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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민경천 지오릿에너지 연구소장

“ATES·BTES 등 허브축열조 구축
냉난방에너지 100% 재생E로 공급”
부산EDC ‘Zero Energy City’ 구현 핵심설비

2003년 설립된 코텍엔지니어링은 히트펌프와 지열에너지를 주력사업으로 성장한 기업이었다. 서울시신청사, 롯데수퍼타워, 경북도청사, 나주한전사옥, 세종시 정부청사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열프로젝트를 시공하면서 지열업계를 이끌어 왔다. 2020년 코스닥에 상장하며 지엔원에너지로 사명이 변경됐으나 2022년 기업인수합병을 통해 지오릿에너지로 사명이 다시 한번 변경됐다. 

지오릿에너지는 기존 재생에너지사업에 리튬개발사업을 추가해 재생에너지와 자원개발을 회사의 주력사업 아이템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미래지향적인 중소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술연구소를 설립해 지열전문인력 양성과 다양한 국책연구과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우리나라의 지열설계, 시공기술 향상에 앞장서고 있다. 

지오릿에너지는 Smart ZEC 과제인 ‘열거래를 위한 복합 및 분산형 스마트 허브축열시스템 개발’ 연구과제인 허브축열시스템 구축하며 냉난방운전 결과 확보라는 최종 목표 달성을 위한 막바지 R&D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과제에는 지오릿에너지를 비롯해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지역난방기술, 에너지기술연구원, 한양대, 브이피케이 등이 참여하고 있다. 과제 총괄을 맡고 있는 민경천 지오릿에너지 연구소장을 만나봤다. 

■ 총괄책임자로서 소감은
기후변화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고 생각된다. 이 위기를 극복할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인간의 생활터전인 건물의 에너지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건물에서 소비하는 에너지의 양이 전체 에너지소비량의 20%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나 미국의 경우 50%가 넘는다.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질수록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비율도 증가하게 된다. 

Zero Energy City(이하 ZEC)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며 효율적인 해결책이다. 우리나라는 전기는 한전이, 가스는 가스공사가, 지역난방은 몇몇 대기업이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경제개발 초기에는 자금, 기술, 인력 등의 부족으로 이와 같이 정부주도하의 대규모 인프라를 구축, 운영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일 수 있으나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분산형에너지 공급망 위주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ZEC는 이에 가장 잘 부합되는 연구과제라고 생각한다. 이번 연구에 참여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과제를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부담감과 동시에 우리나라 건축사에 새로운 장을 여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이번 R&D를 총괄했다. 

■ 스마트 ZEC의 개념은
Smart Zero Energy City는 탈탄소, 탈중앙, 디지털사회를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기술 기반 ‘친환경·분산형·디지털 Zero Energy City’를 의미하며 여기서의 zero는 ‘Net Zero’의 의미다. 외부와 에너지를 주고받되 에너지생산량이 소비량보다 많게 함으로써 Zero Energy City를 구현한다는 의미다. 

이번 과제의 실증단지는 부산 Eco Delta City(EDC)내 Smart Village, Urban Tech House, Smart 정수장, EDC 홍보관으로 구성되며 이곳에 공급되는 냉난방에너지는 수열, 지열, 태양열 등 100% 재생에너지로 공급된다. 전기에너지는 한전 전기와 계통연결이 돼 있으나 태양광, 연료전지 등으로 소비량만큼 생산량을 맞춰 Net Zero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운전, 제어, 감시 등 일련의 과정이 전자동시스템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제어시스템을 구성해 무인운전과 관리가 가능한 Smart 제어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 스마트 ZEC 세부 개발 내용은
부산EDC 내 단독주택단지(스마트빌리지), 오피스단지(어반테크하우스), 공공건물(스마트정수장, ZEC 홍보관)로 이뤄진 실증단지에 재생에너지인 지열, 수열, 태양열, 연료전지와 장기축열조인 ATES(aquifer thermal energy storage system), BTES(borehole thermal energy storage system) 단기축열조인 허브축열조를 설치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실증단지 내 모든 건물에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냉수와 온수를 공급해 냉난방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로 자체 생산 및 공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건물간 열거래가 가능한 분산형 스마트 허브축열시스템 구축해 남는 에너지는 타 건물에 판매하고 부족한 에너지는 타 건물에서 구입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시설투자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계절별, 시간대별 에너지효율이 가장 높은 시스템을 우선 가동함으로써 에너지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현재 모든 설비는 구축이 완료된 상태로 8~9월 냉방시운전을 완료했으며 올 겨울 난방시운전을 준비하고 있다.

■ 지오릿에너지가 맡은 역할은
지오릿에너지는 스마트빌리지와 어반테크하우스의 지열냉난방시스템을 완공했으며 지하대수층의 물을 이용해 에너지를 저장 또는 활용하는 ATES, 지중에 에너지를 저장 또는 활용하는 BTES라는 두 가지 장기축열조를 완공했다. 각각의 시스템으로부터 열을 공급받아 필요한 건물에 열을 공급할 수 있도록 허브축열조를 완공했으며 이와 관련된 지중 열공급 배관망, 기계실 건축, 설비, 전기, 자동제어시스템 구축 및 시운전을 담당하고 있다.

■ 각 참여기관의 역할은
먼저 수자원공사는 수열공급모델 정립, 에너지공급사업 비즈니스모델 개발을, 에너지기술연구원은 허브축열시스템 실증을 통한 성능분석 및 운용관리 로직을 개선했다. 지역난방기술는 축열조 및 열네트워크 운영상황 분석을 통한 개선방안 연구를, 한양대는 수요변동 대응을 위한 허브축열시스템 최적화 방안 연구를, VPK는 통합플랫폼 연계 운영 및 관리를 위한 실증사이트 안정화에 주력했다. 

■ 그동안 진행했던 실증성과는
냉방시운전을 완료한 현시점에서 각각의 개별 시스템은 양호한 결과가 나오고 있으며 이번 과제의 성과목표인 시설투자 감축률, 에너지 절감률 등은 목표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제의 핵심목표인 열거래와 관련해서는 운전데이터 분석, 운전패턴 분석, 제어로직 수정 등 많은 과제가 남아있는 상태이며 히트펌프 COP에 비해 시스템COP가 낮은 점도 속히 보완해야할 지점이다.

■ 이번 R&D를 통한 기대효과는
우리나라에는 30여년 전에 건설된 신도시들이 대거 재건축을 해야 할 시점에 와있고 기존 도시들의 구도심에도 재개발, 재건축이 돼야 할 곳이 산재해 있다. 이번 과제를 통해 ZEC 구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모든 시민이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실증단지가 구축됐다는 것이 가장 의미있는 결과라고 생각된다. 이를 본격적으로 신축건물에 적용할 경우 화석연료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며 온실가스를 감축함으로써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대안을 갖게 됐다는 것 또한 의미있는 결과다. 

또한 기존의 대형발전소, 열병합발전소 및 송전선로, 열공급망 건설 대신 분산형에너지 공급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초기투자비 절감, 민원 최소화, 신산업육성 등 다양한 부수효과도 기대된다. 


■ 향후 추가적으로 진행해야할 R&D분야는
ZEC는 실증단지 구축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에너지공급이 몇몇 독점기업에 의해 이뤄지고 있으므로 분산형 ZEC로 가기 위해서는 관련 법규에 대한 연구와 개정이 필수적이다. 또한 경제성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적 설계기술, 최적 시공기술은 물론 가장 효율적인 유지관리 기술개발 및 전문 운전원 교육이 필수다. 

이에 따라 △운전결과 분석 및 개선방안 △최적 설계기술 및 시공기술 △유지관리기술 및 인력양성 △관계법령 및 제도개선 △보급확대를 위한 정책연구 및 지원제도 수립 등에 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