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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민수 히트펌프얼라이언스 공동의장

“히트펌프 성능계수 2.5 이상
신재생에너지기기 간주해야”

국내 산·학·연의 히트펌프산업 활성화를 위해 조직돼 산업통상자원부 사단법인 인가를 받은 한국히트펌프얼라이언스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김민수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김 교수는 국제냉동기구(IIR) 한국위원회 회장을 비롯해 내년 5월11일부터 14일까지 제주 라마다프라자호텔에서 열리는 제13회 IEA Heat Pump Conference(HPC 2020) 조직위원장도 맡고 있는 국가대표 히트펌프 전문가로 통한다. 김 교수를 만나봤다.


■ 히트펌프얼라이언스는 어떤 단체인가
히트펌프얼라이언스의 전신은 히트펌프산업포럼으로 2014년 창립됐다. 히트펌프와 관련된 조사연구, 정보교류, 정책제안을 통해 히트펌프산업을 발전시키는데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산업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인가를 받았다. 히트펌프 관련 세미나 개최, 기술개발 방안 연구, 국내·외 관련 업체 및 유관기관과 정보교류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현재 법인 및 개인회원 60여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날로 비중이 확대되는 히트펌프에 관한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히트펌프얼라이언스로 변신한 것은 2019년으로, 보다 폭넓은 히트펌프의 적용 및 보급을 염두에 두고 히트펌프 관련 산업계, 학계, 연구계, 언론계, 정관계 등으로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것이다.


■ HPC 2020는 어떤 행사인가
HPC 2020(Heat Pump Conference 2020)은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 산하의 히트펌프 기술에 관한 협력 프로그램(HPT TCP, Technology Collaboration Programme on Heat Pumping Technologies)에서 주관하는 국제적인 학술대회로 ‘그린 세계를 위한 미션’이란 주제로 2020년 5월 제주에서 열리는 학술대회다. 매 3년마다 개최되는 이번 학술대회는 HPT TCP에 가입된 16개 회원국 중심으로 순환 개최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1년 개최를 목표로 일본과 경합을 벌인 바 있으며 이번에 개최하게 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 HPC 2020 추진 현황 및 기대효과는
이번 HPC 2020 학술대회는 전 세계 히트펌프 관련 연구자 500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며 심사를 거친 논문도 300편 정도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IEA 한국지부와 대한설비공학회가 공동으로 주관하며 현재까지 7차에 걸친 조직위원회를 개최한 바 있다. 10여명으로 구성된 조직위원회에서 대회 진행, 학술논문 발표, 재원 조달, 참여 홍보, 의전 및 관광 등에 관해 다각적으로 협의하고 있다. 특히 논문 초록 심사 및 최종논문 심사가 전 세계 연구자들에 의해 진행되는 IEA만의 독특한 진행방식 때문에 본부와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 개최되는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전 세계 유수의 연구자 및 기업인들이 국내에 와서 관련 기술수준 및 산업현황을 직접 체험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히트펌프산업이 발전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다.


■ 국내 히트펌프시장에 대해 평가한다면
히트펌프는 하절기 냉방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동절기 난방도 가능케 하는 기기로 효과적인 에너지이용기기임에 틀림없다. 관련기술 개발도 많이 됐고 성숙도도 높은 편이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보호가 중요한 과제가 되면서 환경보호에 도움이 되는 기기들을 더욱더 장려하고 보급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국내에서의 히트펌프산업은 아직 그 중요성이 충분이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정책측면에서도 비중이 그리 높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저온의 열원을 고온의 열원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히트펌프의 중요성은 매우 높으며 신재생에너지원 이용이 증대되면서 지열, 수열, 태양열, 공기열 등을 보다 합리적으로 이용하고자 한다면 히트펌프를 대부분 이용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국내시장은 아직 충분히 확장돼 있지 않으며 기술개발, 정책 도입, 인식 변화의 관점에서 여지를 남기고 있다.


■ 정책에서 열분야 소외가 히트펌프 성장의 한계로 지적되는데
맞다. 정부의 정책은 주로 전기에 맞춰져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확정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도 마찬가지다. 가정이나 건물을 생각해 보면 주된 에너지원으로 전기만이 아니라 열도 매우 필요하다. 에너지는 생성, 소멸되지 않고 변환되는 것이기에 어떠한 형태로 이용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즉 전기를 열로 바꿀 수도 있고 열을 전기로 바꿀 수도 있다. 과정마다 손실이 생기므로 합리적인 이용을 염두에 둬야 한다.


예를 들어 동절기 난방을 위해 화석연료(천연가스, 석유, 석탄 등)를 직접 연소시키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가정이나 건물에 공급되는 전기를 이용해 직접 열을 발생시키는 전기히터를 이용하는 것이 좋을 지는 개인적인 관점에서 또한 사회 전체적인 관점에서 잘 고려해야 한다. 이외에도 히트펌프를 이용해 일부 전기를 이용하지만 대기나 수열원 또는 지열원에서 열을 흡수해 실내로 공급하는 방안이나 태양열을 직·간접적으로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런 과정에서 히트펌프의 중요성은 재론할 필요가 없는데 정부정책이 전기 위주이고 주로 발전에 집중을 하다 보니 신재생에너지발전, 원자력발전, 석탄화력발전 등의 비중 변화가 주된 사항이다. 열에너지의 이용량도 전기에 견줄 정도이므로 열에너지사용에 관한 중장기정책 수립이 매우 필요하다.


■ 히트펌프시장 성장 걸림돌은
히트펌프시장은 공기 대 공기, 공기 대 물, 물 대 공기, 물 대 물, 땅(지열) 대 공기, 땅 대 물 등 매우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기본 기술은 유사하나 응용 범위 및 온도 대역에 따라 설계 및 제작을 달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공기 대 공기 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대기업 제품과 신재생에너지원(지열, 수열 등)을 이용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중견기업 제품이 있는데 제품의 효율이 높기만 하다면 적극 장려하고 보급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기후대역이 동절기에 제법 추운 대역이기 때문에 난방온도가 확보되지 않거나 효율이 낮아 전기사용이 많다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이에 따라 한냉기후에서도 성능이 확보될 수 있도록 제품 기술을 확보해야 하며 제품의 신뢰성도 높여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 등이 시행되고 있는데 히트펌프도 화석연료 사용 저감에 큰 기여를 하는 만큼 기기의 효율에 따라 신재생에너지기기로 포함하는 것이 필요하다.


■ 히트펌프시장 활성화 정책을 제안한다면
일정한 효율 이상의 히트펌프에 대해서는 신재생에너지기기로 포함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100의 에너지를 갖는 연료를 이용해 연소시키면 100의 열에너지가 나온다. 발전의 경우 40의 전기에너지가 나온다고 가정하면 전기를 다시 이용하는 히트펌프의 경우 다시 100의 열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면(성능계수가 100/40=2.5라고 함) 매우 좋은 기기다. 만일 100 이상의 열에너지를 공급하는 기기라면(성능계수가 2.5 이상) 이는 매우 장려해야 할 기기다.


이러한 경우에는 자연으로부터 열을 가져온다고 볼 수 있으므로 당연히 신재생에너지기기로 간주해야 한다. 정부 정책도 이러한 점을 고려해 수립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열원에 따라 신재생에너지기기로 판단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지열히트펌프와 수열히트펌프는 되고 공기열히트펌프는 안되고 하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


지열과 공기열을 같이 쓰는 히트펌프라든지 태양열과 지열을 같이 이용하는 히트펌프 등 앞으로 하이브리드 형태로 출시될 다양한 제품과 시장을 고려한다면 정부정책도 선행적으로 방향을 제시해야할 것이다.


■ 히트펌프 기술 중 향후 유망분야는
히트펌프산업에서 현재 겪고 있는 문제 중 하나는 냉매와 연관된 것이다. 친환경 냉매로서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일정 수준 이하여야 하는데 저렴하면서 성능이 확보된 냉매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산화탄소, 물, 공기 등의 자연냉매를 히트펌프의 냉매로 사용하자는 주장도 하지만 아직은 관련 기술이 완전하게 갖춰지지 않았다.


냉매가 주는 직접적인 지구온난화 효과 때문에 글로벌 규제가 생겼지만 기기의 효율이 낮아 전기를 많이 사용함으로써 전기생산에 필요한 에너지원 소모(연소)를 많이 하는 간접적인 지구온난화 효과도 있기에 효율이 일정수준 이상되는 히트펌프만을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효율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값이 저렴해 설치되는 기기들은 궁극적으로 시장에서 배제돼야 하고 정부도 이러한 점을 면밀히 검토해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 ZEB 의무화가 히트펌프산업에는 기회일 것 같은데
제로에너지빌딩(ZEB) 보급이 늘어난다면 열공급을 담당할 고성능히트펌프도 자연스럽게 그 비중이 늘어날 것이다. 저온의 열원을 고온의 열원으로 효과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기가 히트펌프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필수적이다.


히트펌프 구동에 필요한 전력을 태양광을 이용해 공급한다면 매우 적절할 것이다. 또한 전 세계적인 트렌드인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도 히트펌프산업과 연계돼 새로운 개념의 제품 및 시장이 등장할 것이며 ZEB와 함께 새로운 수요가 생길 것으로 본다.


■ 연소과정에서 나온 미세먼지도 이슈 중 하나다. 결국 히트펌프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

미세먼지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관해 논란이 많지만 공기층이 안정돼 있는 상황에서 화석연료의 연소가 일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주변국에서 동절기 난방을 할 때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면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는 것은 자명한 것 같다. 국내의 경우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많은 시설이 설치돼 있고 정부도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점점 더 늘고 있는 것 같다.


고효율 히트펌프 보급은 가정이나 건물에서의 난방을 위해 전기를 사용하지만 이 전기를 만드는데 필요한 1차 에너지원(화석연료, 원자력 등) 사용을 줄이므로 궁극적인 미세먼지 감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미세먼지 발생에 관해서는 매우 다양한 원인이 있기에 이를 최우선적으로 규명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본다.


■ 마지막으로 업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 세계 국가들의 국민소득은 항상 증가하고 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우리의 과거를 봐도 소득 증대와 함께 기본적인 가전제품을 우선적으로 구입했으며 이후 히트펌프(에어컨), 김치·와인 냉장고, 히트펌프 건조기, 공기청정기, 의류관리기 등 최근에는 많은 신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이러한 기기들은 냉동공조와 떼려야 뗄 수 없다. 전 세계시장을 봐도 냉난방공조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성장할 수밖에 없다. 소득이 늘어나고 사회가 발달할수록 제일 먼저 요구되는 것이 쾌적한 생활 및 작업환경이며 추가적으로 생활편의에 대한 요구는 늘어나기 때문이다.


우리의 냉난방공조산업은 이러한 관점에서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히트펌프시장만 봐도 난방, 건조 등 새로운 응용분야가 생기고 있다. 국내 시장 토대 하에서 신흥 개발도상국 시장 접근이 가능하리라 본다. 우리나라 국가 이미지도 좋아 기업의 규모를 떠나 좋은 품질의 좋은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확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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