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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보호조치 개정안, ‘UPS 안 써도 설치’ 논란

일률적 UPS‧방화격벽 설치 소급적용 비판
재난‧사고 시 치명적 시설 특정해 규제해야

정부가 이미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DC)를 포함한 사실상 모든 DC에 필요성 여부를 불문하고 UPS(무정전전원장치) 보유와 자가발전설비 유류탱크 방화벽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법개정을 강행할 전망이다. 업계가 과잉규제라며 반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022년 10월15일 발생한 SK C&C 판교 DC화재사고로 대규모 통신서비스 장애가 발생함에 따라 DC와 같은 집적정보통신시설에 대한 재난관리체계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월4일 시행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통해 타인은 물론 자신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을 위해 운영하는 DC의 경우에도 재난관리체계를 마련토록 했다. 정보통신망법은 DC사업자 등의 보호조치 의무 및 보호조치 적용대상을 규정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보호조치 내용은 ‘집적정보통신시설 보호지침(이하 보호지침)’을 통해 규제한다.

정부는 DC 재난관리체계 강화를 위해 지난 8월9일 △배터리실 화재 사전탐지 및 피해예방 △전력차단구역 최소화 및 예비전력 확보를 통한 전력생존성 확보 △수해대비 관리체계 구축 등을 주요내용으로하는 보호지침 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내년 1월1일부로 시행할 계획이다.

이번 조치에 따라 영향을 받는 사업자는 정보통산망법에 따라 500㎡ 이상 타사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을 위해 운영하는 DC를 비롯해 자사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을 위해 운영하는 500㎡ 이상 DC로서 매출 100억원 이상, 이용자수 3개월간 일평균 100만명 이상인 경우 등 국내 38개사로 추산된다.



UPS‧방화벽 의무설치 골자
개정안에 따르면 사업자는 반드시 UPS, 축전지설비, 자가발전설비를 설치해야 하며 전력감시실 또는 중앙감시실을 설치해야 한다. 이때 UPS 장비는 3개월간 평균 순사용전력의 130%에 해당하는 전력을 최소 15분 이상 공급할 수 있어야 하며 설비별 전원차단 및 바이패스 전환기능과 개별전원차단 기능이 포함돼야 한다. 또한 자가발전설비를 위한 유류탱크는 반드시 방화벽을 격벽구조로 설치해 공간을 분리해야 한다.

예비전력체계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서도 전력공급 이중화체계를 갖춰야 하며 전원차단이 불가피한 경우 차단구역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전력이중화는 N+1 이상 예비전력 체계를 갖춰야 하며 2N 이상 이중화체계인 경우 주‧예비 이중화설비는 공간적으로 분리해 설치해야 한다. 또한 전력차단 시 차단구역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전력분할관리를 해야 한다.

배터리실은 타 전기설비와 분리된 격실에 설치해야 하며 내‧외부 모니터링을 위한 CCTV, 배터리 셀 감시를 위한 전지관리시스템(BMS: Battery Management System), 추가적인 화재 사전탐지시스템, 긴급상황 시 수동정지가 가능한 비상정지장치 등을 병행 운용해야 한다.

이때 리튬배터리는 공급용량이 UPS 1개에 20kWh를 초과하는 경우 다른 전기설비와 분리된 격실에 설치해야 한다. 또한 축전지간, 축전지와 벽간 적정 이격거리를 확보해야 하지만 랙 사이에 내화구조 격벽설치 또는 UL9540A 이상 기준에 적합한 배터리는 예외로 할 수 있다.

BMS는 셀의 온도‧전압 등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하며 계측주기는 10초 이내로 설정해야 한다. 리튬배터리 설치시설은 BMS 외에도 화재징후를 사전탐지할 수 있는 보조적 시스템을 운용해야 한다.

침수방지를 위해서는 천장‧바닥 방수시공을 해야 하며 주요시설이 지하공간인 경우 예상 침수높이까지 물막이판 및 배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화재진압과 관련해 모든 공간에 열 또는 연기감지센서를 설치해야 하며 배터리 종류에 따라 화재진압이 용이한 소화설비를 구비해야 하고 급속배기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과기부의 관계자는 “최근 디지털서비스의 국민생활 영향이 증대되면서 디지털 재난‧장애 피해양상 및 발생요인 또한 복합화‧다양화됨에 따라 피해규모가 크게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판교 DC 화재사고와 같이 대규모 디지털 재난‧장애발생 시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은 점점 증가하고 있으므로 DC에 대한 화재‧전력공급 중단 등 재난‧안전관리사항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업계, “지킬 수 있는 법 만들어야…부작용 우려”
문제는 보호지침이 적재적소에 필요한만큼 적용되는 방식이 아닌 일괄규제이며 사실상 기존 운영 중인 모든 DC에 소급적용된다는 점이다. 업계는 현실과 맞지 않는 과잉규제로 DC산업 위축과 투자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업계의 관계자는 “DC 화재사고로 대규모 서비스장애가 발생함에 따라 DC에 대한 재난관리체계 강화가 필요하다는 명제에는 이견이 없다”라며 “기존에 규제하던 타사 서비스를 위한 DC에 더해 자사 서비스를 위한 DC로 적용대상을 확대한 것은 일정부분 필요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이번 보호지침 개정안의 경우 DC사업특성 및 운영실태 반영 미흡, DC사업자 부담 증가, 민간사업자 자율성 침해 등이 우려되므로 재검토해야 한다”라며 “개정안뿐만 아니라 기존 보호지침 내용에서도 일부 조항 및 별표내용들은 현 사업자의 운영특성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이나 향후 기술발전에 따른 유연적용에 대한 고려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개정안 일부내용은 사업자 재정부담을 증가시킬 수밖에 없으며 이를 차치하더라도 DC가 가진 한계로 인해 물리적 적용 및 이행이 불가능한 사례도 다수 존재할 것”이라며 “DC를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가 국민생활에 끼치는 영향 및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번 보호조치 개정안 추진은 민간사업자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측면에서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판교 DC 화재로 인한 대규모 서비스 장애는 집적정보통신시설 사업자만의 잘못으로 일어난 피해가 아님에도 사업자에게만 과도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라며 “수많은 DC사업자 및 고객, 임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들이 각 국민생활에 끼치는 영향의 정도에는 차이가 있음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고 정부가 정한 기준을 일률적으로 모든 DC에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이번 개정안과 유사한 형태의 해외 입법사례가 없으며 DC선진국인 미국, 일본, EU, 싱가포르 등은 오히려 DC구축 및 운영을 사업자 자율에 맞기면서도 사업자가 ISO, IEC, TIA 등 국제기준에 맞게 시설을 구축‧운영토록 하되 사고발생 시 사업자와 고객간 사전 정의된 합의인 서비스수준협약서(SLA: Service Level Agreement)를 기준으로 보상 및 후속조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법‧제도를 통한 사전규제는 최소화해 민간사업자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함으로써 산업발전에 저해되지 않게 하되 만일의 사고발생 시 후속조치 및 책임에 대한 사후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꼬집었다.



행정편의적 ‘일괄‧소급규제’ 비판
이번 개정안은 판교 DC와 같이 사고발생 시 국민적인 영향력이 가해질 수 있는 경우를 세밀하게 특정하지 않고 중요도가 낮은 시설에 대해서도 일괄규제하는 것이어서 행정편의주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먼저 UPS의 경우 실제로 일부 테넌트들은 정전 시 전력공급이 중단돼도 무관하다는 조건으로 계약하거나 자신들이 사용하는 서버 랙 내에 소형UPS 및 축전지를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경우 사용하지 않을 UPS에 대한 투자가 불가피해 불필요한 비용낭비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설에까지 UPS를 의무설치토록 하는 것은 과잉규제로 여겨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UPS 용량에 대해서도 최근 3개월간 평균 순간사용전력의 130%를 15분간 공급토록한 내용에 대해서도 기준설정에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업계는 DC 운영특성상 부하변동률이 크지 않으므로 3개월 평균이 아닌 연중 최대사용량 100%로 기준을 설정해 불필요한 예비율을 강제하지 말아야 하며 현재 운영 중인 대부분의 DC는 10분 이하 백업시간을 적용 중이므로 공급시간도 이에 맞게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유류탱크 방화벽, 축전설비 격벽설치 등의 경우 크고 작은 공사를 수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강압적 행정이 비판받고 있다. 내화구조 격벽은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DC에 설계반영, 구축되고 있으나 저용량 유류탱크 등은 방화벽 분리필요성이 낮다. 또한 기축센터의 경우 공간제약, 시설가동 중 등 요인으로 당장 적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배터리실의 경우 열폭주 염려가 있어 위험한 축전지는 리튬배터리임에도 모든 배터리실로 규제하고 있어 이러한 시설에 설치를 강제할 경우 시설중단에 따른 피해와 공간확보를 위한 장비‧설비제거 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호지침 개정안은 내년 1월1일을 시행일로 정하면서도 소급적용 조항을 뒀다. 개정고시 이전 DC를 구축해 운영‧관리하는 사업자는 이번 보호조치를 이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당장 따르기 어려울 경우 향후계획 및 대체조치 등을 포함한 이행계획을 과기부에 제출, 과기부장관이 협의회를 통해 검토해 적정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이는 지침을 적용하기 어려운 기축의 경우에도 동등이상의 조치 또는 계획을 제출해 심사를 받아야한다는 것이어서 사실상 신축은 물론 기축 DC 역시 보호조치를 이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업계 요구사항 반영을 위한 재개정 여부에 대해 과기부의 관계자는 “검토 중이며 당장 답변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