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힘펠(대표 김정환)이 획득한 신제품(NEP)인증을 두고 업계의 일부 기업들이 문제제기를 지속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7월 환경안전환기협회(회장 김기정, 이하 환기협회)와 은성화학(대표 이경순)은 NEP인증을 심사한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KOITA, 이하 산기협)에 이의신청했으나 기각되자 한국환기산업협회(회장 김학겸, 이하 환기산업협회)를 더한 총 45개사와 공동으로 지난해 11월 재차 이의신청했다.
2차 이의신청이 기각된 후 △에어패스 △은성화학 △에코이엔지 △이피아 △마스윈 △플렌제로 △서진공조 등 7개사는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이마저도 기각됐다. 이들 7개사는 NEP인증은 물론 재심의 과정의 부당성을 제기하며 감사원 감사청구를 예고하고 있다.
에어패스와 은성화학은 감사청구에 앞서 최근 힘펠의 해명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박에 나섰다. 정홍식 에어패스 대표와 이경순 은성화학 대표의 주장을 들었다.
■ 이의제기 요지는 정홍식: 지난해 말 진행된 산기협 이의신청 시 전국의 환기기업 45개사는 힘펠의 공기순환기 NEP인증이 잘못됐음에 동의하고 있다. 환기협회, 환기산업협회 등 서로 다른 협회에 속한 전국의 환기기업이 문제제기에 공감해 한목소리를 냈다는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힘펠의 NEP인증은 기계분야가 아닌 전기전자분야에서 심의해 비전문가 심사로 인증됨으로써 환기효과, 열회수효율 등 본질적 성능에 대한 심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바이패스 기능은 배기하지 않는 방식이 적용돼 주요 타깃인 학교 교실에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수업받는 아이들에게 매우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 해당 제품은 NEP인증 획득에 따라 법적 의무구매 대상으로서 전국 교실에 설치될 것이 확실시돼 이에 대한 교육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경순: 이 제품은 공기질관리법, 학교보건법 상 NEP인증을 받으면 안 되는 제품이다. 환기의 법적 정의는 외부의 깨끗한 공기를 실내로 들여오고 실내의 오염된 공기를 동시에 외부로 배출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해당 제품은 봄·가을 사용하게 되는 바이패스 기능을 작동하면 배기구를 차단한 채 급기만 적용하는 문제가 있는 제품이다. 연간 간절기가 6개월여에 달함을 감안하면 피해가 우려된다.
■ 바이패스를 주요쟁점으로 제기했는데
정홍식: 바이패스 기능이란 에너지절감을 위해 실내·외 온도차가 크지 않은 봄·가을에 열교환소자를 거치지 않고 깨끗한 공기를 실내로 보내는 꼭 필요한 기능으로 국토교통부 건강친화형주택 건설기준에 명시된 의무기술 기능이다.
봄·가을은 아이들이 활동하기 좋은 계절이지만 황사·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계절이기도 하다. 교실에는 먼지, CO₂, 라돈은 물론 코로나19 등 각종 세균·바이러스가 가득한데 외부 미세먼지로 창문을 열지 못하면 그야말로 교실은 오염된 공기로 가득찰 것이다.
이경순: 정부가 한국형 그린뉴딜사업의 핵심으로 추진하는 그린리모델링사업에 스마트 환기장치 설치를 반영한 이유는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효율적 건축물일수록 기밀도가 높아져 실내 오염공기의 환기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보듯 앞으로 미지의 바이러스에 대한 위험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백신 등 개별적인 대응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것에 비해 환기를 통한 실내공기질 개선은 바이러스 종류에 관계없는 예방효과가 있다.
이는 정부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인정받는 사실이며 특히 노약자 시설이나 어린이가 있는 학교에는 열회수형 환기장치(공기순환기)와 같은 기계환기설비를 의무설치토록 한 이유다. 그런데도 만약 등교부터 하교까지 교실의 오염된 공기가 밖으로 배출되지 않아 아이들이 그대로 호흡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 기술적 검토사항은 정홍식: 힘펠이 제시한 핵심기술 3가지는 △급기부 소음저감 및 바이패스-실내순환 공기청정기능이 동시 구현된 유로기술 △동절기 결로저감 및 미세먼지 필터수명 알람제어로직 적용 △실내 환기효율을 높일 수 있는 실내 급·배기 상하 위치 최적화 환기기술 등이다.
먼저 바이패스에 대해서는 앞서 설명했듯 ‘급기가동, 배기폐쇄’ 형태다. 이는 수년 전 환기기업인 J사가 건설사에 판매하려다 업계 민원으로 판매중단된 유로기술이다. 또한 –15℃에서의 결로저감기술은 동종업계 모든 기업이 달성하고 있는 성능이며 필터수명 알람기능 역시 오래 전부터 적용해오던 알람 제어로직이다.
‘급·배기 상하위치 최적화’라고 이름붙인 기술도 최적화는커녕 오히려 퇴보된 기술이다. 소음저감을 위한 배치라고는 하지만 46.2dB를 기록한 해당 제품은 동종업계 평균인 48.5dB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고 볼 수 없는데도 바이패스 시 배기유로를 급기에 사용함에 따라 오염공기 배출을 할 수 없어 치명적인 단점을 야기하는 구조다.
이경순: 코로나19로 환기가 중요시되는 시기에 실내에서 배기를 차단해 실내공기를 오염시키는 기술이 신기술인지 의문이다. 이를 심의해 인증부여에 찬성한 위원들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현재 동종업계는 모두 급·배기가 동시에 이뤄져 제대로 환기되는 바이패스를 판매하고 있으며 모든 법적기준도 동시환기를 언급하고 있다. 실내공기질관리법, 건설시방서, 공공기관의 공동주택 시방기준 등은 동시환기 바이패스기술을 사실상 의무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의무사항을 따르지 않는 바이패스 기술이 적용된 제품에 NEP인증을 부여한 것은 어불성설이다. 기계분야 전문가가 심사했다면 이러한 업계실태나 제도적 실정을 면밀히 판단해 심의했을 것이다. 이것이 비전문가에 의한 심사를 문제삼는 이유이며 기계전문분야 심사가 필요한 이유다.
■ 요구사항은
정홍식: 힘펠이 비전문가로 심의해 심도있는 기술심사를 회피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기계전문 기술심의위원으로 누가 참여했는지 공개해야 한다. 또한 핵심기술 3종에 대한 공인인증기관 성능시험성적서를 요구한다. 현재 산기협이나 힘펠은 이에 대한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경순: NEP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한 힘펠 제품의 시험성적서(KS B 6879)는 냉방 52.3%, 난방 71% 성능이다. 이에 대해 힘펠은 오류라며 언론을 통해 냉방 61.2%, 난방 71%가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NEP인증 시 심사한 제품에 대한 시험성적서가 아니다. 동종업계에서 인증취소 민원이 지속되자 인증 후인 지난해 9월 재시험해 받은 성적서이므로 NEP인증을 획득한 제품에 대한 성적서라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이마저도 업계 13개제품의 평균인 냉방 61.5%, 난방 74.4%에 비해 떨어지는 수치다.
NEP인증제품은 신청당시 성능을 검증한 제품으로 심사위원의 심사를 받아야만 하지만 힘펠은 인증제품이 아닌 제품의 성적서로 고객을 속이고 허위로 대응하고 있다. 심지어 힘펠 홈페이지에 게시된 1,000CMH 제품은 NEP인증제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NEP인증제품으로 홍보해 비전문가 구매자인 소비자를 속여 판매·홍보하고 있다. 이는 명백히 불법판매행위다.
정홍식: 매년 3,000억원의 예산이 집행되는 초·중·고교 및 다중이용시설 등의 환기장치 조달집행에 환기성능이 떨어지는 기술과 에너지절감 성능이 떨어지는 잘못인증된 NEP제품이 법적 의무구매될 위기다. 정부 예산낭비, 정책신뢰 하락, 집단 민원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NEP인증 취소를 요청한다.
힘펠이 기계분야 심사를 의도적으로 회피했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결과적으로 해당 심사분과 전문가가 아니라 타 심사분과 전문가가 심사해 비전문가에 의해 심사가 이뤄짐에 따라 처음 인증절차부터 잘못됐다.
절차상 해당 심사분과 선정은 신청업체가 스스로 분과를 정해 신청하면 인증평가기관은 심사분과 선정 심의회를 개최해 최종분과를 결정하고 세부 기술분야 전문가를 선정한다. 산기협이 이를 제대로 심사하지 않아 봐주기 심사는 아닌지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인증제품은 KS B 6879(열회수형 환기장치) 제품으로서 KS표준 ‘B’군으로 분류되는 기계제품이다. 또한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 별표 1의 5에서도 기계환기설비 성능을 KS B 6879에 적합토록 규정하고 있다.
힘펠은 시험도 기계분과로 받았으면서 인증은 전기전자분과 제품이라며 모순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면서 조달등록은 또 기계분야 공기순환기로 등록해 판매하고 있다. 힘펠 말대로라면 전기전자 또는 공기청정기 분류로 등록해 판매해야 이치에 맞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