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펌프는 단일 기기로써 온실가스 저감 잠재량이 높은 기기 중 하나다. 이렇다보니 IEA는 미래 에너지효율 향상의 핵심기기로 히트펌프를 제안하고 있다. 국내 히트펌프산업은 열악한 상황이지만 세계 히트펌프산업에서 우리나라의 위치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중요한 행사인 ‘제13회 IEA Heat Pump Conference(HPC2020)’가 내년 5월 우리나라에서 열린다. IEA HPT 부집행위원이자 HPC2020 사무국을 맡고 있는 김민성 중앙대 교수를 만나봤다.
■ IEA 활동 현황은
IEA 산하에 에너지연구기술위원회(CERT: Committee on Energy Research and Technology)가 조직돼 있으며 중요한 에너지기술에 대해 기술협력프로그램(TCP: Technology Collaboration Programme)을 구성하고 있다. 현재 TCP는 28개가 운영 중으로 히트펌프기술(HPT: Heat Pumping Technologies)을 다루는 HPT TCP은 1978년에 설립돼 현재 16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주요활동은 집행위원회, 기술위원회, 국제히트펌프학술대회 등이 있으며 연 2회의 집행위원회에서 운영을 결정한다. HPT 집행위원은 각국의 에너지관련 공무원과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에 의해 한국 부집행위원으로 임명돼 활동하고 있으며 집행위원회, 기술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집행위원과 교류하면서 히트펌프에 대한 각국의 정책, 기술, 보급 현황을 수집하고 이 결과를 국내에 알리는 것이 주된 활동이다.
■ IEA 관점에서 히트펌프산업은
히트펌프는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단일 기기로써 온실가스 저감 잠재량이 높은 기기다. 투입에너지대비 3~4배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어 단순한 산술적 수치만으로도 상당히 높은 에너지절감이 가능하다. IEA에서는 에너지효율 향상을 위한 히트펌프기술의 중요성을 초기부터 인지하고 있었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히트펌프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IEA의 주요보고서인 에너지기술전망(ETP: Energy Technology Perspective), 세계에너지전망(WEO: World Energy Outlook) 등에서는 미래 에너지효율 향상의 핵심기기로 히트펌프를 제안하고 있다.
특히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 가장 적극적인 B2DS 시나리오에서는 히트펌프의 비중이 크게 높아진다. B2DS 하에서 건물의 가열수단 중 히트펌프비중은 2060년 약 50%에 도달할 것임을 전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산업용 히트펌프, 지역난방용 히트펌프 등 다양한 기술에 접목해야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내년 5월 세계 최대 히트펌프 학술대회가 열리는데
2020년 5월11일부터 14일까지 제주 라마다프라자호텔에서는 제13회 IEA Heat Pump Conference(HPC2020)가 개최된다. HPC는 세계 최대 히트펌프분야 학술대회로 3년마다 개최되고 있으며 2014년, 2017년에는 각각 캐나다 몬트리올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렸다.
HPC는 IEA HPT TCP와 대한설비공학회에서 공동주최하는 행사로 열리며 300여편의 논문과 500여명이 전문가가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HPT TCP측에서 조직하는 IOC 조직위원장은 Per Jonasson 스웨덴 히트펌프협회장이, 설비공학회 NOC 조직위원장은 김민수 서울대학교 교수가 맡고 있다. 현재 학술대회 운영을 지원하는 사무국은 제가 맡고 있다.
■ 이를 통한 기대효과는
HPC2020은 히트펌프와 관련된 세계 산·학·연의 전문가가 모두 모이는 장소다. 기존의 학술대회와는 달리 정책 및 시장전문가들도 함께 참여하게 돼 해외의 선진기술과 우수한 보급 환경 등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학술대회를 통해 국내 기업들에게 새로운 시장가능성을 알리고 정책입안자들에게 히트펌프 보급 및 확산을 위한 효과적인 방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이번 HPC2020을 계기로 국내 다양한 히트펌프 산·학·연의 화합과 협력의 장이 될 것이며 세계 히트펌프산업에서 우리나라의 위치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
■ 현재 준비 현황은
HPC2020은 역사과 규모만큼 준비도 빠르게 진행되는 편이다. NOC 조직위원장인 김민수 교수를 필두로 약 10인의 국내 히트펌프 전문가들이 조직위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IOC와 연계해 열심히 학술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학술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캐나다, 스웨덴, 일본에서 Regional Coordinator가 활동하고 있으며 학술대회에 제출된 논문리뷰를 위해 전문가 풀을 구성하고 있다. 현재 1st Announcement가 배포됐으며 5월까지 학술대회 홈페이지(http://www.hpc2020.org)에서 논문초록을 접수 중이다. 학회 설명자료를 다운받거나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학술대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 국내외 히트펌프산업을 평가한다면
유럽과 미국에서는 히트펌프의 효율향상 잠재력을 고려해 정책적 지원과 보급이 대단히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유럽과 중국에서의 보급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보급여건은 여전히 열악하다. 낮은 전기요금, 바닥난방과 공기냉방의 이중적 공조환경, 전기기기라는 부정적 인식 등 현재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내의 히트펌프기업들은 기술개발과 시장 확보 노력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 히트펌프 전문가로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미 국내 기업의 경쟁력은 해외에서도 많이 알려져 있으며 기술적인 수준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여전히 핵심부품과 핵심기기는 기술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어 관련된 기술개발에 대한 지원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최근의 온실가스 감축 분위기와 국내의 기술적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히트펌프산업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 히트펌프산업 활성화위해 꼭 필요한 것은
히트펌프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에너지가격의 현실화가 필요하다. 저렴한 전기요금은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중요한 수단이었지만 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값싸고 큰 용량의 기기만이 보급되는 부작용이 지속돼 왔다.
이러한 에너지낭비(?)는 과거 전력난의 주원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기기기인 히트펌프에 화살이 돌아가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본의 경우 높은 에너지가격으로 고효율 제품 개발과 보급이 활발하며 세계 최고의 히트펌프 기술력을 보유하게 됐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책적인 고려도 필요하다. 기존의 자동차와 난방기 등 연소식 기기를 전기기기로 전환하는 전기차와 히트펌프는 Electrification이라는 화두로 국제사회에서 강력한 아젠다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난방방식을 히트펌프로 대체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크게 기여할 수 있으나 전력피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 제도적 지원은 전무한 상황이다. 8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전력수요 전망치가 낮으며 잉여전력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력수요관리에 히트펌프를 전략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모색해 보급, 확산을 도모하는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 정부 에너지계획에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과 보급에 대한 과감한 정책적, 제도적 지원이 요구된다.
냉매가스 관련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 불소계 냉매는 지구온난화의 원인으로현재 강력한 규제로 유럽에서는 사용이 거의 불가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체냉매로 R32나 암모니아와 같은 약가연성 냉매에 대한 제품이 일본을 중심으로 개발, 보급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가스안전관리에 대한 규정에 의해 가연성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제한이 매우 엄격해 기술개발과 시장확보가 거의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안전성은 최대로 확보하되 엄밀한 검토와 규제완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책지원을 위한 공신력있는 통계자료의 산출이다. 국내 히트펌프산업에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국내 공조·히트펌프와 관련된 지속적이고 공신력있는 통계와 분석이 제한적이다. 이에 따라 적절한 정책수립을 위한 지속적이고 객관적인 통계를 만들고 이로부터 국가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기반이 제공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