 검토 및 성과물을 직접 작성하는 사례는 전무하다. 

업계의 관계자는 “건축 시 기계설비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설계경험이 있는 사람이 설계를 진행해야 한다”라며 “이때 대상 건축물을 설계한 구조기술사가 비구조요소에서 발생되는 지진하중을 검토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축주(발주처) 및 건축사 등이 내진대상 건축물에도 기계설비 용역사에서 추가 내진설계에 대한 대가없이 설계도서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 경우 설계공법 상세도와 설계예산, 공사시방서 등만을 간단히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기술자는 용역대가에 대한 지급없이 협업 설계지원을 할 수 없으므로 엔지니어링 및 기술사사무소에 등록되지 않은 제조사를 통해 설계도서를 납품함으로써 예산누락, 공법 계산방식 상이, 특정제품에 대한 시방적용 등 문제가 초래되고 있다. 

현재 기계설비 내진설계기준은 표준시방서만 있으며 설계기준인 KDS 41 17 00 18장에서 비구조요소 항목 일부만 기재된 실정이다. 현재 소방, 전기, 가스분야는 재난설계기준이 정립돼 활용되고 있지만 기계설비분야 내진설계기준이 정립되지 않아 기계설비법에 맞는 기계설비 특성 및 설치기준에 따른 내진설계기준이 제정돼야 한다. 

지난해 10월 국토부는 대한설비공학회에 ‘내진설비 설계기준(KDS 31 70 20)’ 제정안을 발주해 △내진설비 설계기준 필요성 △제정 사유 △근거 및 출처 △제‧개정 결과 △용어의 정의 △내진설계 절차 등을 포함한 용역보고서를 제출받았다. 이 보고서는 대한설비설계협회 및 관련산업계의 의견을 청취해 작성됐으며 기계 비구조요소 내진설계에 대한 기본사항과 기계설비 관련 내진설계 일부 기준을 포함하고 있다.        

설계기준 마련 시 체계성‧정밀성 전제 필요  
비구조요소는 빠른 변화 속에 형태와 제원을 달리해 개발되면서 새로운 기술과 연구결과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기계설비 내진설계에 필요한 적정기술지원을 위해 정부는 기계설비 내진설계 연구용역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특히 기계 비구조요소 설계기준 마련 시 체계성과 고도의 정밀성이 전제돼야 한다. 재난피해가 발생할 경우 그때만 중요한 화두로 인식해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것이 아닌 해외규격 및 선진사례를 과제화해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연구결과는 공유, 홍보를 통해 설계단계에 반영하는 한편 해외공법과의 기술격차를 해소하고 선진공법의 경험적 시공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진 특등급 구조물은 지진 후에도 기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며 내진 특등급 구조물 내 기계설비는 중요도계수 =1.5로 적용돼야 한다. 기능유지가 필요한 기계설비에 대해 제조사는 정밀해석과 진동대시험 등을 통해 해당 설계지진 시에도 유해물질이 유출되지 않음을 증명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진동대 내진시험을 치를 수 있는 KOLAS 인증시험기관이 증가하고 있다. 단체인증이 가능한 기관은 기계설비별 내진성능 인증기준을 제정해 인증된 제품이 기계설비 내진설계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진피해사례를 살펴보면 기계장비 이동이나 이탈, 장비와 연결된 배관 파손 등이 큰 피해를 야기한다. 건축구조기준에는 기계기초에 대한 내진부문이 언급되지 않아 기계기초에 대한 내진설계가 누락되거나 생략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기계설비 내진설계분야도 지속적으로 기술적인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새로운 재료 및 구조시스템, 분석방법 등이 개발되고 있으며 이를 실제 적용하는 데는 도전이 필요하므로 이에 대한 제도 및 보상이 요구된다. 

비구조요소 내진설계는 건축예산을 확보하는 단계에서 진행되며 실시설계 단계에서 수정‧보완을 거쳐 확정된다. 설계, 검토 및 승인권한이 건축구조기술사로 한정돼 있다. 건축구조기술사는 기계 및 전기 등에 대한 전문지식 부족으로 설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구조요소 내진설비 설계 및 책임은 관련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미 소방청은 소화설비 내진설계에 대해 독립적인 설계방법을 적용하고 있으며 소방기술사가 내진설계에 대한 최종 검토 및 승인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비구조요소 내진설계 시 설계 및 엔지니어링 등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산정, 지급돼야 한다. 법제를 통해 실비정액방식의 비구조요소 설계 및 엔지니어링 품셈기준을 마련하고 기계설비 용역사와 협업해 이해관계가 상충되지 않도록 공유함으로써 시공이 가능한 설계성과를 제공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기계설비 내진설계에 대한 검토 및 감독체계를 강화해 설계과정에서 오류나 부적절한 설계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내진설계 책임기술자의 참여, 권한과 책임 등이 수반돼야 한다. 

건축물 구조기준에서 내진 특등급에만 적용됐던 비구조요소 내진설계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내진 1등급 대상인 아파트, 복지시설, 공연장 등에도 확대, 적용돼야 한다. 

이와 함께 현재 관공서, 병원, 학교 등 내진 특등급과 내진 1등급, 2등급 대상 건물 등은 내진설계 중요도계수에 따라 분류돼 비구조요소 내진설계가 적용되고 있으나 실상은 건축주가 임의대로 비구조요소 내진설계를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모든 내진 특등급 대상 건물조차도 비구조요소 내진설계가 의무화되지 않아 실제 지진발생 시 생길 수 있는 2차 피해 등으로 인한 재산, 인명피해 등이 예상된다.

현재 건축분야에서는 AI 기반 설계검토프로그램이 개발, 도입돼 현장에서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현재 건축분야에서 BIM 기반 설계가 도입, 활성화되고 있기에 향후 디지털화 기반으로 사전 설계단계부터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설계 검토프로그램 도입이 예측된다. 

이러한 정밀한 설계 프로세스를 통해 내진설계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불필요한 인적‧물적 자원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시공사, 설계사, 건축구조기술사 등이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다.   
   
소방과 전기 비구조요소에 대한 체계는 관련법제와 기준마련 측면에 있어 기계 비구조요소에 비해 많이 진척돼 있다. 특히 기계 비구조요소의 경우 기계설비법이 제정됐음에도 기계설비 관련 설계기준이 전무하다.
 
또한 건축구조기준에 따라 내진 특등급 건축물에 한해 의무화가 시행되고 있으나 지진발생 시 비구조요소로 인한 피해가 가장 많다는 점을 근거로 내진1등급 및 2등급 대상 건물 등에도 비구조요소 내진설계 의무화 대상 확대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