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환기’에 대한 중요성은 확실히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지만 여전히 제도나 시장에서 개선돼야 할 것들이 많다. 또한 코로나시대 환기 관련 신제품으로 복합환기(공조), 제습공조, DOAS 등 다양한 제품들이 개발, 출시되고 있다.
또한 가정용, 학교용, 다중이용시설용 등 환기적용 대상 특화 제품은 물론 탄소중립 이슈로 주목받는 그린리모델링에서 환기 적용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민들이 환기사용에 대한 인식 부족과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환기의무화정책 전환은 시급한 과제로 남아있다.
이번 기획을 통해 환기산업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와 환기산업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코로나19, 환기시장 파급효과 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은 환기시장에도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왔다. 사람들은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채 생활하고 있으며 환기를 생활화하는 등 감염예방을 위한 노력들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주로 비말을 통해 전파되고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실내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실내공기질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더욱 높아지고 있다.
환경산업 대부분이 규제산업인 것처럼 환기장치도 불요불급한 규제 대응을 위한 잉여제품으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었으나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공기감염병 예방을 위한 핵심기능을 제공하는 필수제품으로 인식돼 가는 분위기다. 학교나 공공기관은 물론 소규모 다중이용시설 등 규제 사각지대에서도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미세먼지와 부유세균 및 부유바이러스 제거 공기청정 기능과 같은 복합기능을 제공하는 제품이 출시되며 관련업계의 사업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반면 잉여제품으로 취급되는 상황에서는 실질적인 활용률이 낮아 제품성능이 문제되는 경우가 오히려 별로 없었으나 코로나 상황으로 활용률이 높아지면서 제품기능이나 성능과 관련한 소비자의견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팬데믹 이전 환기는 날씨와 미세먼지 등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하는 것으로 인식됐다면 팬데믹 이후 환기는 질병관리부가 제시한 ‘하루 3번 10분’ 환기 지침처럼 건강한 실내공기질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고 밝혔다.
최근 환기업계는 환기에 공기청정, 자외선(UV) 살균시스템, 각종 냄새 및 유해가스 제거 등 다양한 기능을 결합한 제품들을 출시하면서 관련 업계까지 시장을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환기에 대한 수요를 바탕으로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다양해진 생활공간과 인테리어 취향에 맞춘 환기시스템이 가전으로 인식되며 소비자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소비자는 창문을 닫고도 환기가 가능한 환기시스템에 주목한다. 공기청정기와 달리 환기시스템을 사용하면 문을 열지 않고도 실내 환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내 공기질을 자동으로 감지해 오염된 실내 공기는 외부로 배출하고 외부 공기는 고성능 필터시스템을 거쳐 쾌적한 공기로 전환돼 실내로 들어와 실내외 공기순환, 즉 환기가 이뤄진다.
환기의 중요성이 점차 커짐에 따라 ‘올바른 환기’, ‘건강한 환기’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제 환기는 단순히 공기순환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절약하고 건강한 일상을 지키는 가전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심화되는 대기오염으로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이 늘어나고 있어 창문을 열어 환기하기조차 쉽지 않기에 실내 공기질관리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고 엔데믹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유지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쾌적한 실내공기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이제는 우리 집 실내공기를 섬세하게 관리할 수 있는 ‘에어테리어(에어+인테리어)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웰빙이라는 단어의 본질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는 주거환경에서 놓쳐서는 안 될 요소인 건강”이라며 “‘육체는 정신의 바탕이고 정신은 육체의 작용이다’라는 말처럼 진정한 웰빙 인테리어를 위해서는 건강하고 쾌적한 실내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결로·곰팡이 문제, 해결됐나
과거 “냉방중입니다. 창문을 닫아주세요”로 상징되는 에너지절약 우선 시대에서 코로나 펜데믹을 거치면서 냉방 중에도 상시 환기가 요구되는 상황이 됐다. 열회수 환기장치 적용이 최상의 해결책인 것이다.
그러나 하절기 환기장치 가동으로 실내습도 증가와 결로 및 곰팡이 발생 문제가 환기업계의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환기장치의 성능기준이 동절기 난방에너지회수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냉방 시 환기효율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실정이다. 이는 기존 환기장치의 습도교환효율이 온도교환효율에 비해 상당히 낮기 때문이다. 그 결과 환기장치에서 외부습기가 걸러지지 않고 거의 그대로 실내로 유입되면서 실내를 가습하는 상황이 되며 경우에 따라 제품이나 공급덕트 내부에 결로와 곰팡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동절기 결로발생도 같은 이유다. 환기장치를 상시 가동하게 되면 결로방지 히터에 의한 전력소비가 급격히 증가하게 돼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히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 시행으로 건물 기밀도가 향상되면 환기장치 운전이 필수불가결해지기 때문에 환기장치에 내재된 문제가 더욱 광범위하게 부상할 수 있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하절기 실내가습, 결로 및 곰팡이 발생, 결로방지히터 전력소비 문제 등은 모두 환기장치의 습도교환효율이 낮아서 생기는 문제다. 과거 일부 잉여제품으로 취급되던 상황에서는 오히려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코로나와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로 환기장치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고 활용도가 높아짐에 따라 환기장치에 내재된 문제가 광범위하게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고 환기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기존 환기장치에 내재된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결국 환기업계의 자발적인 제품성능 향상 노력과 함께 성능기준 강화 등을 통해 기술개발을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일부 기업들은 이에 대응한 제품도 출시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복합환기시장 활성화될까?
프린트기와 팩스, 복사기 등이 하나로 통합돼 복합기로 대치되고 있는 것과 같이 환기시장도 냉방(에어컨)과 환기, 공기청정, 제습 등 기능이 합쳐진 복합환기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복합환기시스템이 시장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기존 실외기실이나 베란다 천정에 거치해야하는 관계로 컴팩트한 구조의 최소 사이즈 △냉방구역을 100% 커버할 수 있는 냉방능력 확보 △냉방을 위한 컴프레서는 고효율의 에너지절감이 가능한 인버터 적용 △ 환기기능은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 적합 등 전제조건을 반드시 갖춰져야 한다.
또한 대풍량인 냉방시스템에 적합한 급기팬과 배기팬을 적용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소풍량인 환기시스템으로 기동 시 열회수환기장치의 KS기준인 KS B 6879에서의 에너지성능계수를 만족시킬 수 없는 문제도 발생한다. 특히 컴팩트한 구조내부에 전열교환소자, 응축기, 증발기, 컴프레서 등 여러 종류의 필터와 냉방, 환기, 공기청정 등 운전모드를 만족시키기 위한 복잡한 내부구조로 인한 기기내부의 정압상승으로 인한 효율저하 문제점 등은 복합환기시스템 개발을 위해 해결돼야 될 문제다.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 개발된 시스템이라도 공인시험성적서 발부, KC안전인증과 무선전파인증 등을 받기 위해서는 복합환기에 대한 품목과 규정이 없어 각각 기능에 해당되는 기준으로 시험 및 인증을 받아야 해 과다한 시험 및 인증 비용 및 시간이 소요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복합환기의 환기기능은 열회수환기장치의 KS B 6879, 냉방기능은 KS C 9306의 에어컨디셔너 기준에 만족할 수 있는 구조와 성능이 요구됨에 따라 개발업체에는 많은 애로사항이 발생된다”라며 “이에 따라 복합환기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이들 기능이 통합된 복합환기 제품의 KS기준과 KC인증규정이 필요하며 특히 복합환기 개발의 가장 큰 걸림 요소인 환기기능에서의 에너지계수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환기, 성장가능성은 높지만
업계에서는 환기시장을 2022년 기준 5,000억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으며 앞으로 기업·소비자간 거래(B2C)시장 추가 확산 여부에 따라 최대 수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공기청정기보다 환기가 더 유용 하다는 것이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공기청정기는 개인이 즉시 구매할 수 있는 반면 환기장치는 건축물의 기계설비에 속하기 때문에 즉시 매출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라며 “환기장치는 법으로 정해진 사항이기 때문에 이미 공무원들이나 설계자들 및 시공자들이 알고 있지만 여전히 일반 수요자는 잘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도 환기장치에 대한 입지는 더욱 확고해 졌기에 환기시장은 점차 좋아질 것”이라고 성장가능성을 밝혔다.
특히 전통적인 환기시장은 ERV/AHU 중심으로 내부와 외부 공기를 교환하는 단순 환기중심이었지만 코로나 이후 미세먼지만이 문제가 아닌 공기부유바이러스에 대한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기시장은 공기살균기능 의무화, 환기설비 설치 대상 확대 등을 통해 더욱 큰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진출하며 수조원대 시장으로 성장된 공기청정기시장에 반해 환기시장은 1조원 미만 규모로 필요성에 비해 시장이 성장하지 않은 상황이며 가격경쟁으로 인해 성장세로 이어지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코로나로 인해 환기시장에 대한 관심이 증가해 시장규모가 확장되는 계기가 마련됐지만 대상 확대나 살균기 설치 의무화 등이 진행되지 않아 실제적인 성장까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대상이 확대되고 대기업의 진출 규제가 해제돼 시장 자체가 1조원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성장해야 보다 커질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여기에 공조시장, 필터시장과 자연스러운 통합으로 전체 규모가 커져야 한다”고 전망했다.
환기기술 발전과 환기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다중이용시설에서의 보급은 기대만큼 성장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어 환기시장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2006년 주택법 개정, 2019년 환기장치 보급사업이 추진되면서 환기업계는 장밋빛 시장전망을 내놨지만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다만 환기설비의 효과성과 필요성을 느낀 지자체와 시·도교육청에서는 환기설비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환기시설 설치 의무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중소규모 국·공립 어린이집에 환기장치를 지원하고 있으며 경기도와 강원도교육청은 올해부터 환기설비를 도입한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환기장치 도입의 효과성을 인지해 환기법안을 강화하고 다양한 사업과 과제를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 다중이용시설에서 느끼는 이해도는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정부차원의 좀 더 확실하고 명확한 지침이 필요한 상황이다.
환기는 개인 공간에서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공중보건의 관점에서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소규모 다중이용시설에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이 전파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환기장치는 국민들의 건강을 넘어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수적인 기본장치가 됐다.
2020년 환기시스템 설치 확대를 위해 1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주상복합 건축물에 의무화된 환기시스템 설치를 3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주상복합 건축물까지 확대됐다(30세대 미만의 공동주택·주상복합 건축물, 단독주택은 설치 권장).
또한 ‘실내공기질 관리법’에 따라 민간 노인요양시설(1,000m² 이상), 어린이 놀이시설(430m² 이상), 영화관(300m² 미만) 등의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환기시스템 설치가 의무화됐다.
그러나 연면적 1,000m² 이하의 국공립 노인요양시설이나 민간시설은 환기시스템 설치가 규정돼 있지 않다. 또한 아파트 부대시설로 분류되는 아파트 상가는 의무규정이 없으며 일반 상업용 건물 내 식당, 카페 등 소규모 매장은 제외된 상태다. 이로 인해 환기 사각지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 국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소규모 다중이용시설에 환기설비가 조속히 설치돼 우리 국민들이 안심하고 최소의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소상공인들이 생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 관련 기준 정비 및 정부 차원의 설치 지원을 촉구한다면 이는 환기산업의 미래와 지속가능한 K-방역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