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자산운용은 최근 수도권에 데이터센터(DC)를 준공하며 업계에 성공적인 DC개발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내년 별도의 수도권DC도 구축이 예정돼 국내 대표 DC투자사로 명성을 얻고 있다.
김영준 이지스 DC담당(이사)은 SK브로드밴드, GS건설 등을 거치며 DC기술, 사업, 마케팅, 영업 등 전문성을 쌓아 현재 이지스 DC사업‧영업을 총괄하고 있다. DC 최종사용 고객니즈를 파악해 최종 계약협상까지 도출하는 업무를 전문영역으로 활동하는 김영준 담당은 글로벌CSP와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갖춘 국내에 몇 안되는 전문가로 알려져있다.
김영준 이지스 DC담당을 만나 DC업계 트렌드와 국내시장 확대와 비즈니스 확장을 위한 조언을 들었다.
■ 글로벌 DC시장동향 및 트렌드는 올해 화두와 트렌드는 AI, 액체냉각(Liquid Cooling)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최근 화두로 대두된 것일 뿐 아직 DC업계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고 하기에는 다소 거리가 있는 단어들이다.
시장관계자들도 흥미롭고 자극적인 트렌드에 익숙해지는 것은 좋으나 트렌드만을 언급하고 따라가느라 본질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본질이란 여전히 DC의 부지선정(Site Selection)이며 이와 연계된 전력공급과 각종 내‧외부적인 이슈들이 현실적이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이며 어디에 DC를 구축할 것인지가 최우선 고려사항이다.
■ 최근 국내 DC구축 사업성 악화가 우려되는데
DC시장 확대에 따라 업계가 확장한다는 측면은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업계가 확장됨에 따라 이와 연계된 무임승차자(Free rider)와 체리피커(Cherry picker: 자신의 잇속만 챙기는 사람)도 함께 늘어난다는 점은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모든 이들이 행복해지는 사업구조나 환경은 없겠으나 DC 생태계가 잘 유지되기 위해서는 특정파트의 특정사업자가 많은 거품(Bubble), 즉 과도한 초과이익을 취한다면 결국에 그 거품으로 인해 손해를 보거나 사업전체구도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의 경쟁대상은 경쟁사나 경쟁프로젝트일 수도 있지만 시야를 크게 가질 필요가 있다. 시장확장을 통한 더 큰 파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크게 봤을 때 일본, 베트남 등 다른 국가가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정책적인 차원에서의 접근 및 DC에 대한 대중의 싸늘한 여론을 바꾸려는 시도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협력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 DC투자 큰손인 CSP 중심의 구축사업이 중장기적으로 국내에 순기능이 적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보는 시각에 따라 조금 다를 것이다. DC운영사(Operator)나 공급사(Provider) 입장에서는 글로벌 CSP와 직접적인 계약물량이 줄어드니 좋지 않은 시각을 갖기도 한다.
반대로 DC업계 전체로는 디테일한 수익구조가 어찌됐든 국내에 글로벌CSP 자체센터가 구축됨에 따라 해당 마켓의 확장과 연계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어느 쪽이든 업계가 확장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좋은 현상으로 판단한다.
■ DC 장비선정 시 대부분 외산이 적용되는 점이 국내기업에게 극복과제로 대두되는데
글로벌사업자들은 아무래도 글로벌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브랜드 자체의 영향력도 중요하겠지만 얼마나 많은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있으며 기준‧규격을 얼마나 엄격히 충족하고 있는가가 더 중요한 요소라고 판단한다.
고객니즈에 대한 파악과 글로벌인증과 같은 객관화 할 수 있는 사항들을 갖춘다면 글로벌브랜드가 아니라도 어떤 장비든 기회는 있을 것으로 본다.
■ 제한적인 국내 프로젝트에서 벗어나 글로벌 DC시장으로 진출할 필요가 있는데
투자사, 시행사, 운영사, 설계사, 시공사, 장비사 등 영역별로 전략을 모두 언급하기에는 제한적이나 다만 어떤 사업이든 가장 확실한 전략은 고객중심의 마인드셋이다. 어떤 대상이 고객인지, 그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것을 실행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늘 고민하면 100전 100승이 아닐까 싶다.
DC는 인구, 네트워크 트래픽, 각 국가의 IT 자원과 깊은 상관관계를 갖는다. 물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프라는 기본일 것이다. 이러한 조건들을 충족할 만한 국가를 파악하고 현지여건을 깊이 있게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조건에 부합하는 국가에 진출을 시도하는 사업자마인드가 요구된다.
최근 동남아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동남아시장은 아직 글로벌CSP가 완벽하게 장악하지 못한 시장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동남아 국가들은 내부적으로 CSP를 유치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10년전 모습과 유사한 분위기다.
다만 국내 DC시장상황과는 달리 정부차원에서의 지원, 대중들의 DC에 대한 반응은 보다 더 개방적이며 우호적이라는 부분은 강조하고 싶다.
■ 최근 베트남에서 개최된 W.media 컨퍼런스에 참가했는데
글로벌 DC 및 ICT 전문 마케팅기업인 W.media가 베트남 호치민에서 ‘베트남 클라우드&DC 컨벤션 2024(VCDC 2024)’를 개최했다. 이중 패널토론 프로그램에 참여해 ‘호치민이 아시아의 실리콘밸리가 될 수 있을까(Can Ho Chi Minh be the next Silicon Valley of Asia)’라는 주제로 논의했다.
베트남 시장참여자들은 싱가포르, 일본, 한국에 이어 베트남이 DC시장을 리딩할 수 있을지, 이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많이 고민하고 있으며 궁금증을 갖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패널로 참여했으며 한국의 지난 10여년간의 성장스토리와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왔던 과정을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미 10년 넘게 베트남 DC관계사인 Telco와 관계를 이어오고 있었지만 최근 들어 베트남이 DC산업에 깊이 관여하고자 하는 의지와 해외 전문가들에게 높은 호응을 보이고 있어 업계관계자로서 뿌듯하며 응원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는 점을 소감으로 남기고 싶다.
■ 국내 DC관련 규제방향성에 우려를 제기하는 시각이 많은데
두 가지 측면에서 규제사항을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전력공급 관점에서의 규제이며 둘째는 주민반발에 따른 규제다.
전력공급관점에서 살펴보면 DC시장은 글로벌차원에서 국가간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AI DC는 기존 DC와는 차원이 다른 용량(Capacity)으로 글로벌하게 확대될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공급계획이 세부적으로 나온 것은 없지만 이러한 전망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으며 가능성이 높은 미래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력공급 부족 문제가 대두되고 있어 DC입지규제가 단행되고 있다. 전력부족이 실제로 발생할 것인가에 이견이 있기도 하지만 전력공급 부족사태 실현여부를 떠나 가능성이 높은 미래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관계당국을 비롯한 시장참여자들이 이러한 의제에 매몰돼있으면 대규모 국내‧외 투자를 유치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해당 의제를 한 번은 극복함으로써 프로젝트를 유치할 수 있는 정책동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DC시장에 드리운 버블 역시 전력수급 허위신고 등 결국 DC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점이 크므로 이는 반드시 풀고 넘어 가야하는 마켓의 과제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올 것이다. 급격한 AI시대 도래에 따라 DC시장 역시 폭발적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전력수급 문제를 비롯한 시장구조 문제를 심도깊게 고민해야 한다.
주민반발에 따른 규제측면에서 살펴보면 이미 언론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듯 몇몇 현장의 경우 주민반발에 의해 무산되거나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부지선정 초기부터 이러한 이슈가 없을 만한 곳을 선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모든 이들의 의견을 완벽하게 수용하는 프로젝트란 존재하기 불가능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는 달리 전자파 등 DC가 인체에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는 과학적인 데이터가 다수 존재한다. 대중의 싸늘한 시선을 돌이킬 만한 조직적인 대응과 적극적인 안내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