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가뭄, 폭염, 폭우 등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에 대해 인식하고 이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탄소중립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여름 이상폭우로 인한 인명피해, 재산피해 등을 겪으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느끼며 탄소중립을 통한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현재까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통한 탄소중립이 강조돼왔다.
그러나 글로벌 최종 에너지소비형태를 살펴보면 전체 에너지 중 열이 51%를 차지하고 있다. 열에너지 소비에 따라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 또한 최종 에너지소비형태 중 27%가량이 열에너지임을 감안하면 탄소중립을 위한 열에너지의 역할은 매우 크다. 특히 주요 에너지소비처인 건물 및 산업부문에서 열에너지 활용비중은 77% 수준으로 전력대비 3.3배 이상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방안마련이 시급하다.
정부도 열에너지부문 탄소배출 감축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관련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개최된 태양에너지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는 태양열 특별세션이 마련되는 등 태양열의 탄소중립 달성과 태양열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방안이 논의됐다.
이번 기획을 통해 열에너지부문의 효율적인 탄소중립을 위한 태양열에너지의 역할에 대해 조명해본다.
열E부문 탄소중립방안 ‘태양열’ 주목
현재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보급추이를 살펴보면 전력부문의 태양광, 풍력 등이 압도적으로 보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수년 전까지만 해도 태양열은 풍력에 이어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보급이 활발했으나 현재는 그 비중이 매우 적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신재생에너지 보급통계의 신재생에너지원별 생산량을 살펴보면 태양광은 매해 성장하는 것에 반해 태양열은 지속 감소하고 있다.
2018년 태양광을 통한 에너지생산량은 197만7,148toe로 2019년 278만7,935toe, 2020년 415만5,969toe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태양열의 2018년 에너지생산량은 2만7,395toe로 태양광의 1% 수준에 그쳤다. 또한 2019년 2만6,912toe, 2020년 2만6,390toe로 나타났으며 2020년 기준 태양광대비 태양열의 에너지생산량은 1% 미만 수준이다.
2020년 기준 지열에너지는 24만967toe, 수열에너지는 2만1,258toe 등으로 신재생 전력대비 신재생열에너지에 대해 전반적으로 관심이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수열에너지가 2019년 신재생에너지로 인정돼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태양열에너지에 대한 관심은 가장 적은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세계 주요국이 태양열에 주목하면서 최소되던 시장상황이 반전되고 있다. 하절기의 잉여집열량을 저장해 동절기에 사용하는 계간축열시스템과 태양열의 결합을 통해 재생에너지의 최대단점인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어 관련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 ‘Green Heating Policy’를 추진하며 2020년 기준 누적보급량 1.7GWth을 기록했다. 독일은 4세대 지역난방과 관련해 ‘Heat Networks 4.0’ 정책에 태양열을 주요열원으로 적용하면서 태양열부문 성장세가 독보적이다.
태양열 선도국인 덴마크의 경우 지난 2019년 8월 누적보급량 1GWth를 넘어섰으며 113개 타운에서 태양열을 활용해 난방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도 산업·건물부문에서 주요열원으로 태양열을 주목하고 있다. IRENA의 ‘Global Energy Transformation: A Roadmap to 2050’에 따르면 2015년 건물부문 기준 태양열집열기 보급량은 6억2,200만m²로 나타났으며 2050년까지 62억9,900만m² 보급을 달성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를 통한 에너지생산량은 연간 15.87EJ(엑사줄=100경줄, 1kJ/s=1kW)로 동일한 로드맵에서 바이오매스가 7.6EJ/y, 지열에너지가 1.76EJ/y임을 감안하면 열에너지부문 핵심열원으로 태양열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산업부문 로드맵을 살펴보면 2015년 기준 태양열집열기 보급량은 100만m²로 2050년까지 34억5,000만m² 보급해야 하며 이를 통한 에너지생산량은 9.2EJ/y으로 전망된다. 고온열을 생산하기 위한 바이오매스 연소가 30.7EJ/y, 지열에너지가 4.11EJ/y으로 전망되므로 산업부문에서도 태양열의 역할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냉방·농업 등 적용분야 확대
태양열에 대한 관심이 적은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 R&D로 태양열과 히트펌프를 활용해 산업공정열을 공급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주택에 난방, 급탕용으로만 공급되던 태양열의 적용분야를 확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R&D는 3개의 실증사이트를 선정하고 80℃, 120℃, 180℃ 등의 공급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80℃, 120℃ 공급시스템의 경우 현존하는 기술로 충분히 화석연료를 완전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120℃의 경우 안정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도전적인 과제로 진행되고 있는 180℃ 공급시스템은 기존 화석연료를 완전대체하는 것이 아닌 보일러 예열용으로 활용하는 등 연계형 시스템으로 개발된 후 관련기술의 발전에 따라 완전대체로 개발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식품 살균, 세척 등에 사용되는 산업공정열을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해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공정열 공급과 함께 태양열을 냉방에 활용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이는 태양열을 활용한 데시컨트 냉방기술로 7년 이상의 테스트를 통한 개발로 우수한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실리카겔과 달리 데시컨트는 60℃ 이하 비교적 낮은 온도의 열로도 재생할 수 있어 소규모 태양열시스템과 연계한다면 높은 효율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잉여열이 발생하는 하절기 태양열을 활용해 냉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태양열에너지의 계절간 생산, 공급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
난방에 따른 에너지비용이 운영비용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설재배에도 태양열을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최근 식량안보가 대두되면서 연중재배가 가능한 스마트팜이 주목받고 있다. 다만 연중재배가 가능해지면서 동절기와 같은 농한기에도 재배함으로써 난방을 위한 에너지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다.
주로 화석연료를 활용한 보일러와 전기보일러가 주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태양열을 시설재배에 적용할 경우 난방에너지 절감이 가능하지만 절감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열에너지시스템과 축열기술을 함께 적용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동절기가 아닌 시기에 태양열을 통해 생산된 열을 직접 난방에 사용하고 잉여열은 지중으로 보내 동절기 지열시스템 운전으로 인해 낮아진 지중온도를 보상함으로써 연중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또한 태양열집열기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하절기 열부하감소로 인한 파손문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어 유지관리의 편의성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 인식제고·성장기반 마련 시급
국제적인 태양열에 대한 관심 증대와 기술개발 노력에도 이를 사용하는 소비자는 결국 국민으로 태양열에 대한 신뢰도 제고가 태양열산업 발전의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과제다. 2016~2020년 5년간 국내 태양열 보급용량은 연평균 약 2만3,772m²로 이를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제시하는 진공관형·평판형 태양열집열기 보급가격 약 109만원에 대입할 경우 259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또한 2020년 지역별 새롭게 설치된 태양열의 경우 인구밀집, 설치면적이 제한된 광역시·수도권에서의 보급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태양열은 국내에 도입된 1세대 신재생에너지로 도입 초기 많은 기업이 난립했으며 마구잡이식 설치와 함께 도산으로 인한 사후관리 미비로 기업별 신뢰도를 넘어 태양열산업 전체에 대한 신뢰가 하락했다.
이러한 신뢰도를 제고하고자 태양열산업 대표 단체인 한국태양열융합협회는 신뢰할 수 있는 시공, 철저한 사후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회원사들과 합심해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태양열시스템을 보급하고 있다.
태양열산업이 성장할 수 없는 배경에는 전력중심의 신재생에너지 보급정책도 지적된다. 지금까지 정부는 전전화(全電化)에 중점을 두고 태양광, 풍력 등 발전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형태를 고려하지 않은 에너지보급은 한계점이 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가장 활발한 제주도의 경우 2019년 46회, 2020년 77회의 출력제한이 발생했다. 이는 생산과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성과 우선주의식 신재생에너지 보급으로 인한 것으로 소중한 신재생에너지가 낭비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현재 태양광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전남도 신안군에서도 출력제한이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력 중심의 신재생에너지 보급정책에 대해 업계는 신재생열에너지의무화(RHO), 신재생열에너지인센티브(RHI) 등의 신재생열에너지 친화적 제도도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관련업계는 신재생열에너지 관련제도 도입을 통해 관련산업이 성장한다면 기업들은 기술개발, 전문인력 양성 등을 통해 시장을 고도화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태양열관련 기술에 대한 특화 성능평가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현재 태양열관련 인증은 태양광 인증기준을 변형해 사용하고 있다.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 기준을 주변환경에 따라 열생산량이 달라지는 태양열에 대입해 혼선이 지속되고 있다.
또한 동일한 면적에서 발전과 열생산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태양광·열시스템인 PVT에 대한 성능검사 기반도 마련돼있지 않아 발전효율과 열생산효율의 단순합산으로 PVT성능을 가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는 해외에서 관련인증을 취득하고 국내 시장에 보급하는 것이 빠르다고 지적하고 있다. 내년 3월 PVT관련 KS인증이 마련될 예정으로 발전, 열생산을 동시에 수행하는 PVT의 특성이 반영된 기준이 수립되는 것이 PVT 보급확대에 주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KS인증 도입으로 PVT 보급이 내년부터 활발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서 업계에서는 보급 확대에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아무리 우수한 기술도 소비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없다면 이는 곧 시장 외면의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태양열 보급 초기와 같은 시장침체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완성된 기술을 마련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 효과, 성능을 입증할 수 있도록 시범사업에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태양열집열기 자체의 효율향상에 초점을 맞춘 개발이 아닌 히트펌프, 4세대 지역난방 등 태양열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기술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태양열을 주요열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복합시스템 개발은 태양열이 실질적인 탄소중립 핵심 에너지원으로 부상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