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쏘아올려진 ‘제로에너지건축물(ZEB)인증제도’가 2025년 새해를 맞아 두 번째 단계에 돌입했습니다. ZEB인증제 출범 당시 1,000㎡ 이상 공공건축물을 대상으로 5등급 의무화를 시행한 이후 2023년 500㎡ 이상 공공건축물로 의무대상을 확대한 바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민간부문까지 의무화가 적용됩니다. 30세대 이상 공동주택, 1,000㎡ 이상 건축물은 ZEB인증 5등급 수준설계를 적용해야 합니다. 지난해까지 공공부문이 선도적으로 ZEB시장을 열었다면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민간영역까지 제도가 파고들게 되는 것입니다.
민간의무화라는 새로운 단계에 진입한 우리나라 ZEB제도를 업계는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공공이 주도해 온 ZEB인증제도가 지금까지는 수많은 연구개발과 실증, 시범사업, 시행착오 등을 거치며 상당부분 경제성을 확보해왔지만 민간영역에서는 이야기가 다를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에도 그랬고 업계는 또다른 도전을 극복할 것입니다. ZEB 도입 초기에는 일반건축물에 비해 공사비가 30% 이상 비싸다고 이야기 해왔지만 현재는 3~5% 증액만으로도 ZEB인증 5등급을 만족할만한 수준입니다. 전문 컨설팅기업의 친환경컨설팅을 거친 건축물들은 오히려 건축비를 절약하면서도 인증조건을 충족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요소기술 개발과 보급에 따른 경제성 확보, 건물에너지 절감을 위한 가장 경제적인 최적조건을 찾아낸 컨설팅 및 엔지니어링기술 향상 등이 요인입니다. 일반건축물의 성능기준이 꾸준히 강화돼 온 것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앞으로 공공건축물 중 1,000㎡ 이상 교육‧연구‧숙박시설 등 17개 용도는 신축‧재축 및 별동증축 시 ZEB 4등급을 의무적으로 획득해야 합니다. 공공분야가 다시 한번 고등급 ZEB를 확산하기 위한 시장을 열 것으로 기대됩니다.
민간부문에서는 그동안 ZEB인증 5등급 수준 설계의무화로 더 쾌적하고 더 안전하며 더 친환경적인 건축물을 위한 녹색건축시장을 형성하며 그 뒤를 받칠 것입니다.
‘탄소중립건물’ 궤도안착 위해 불뿜어야
그렇다고 장밋빛 미래가 거저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ZEB 제도가 안전한 궤도를 향해 더 높이 날아가려면 더 가열차게 불을 뿜어내야 합니다.
녹색건축산업이 국내 건축물을 ZEB로, 나아가 탄소중립까지 도달하게 하려면 풀어내야 할 숙제들이 많습니다. ZEB인증을 귀찮은 규제로만 여기고 인증평가시스템의 허점만을 노린다면 건물탄소중립이라는 대의는 까마득히 사라질 것입니다.
이미 업계에서는 ZEB인증만 받고 정작 운영 시에는 그만큼 성능을 내지 못하는 상황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ZEB로 공인받은 건축물이 적어도 유의미한 기간만큼은 확실한 탄소감축 성과를 내줘야 하지만 이를 검증하고 평가할 시스템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까마득한 탄소중립건물까지 가려면 적어도 넷제로에너지를 중간목표로 삼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고등급 ZEB를 효율적으로 획득할 수 있는 사회‧경제‧기술적 여건마련이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현재 ZEB제도는 신속하게 신기술‧신제품을 반영하거나 새로운 재생에너지열원을 반영할 준비가 미흡합니다. 다양한 열원을 창의적으로 조합하고 혁신적 기술과 시스템이 등장하기 위한 R&D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신중하면서도 신속하게 이를 반영해 줄 정책‧제도적 시스템마련이 필수적입니다.
ZEB라는 발사체가 이제 막 2단분리를 시작했습니다. 저 멀리 건물 탄소중립이라는 궤도를 향해 안착할 때까지 관‧산‧학‧연 관계자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