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설비업계가 공통적으로 겪고있는 고급인력 확보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국제산학협동 맞춤인력 양성사업(AMDC: Asian Master’s Degree Course)’ 프로그램이 마련돼 주목받고 있다.
최근 반도체, IT, 건설 등 이공계 분야의 기술인력이 부족해 인건비 상승에 따른 경제성장 정체 또는 퇴보가 예고되고 있다. 다른 선진국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은 이미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고급인력 모시기’에 나선 상황이다.
우수인재양성 전문기관인 ICEP(International Cooperative Education Program, 대표 김선국)이 수행한 설문조사에서 기업들은 산업기술인력 미충원의 가장 큰 발생사유로 ‘현장투입이 바로 가능한 숙련‧경력을 갖춘 인력부족(35.4%)’을 꼽았다. 이어 ‘임금조건이 구직자의 기대와 맞지 않아서(18.5%)’가 뒤를 이었다. 즉 기업이 원하는 숙련‧경력자는 부족한데 그만한 인력은 기업에 제공할 수 있는 수준보다 더 많은 임금을 원하는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현상에 따라 AMDC는 동남아 인력을 중심으로 실무능력을 갖춘 이공계 인력의 안정적‧지속적인 공급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마련됐다. 동남아 인력은 기존 3D업종 위주의 현장 단순업무나 기능인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AMDC 프로그램은 대학 이상의 고학력자를 국내로 유입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아세안 국가에서 영어 구사능력이 우수한 상위 3% 명문대학 학부생 또는 졸업생을 선발해 한국어 및 기업이 요구하는 실무교육을 이수하게 한 뒤 학생을 선택한 기업에 취업토록 지원한다.
김선국 ICEP 대표를 만나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과 의미에 대해 들었다. 김선국 대표는 건축과 전공으로 경희대 건축공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한 바 있다.
■ ICEP 설립배경은 대한민국이 후진국, 중진국, 선진국에 이르기까지의 산업발전,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의 모든 과정을 함께 한 세대로서의 고단했지만 많은 경험과 지식을 쌓게 된 것에 대해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여러 가지로 어려운 나라 상황을 보면서 안타까움과 일말의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교수 재직기간 중 사회변화는 물론 학생들의 자세와 수준의 변화도 느끼게 됐으며 최근 10여년 전부터 많은 기업들이 성실하고 우수한 인재확보에 갖는 어려움도 확인했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에서 우수인력 확보에 겪는 어려움이 거의 모든 산업분야에서, 그리고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을 조사자료를 통해 확인했다. 일부 경쟁력을 갖춘 기업의 경우 전문인력이 부족해 수주를 포기한다는 이야기도 전해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로 경제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는 악재도 함께 하고 있다.
국가성장은 기업성장을 기반으로 한다. 기업성장과 경쟁력은 기술과 전문인력이라는 두 날개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전문인력 부족으로 한쪽 날개를 잃고 있다. 인력감소에 대한 문제는 이미 여러 선진국에서도 있었다. 성공적인 예로 미국은 인도 이공계 엔지니어들을 받아들였으며 이들은 실리콘벨리 기업들을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독일, 호주, 영국, 캐나다, 일본 등의 선진국은 저개발 국가 출신 우수인재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신입직원 근무성향 조사자료에 따르면 입사 후 1/3은 2년 이내에, 1/3은 3년 이내에 퇴사해 기업입장에서는 2~3년간 실무교육에 투입한 비용과 급여지급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크다다. 특히 최근 ‘워라밸’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들의 경향은 잦은 이직을 부추키고 있으며 이에 따른 전문인력 확보 어려움은 출산율 저하와 함께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미래에 기업의 사활은 우수 전문인력의 확보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인력적인 문제해결에 일조하고자 ICEP을 설립했으며 AMDC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이는 아세안 국가의 우수인재를 선발해 한국 대학원에서 기업 맞춤형으로 양성하며 대학원을 졸업한 이후 한국기업에서 5년 이상 근무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 한국 전문인력 부족 심각성 및 해법은
한국 경제규모는 세계 9위이며 국제적으로 우수한 대기업, 중소‧중견기업이 많다. 그러나 기업은 많은데 일할 사람이 부족하며 특히 이공계열 엔지니어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2023년 발표한 2022년 산업기술인력 수급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장 큰 기술인력 부족 발생사유로 ‘직무수행을 위한 자질·근로조건에 맞는 인력 부족(23.3%)’ 및 ‘인력의 잦은 이직이나 퇴직(23.3%)’이며 인력 미충원의 가장 큰 발생 사유로 ‘현장투입이 바로 가능한 숙련·경력을 갖춘 인력 부족(35.4%)’, ‘임금조건이 구직자의 기대와 맞지 않아서(18.5%)’, ‘직업에 구직 지원자 수가 적어서(18.5%)’ 등으로 조사됐다.
워라벨을 추구하는 한국 젊은 인력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러나 아세안 국가의 우수 인력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 판단된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8,000만명으로 세계 4위 인구대국이며 평균연령이 30세가 되지 않는 젊은 국가로서 인구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한국과 반대로 일할 사람은 많지만 일자리가 부족한 생계형 구직상황이다. 즉, 한국은 고임금에 구인란이고 인도네시아는 저임금에 구직난인 상황이다.
인도네시아에는 2023년말 현재 약 4,423개 대학이 있다. 인도네시아 우수대학을 졸업한 대학생들은 우수한 전공지식과 상당한 수준의 영어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업무적응력 및 수행능력도 다른 아세안 국가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면접과 조사를 통해 확인했다.
인도네시아 대졸 이상 고급 엔지니어를 한국기업에서 채용하면 양국간 서로 부족분을 보완해 주는 것이 된다. 이를 위해 최근에 일부기업에서 개별적으로 직접 리쿠르팅을 시도했으나 원거리, 현지에 대한 이해와 정보력 부족으로 인해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고도 실패한 사례들이 다수 확인됐다.
ICEP은 기업입장에서 아세안 국가 인재를 보다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발굴하며 실무교육을 통해 전문인력으로 양성한 후 한국기업에 연결하고자 2023년에 설립됐다. ICEP은 2023년 초부터 학생과 기업을 모집했으며 교육을 담당할 국내대학을 선정해 실무 재교육을 위한 AMDC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대학 랭킹 1위인 인도네시아 국립대학과 AMDC를 위한 MOU를 2023년 3월에 체결한 바 있다. ICEP 조직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10년 이상의 실무 및 교육경험이 있는 현지전문가, 반도체와 건설분야에서 현장과 교육경험을 갖춘 박사급 인력으로 구성했다.
■ 기계설비산업계 인력부족 실태는
건설분야의 기계설비인력은 대부분 기계 또는 건축설비 전공자들이다. 과거에는 기계전공에서 상당수의 인력이 배출됐으나 최근에는 그렇지 않다. 기계전공 학생들에게 기계설비가 진로선호도에서 밀리는 현상이 10여년 전부터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이다.
또한 신설되는 건축설비 관련 학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점차 축소 또는 소멸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건설분야에서 건축기계 및 설비비중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성능과 기능은 고도화되고 있는 상황이며 관련기업에서는 당장 해결안을 찾지 않으면 기계설비분야 미래가 붕괴될 것이라 말하고 있다.
또한 해외 건설사업 또는 해외 현장에서 한국 엔지니어들은 전문지식은 있지만 소통으로 인한 불편함이 지적돼왔다. 인도네시아 상위 랭킹 대학을 졸업한 대학생들은 영어 구사능력이 우수하다. 특히 상위 30위권 이내 대학 졸업생은 원어민 수준의 영어 구사능력을 갖고 있다. 기계설비분야의 해외진출 시 이들을 활용하는 경우 상당 수준의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 AMDC 프로그램을 소개하면
모든 기업은 실무능력을 갖춘 전문인력이 오래 근무하는 것을 원하며 미래에는 영업력과 기술 이상으로 전문인력 확보가 기업생존에 영향을 미친다. AMDC는 12대 주력 산업별로 최대 180명의 전문가를 양성하며 첫 학기인 2024년 9월에는 건축, 반도체, 화학분야에 대해 20명 내‧외 학생으로 출범한다.
동남아국가 중 인력수준이 높은 인도네시아 대학 랭킹 3% 이내의 우수대학 졸업생을 대상으로 모집하며 모집된 학생들은 기업면접을 거쳐 선발한다. 선발된 학생들은 AMDC에 참여하는 대학에 배치돼 여름 및 겨울 학기를 포함한 총 18개월간 석사과정을 마친 후 미리 채용약정된 기업에 5년간 의무적으로 근무한다. 학생들은 석사과정에서 기업별 주요업무에 맞춰 전문교육을 받게 되며 의사소통을 위한 한국어 교육도 받게 된다.
특히 학기 중 진행되는 전공실무와 인턴십 과목은 재학 중 실무적응교육(OJT)를 받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업무수행능력을 파악할 수 있다. 기업은 학생들의 대학원과정에 소요되는 학비와 일부 생활비를 지원하며 취업 시 연봉은 국내 대학 졸업생의 80% 수준에서 책정한다. 5년간 의무근무 후에는 해당직원의 업무수행 능력을 고려해 계속고용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참고로 AMDC 프로그램은 인도네시아 4,432개의 대학 중 상위 30위권 이내의 학생들을 우선 선발, 전문교육 후 기업에 공급하는 체계다.
■ 구체적인 운영방식 및 절차는
AMDC 프로그램은 기업, 학생, 대학의 3주체가 있으며 ICEP은 이들 3주체와 협약 및 계약을 통해 이들간 관계를 조정, 협력, 관리한다. 즉, ICEP은 우수학생 선발, 수요기업 발굴, 교육을 담당하는 대학을 선별해 AMDC가 성공적으로 추진되도록 총괄기획, 운영 및 관리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기업은 학생 인력채용을 전제로 등록금 및 생활비 일부를 지원하며 졸업 후 기업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을 지원한다. 학생은 대학원에서 전문지식 습득 및 학위취득, 졸업 후 지원기업에 취업해 5년간 의무근무 기간 이상을 근무해야 한다. 대학은 ICEP과 협력해 AMDC 관리, 커리큘럼 운영 후 전문석사학위를 수여한다.
AMDC 운영은 2024년 9월 건축과 반도체 2개 전공분야를 우선으로 실시하며 긴급수요 요청이 발생한 생명과학분야를 포함해 이공계 전 영역으로 확장할 것이다.
ICEP에서 선발한 학생은 한국 대학원에서 18개월의 교육과정을 마쳐야 한다. 교육과정은 18개월동안 3학기와 2번의 방학학기로 한국어, 전공기초, 전공심화, 전공실무, 인턴십으로 구성된다. 전공과목 내용과 수준은 기업요구를 반영해 결정하며 주 5일 중 하루는 대학원에서 수업받고 4일간은 지원기업에서 OJT에 참여해 업무수행능력을 키운다. 이러한 교육과정을 통해 기업입장에서는 신입사원 교육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대학원 과정에서 교육비와 생활비는 ICEP의 중재하에 공정하게 산정되며 지원된 금액은 졸업 후 근무 시 급여책정에 반영된다.
AMDC 운영절차는 ICEP과 기업이 AMDC 참여협약을 체결한 뒤 ICEP 주관으로 학생모집 및 인터뷰를 통한 후보자 선발이 진행된다. 이어 기업이 후보학생 인터뷰 및 확정하는 학생지원 및 채용약정을 체결하며 대학원 입학원서 접수 및 입학허가서 발급절차가 이뤄진다. 이후에는 학생비자(D2-2) 프로세스 및 사전교육, 입국 후 AMDC 과정 이수, 졸업 후 지원기업에서 5년 의무근무하는 절차를 따른다. 의무근무 후 계속근무 시에는 ICEP 중재하에 근무조건 재협약 후 재계약을 추진한다.
■ AMDC에 참여하려면
AMDC 참여를 희망하는 기업은 ICEP에 ‘AMDC 프로그램 참여기업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며 ICEP과 AMDC 참여협약을 체결해야 한다. 협약 주요내용은 학생 선발과정 참여, 선발학생에 경제적 지원, 교육 후 근무 조건, 기업 지원중단 및 학생 이탈 시 조치사항, ICEP 회원가입 및 회비납부 등 내용으로 구성된다. 회원조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협약에 의해 결정된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www.icep.or.kr) 또는 설명영상(홈페이지-자료실-동영상)을 참고하거나 전화(1522-8188) 또는 이메일(amdc@icep.or.kr)로 문의하면 된다.
■ AMDC의 사회적 의미는
지금까지 AMDC에 대해 여러 기업에 직접 홍보하고 관련 협회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 기업들이 우수 전문인력의 확보를 희망하면서도 추진사례가 없이 최초로 시작하는 AMDC 프로그램에 대해 참여를 주저하고 있다.
그러나 ICEP 핵심멤버는 이미 외국인 학생을 대거 모집해 MBA교육을 성공적으로 운영한 경험이 있다. 그리고 기업들은 가성비 높은 전문인력 확보에 더이상 주저할 수 없는 상황에 있다. 이로 인해 현재까지 20여개 기업이 참여를 희망하고 협약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의 경우에는 짧은 모집 기간, 건축과 반도체로의 전공제한, 학교랭킹 상위 30위 이내라는 조건에도 불구하고 2023년말 현재 약 200명의 학생이 지원했다. 다양하고 적극적인 홍보, 상시접수, 학교랭킹 확대 등을 진행하면 더 많은 학생이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현재 단순 기능위주 노동자가 아닌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인력이 약 5만명 부족한 것으로 산업부 조사에서 확인됐다. 이 숫자는 매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ICEP은 2024년 반도체와 건축분야부터 시작하지만 점차적으로 생명과학, 전기, 화공, 기계, 컴퓨터, 재료, 인공지능 등 거의 모든 이공계 분야로 확대해 연간 1,000~2,000명의 기술인력을 지속적으로 육성 후 기업에 공급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는 자원대국이기도 하다. 니켈, 구리, 주석 금, 석유, 석탄 등 주요 자원의 매장량이 세계 2위다. 경제대국으로의 성장가능성이 높다는 증거다. ICEP을 통해 한국기업에서 근무하면서 체득한 전문지식은 그들이 자국으로 돌아간 후 자국의 산업발전에 기여할 것이며 리딩그룹으로 성장해 한국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갖게 될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선순환구조는 성장 정체기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의 자원이 될 것이며 공동번영 파트너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