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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냉난방 ‘과유량’, 공급·소비자 부담 동시 증가

PDCV 차압제어 범위 작아 압력 변동폭 상승 원인

전국 290만호의 난방·급탕을 책임지고 있는 지역난방은 대규모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시설이지만 과잉공급되는 유량으로 인해 에너지낭비가 일어나 공급자와 소비자 부담을 동시에 증가시키고 있다. 또한 대체냉난방으로 주목받고 있는 지역냉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낭비되는 에너지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제어밸브(차압유량조절밸브: PDCV)가 제대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지역난방열원 공급시스템은 지역난방공사의 열병합발전소에서 100℃ 이상의 고온수를 공급하면 아파트단지 혹은 건물 내에 있는 열교환기를 통해 건물 내의 물로 열을 전달하고 데워진 물은 각 세대에 난방수와 급탕수로 공급된다. 발전소에서 공급된 고온의 물은 열을 공급하고 다시 회수, 발전소로 되돌아와 재가열된다.

이때 지역난방시설에서 공급하는 물의 양은 각 세대에 필요한 만큼만 공급돼야 에너지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현재 물의 양을 조절하는 열사용시설의 제어밸브는 오작동하거나 기능을 상실하는 경우가 여럿 보고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차압유량조절밸브의 차압제어 범위가 매우 작고 내구성이 떨어지다보니 공급압력의 변동이 커지고 관망이 불안정해져 사용자 측의 유량제어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라며 “이는 과잉유량이 공급되는 등 열공급시스템 전반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해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추가적인 열원을 공급하게 되고 더 많은 에너지사용으로 인한 공급자, 사용자 양측의 부담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자 경제적 손실·소비자 난방비 증가 
국내 대부분의 지역난방시스템은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제작하는 열사용시설 기준을 토대로 설계되고 있다. 이러한 열사용시설기준은 매년 개정안을 만들어 보완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시스템 개선을 위해서는 다소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국내의 지역난방시스템은 단위사업장 규모가 이 분야의 선진국인 유럽에 비해서도 매우 크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따라 더욱 고온·고압으로 난방수가 운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충분한 검토와 분석이 이뤄져야 하고 이러한 부분들이 설계에 적극반영돼야 한다. 이미 20~30년 전 도입된 제어시스템의 장비 효율 향상, 관망시스템의 안정화를 시킬 수 있는 최신의 제어밸브 도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얼마전 백석역 온수배관 사고를 비롯한 국내의 배관관련 사고들은 이미 IEA(국제에너지기구)에서 사고의 내용을 잘 알고 있고 국내 지역난방시스템의 문제에 대해 국제적인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라며 “IEA에서 발간한 District Heating and Cooling Connection Handbook은 각 지역난방 특성에 맞는 적합한 압력과 유량제어로 시스템을 구성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이러한 내용은 국내 열사용시설기준과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일례로 현행 기준 제어밸브의 차압범위는 5bar로 규정돼 있지만 실제 열공급시설 인근 현장에서는 5bar를 상회하는 곳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설계단계에서부터 이미 문제점을 안게 된다.

‘사용자시설 복합제어밸브 적용 타당성에 관한 연구(2015년, 한국지역난방공사)’에 따르면 공급이 변경될 경우 공급초입이 말단이 되고 말단이 공급초입으로 변경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이러한 경우를 대비해 1~10bar까지 범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밸브가 필요하다.

실제 지역난방을 운영하는 시스템은 고압·고온으로 운영되고 있어 사고의 위험에 항시 노출돼 있다. 또한 펌프, 터빈 발전기 등 열공급 시설의 효율저하로 인한 에너지낭비도 심각한 수준이며 이러한 설비의 유지관리 비용도 만만치 않다. 공급자는 비효율적 운전으로 인한 손실이 발생하고 소비자는 과잉열 사용으로 인한 난방비 등 경제적 부담이 증가하는 것이다.

복합밸브 대체 이득, 연간 540억원 추정
지역난방공사는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약 3년 8개월간 2번의 연구와 1번의 실증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압력변동 시 열사용시설 제어기기의 안정성 확보에 관한 연구(2014년, 한국지역난방공사·한국건설기술연구원) △사용자시설 복합제어밸브 적용 타당성에 관한 연구(2015년,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용자시설 복합제어밸브 적용 실증시험(2017년, 한국지역난방공사·지텍이엔지) 등 연구를 진행해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던 제어밸브를 복합제어밸브로 대체함으로써 기존 문제들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과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지역난방 고차압 구간 5~10bar 이상 발생구역의 PDCV를 대체해 복합제어밸브를 사용할 수 있으며 현재 사용 중인 TCV(자동온도조절장치)도 대체할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또한 복합제어밸브 사용 시 1차측 중온수 및 2차측 난방수 온도차(△T)가 향상되고 이에 따른 펌핑동력 절감, 열원 공급시설의 터빈 발전기 1대의 해당하는 에너지절감이 가능했다.

실증시험에서는 한 아파트단지 내에서 기존 TCV+PDCV로 구성된 1기계실과 복합제어밸브(FCI사, 국내 및 국제 특허보유)가 1개소 포함된 3기계실의 비교가 진행됐다.

실험을 주관한 지텍이엔지의 관계자는 “3기계실은 1기계실과 비교해 평균 온도차(△T)는 5.5℃, 사용유량은 약 6% 적게 사용됐으며 이는 펌핑동력을 18% 절감한 수치”라며 “이러한 시험결과는 난방 열교환기에만 적용한 결과이지만 급탕의 경우 사용량 변화가 난방보다 훨씬 크고 1년 내내 사용하기 때문에 복합제어밸브를 급탕까지 적용할 경우 그 절감량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이 제어밸브 개선을 전국 290만호의 집단에너지사용 세대에 적용 후 전체 가구에서 절감할 수 있는 열원에너지를 경제가치로 환산한다면 연간 약 54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강조했다.



열사용시설기준 개정 선행돼야
현행 제도상에서 선행된 연구과제의 결과를 바탕으로 복합제어 밸브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열사용시설기준이 수정·보완돼야 하지만 이러한 진행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개정된 열사용시설기준은 TCV 대신 복합제어 밸브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PDCV과 TCV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복합제어 밸브를 TCV 대신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비용적 문제 때문에 실질적인 적용이 이뤄질 수 없다고 관련업계는 토로한다.

현행 열사용시설기준은 지역난방시스템 설계의 실질적인 가이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설계의 가이드가 제대로 방향설정을 하지 못한다면 지역난방시스템은 계속 과거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소비자는 난방비와 유지관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공급자는 열수송관 내 온도와 압력을 낮춰 안정적인 열공급과 경제적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도록 지난 2013년부터 검토와 연구, 실증을 통해 도출된 결과물의 적극적인 현실반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