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미래모빌리티 △핵심소재 △지능형로봇 △첨단제조 △항공방산 △차세대원자력 △첨단바이오 △에너지신산업 등 11개 분야 초격차 프로젝트 로드맵을 심의, 의결했다.
이중 에너지신산업분야 초격차 프로젝트 7개 미션 중 ‘건물 산업효율 기술 세계 경쟁력 확보'가 3번째 미션으로 선정됐다. 이번 미션은 저탄소 고효율 전기기반 열공급기술(히트펌프) 개발 및 실증을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이번 초격차 프로젝트 미션과 분야 발굴 및 구체화 과정에 각 기술 부문별 PD들이 참여했다. 이윤빈 에너지기술평가원 효율향상PD는 에너지신산업분야 에너지효율부문의 주제 발굴, 조정 과정 등에 참여했다. 이윤빈 PD를 만나 초격차 프로젝트의 의미와 배경, 향후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초격차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초격차 프로젝트는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과 경제환경 변화 과정에서 한국산업의 초격차 성장을 이끌고 목표지향, 성과 창출 연구개발시스템 개편을 위해 추진됐다. 다양한 기술군 중에서 높은 가치가 기대되지만 위험이 큰 기술을 발굴해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R&D와 혁신 연계를 강화시키며 산업생태계 차원의 협업추진을 위한 수행체계를 중요 기본 방향으로 설정했다. 기획 전문성과 투자전략성 강화, 혁신기관 주도도 강조한 부분이 핵심이다.
프로젝트 주제와 범위 설정을 위해 정부와 전문기관, 기업이 논의를 진행했으며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미래모빌리티, 핵심소재, 지능형로봇, 첨단제조, 항공‧방산, 차세대원자력, 첨단바이오, 에너지신산업 등 11대 핵심분야 미션과 40개 프로젝트가 확정돼 지난해 4월 발표됐다. 11개 핵심분야 중 에너지신사업분야에 에너지효율 항목이 포함됐다.
에너지효율분야는 건물-산업효율 기술 세계 경쟁력 확보를 미션으로 설정하고 이를 위한 프로젝트가 제시됐다. 이후 상세 추진계획을 포함한 추가적인 논의과정이 진행됐으며 5월 초 전략기획투자협의회에서 11개 분야별 로드맵이 발표됐다. 이에 앞서 설명한 건물-산업 효율 기술 세계 경쟁력 확보는 에너지신산업의 7개 미션 중 3번째 미션에 위치한다.
■ 히트펌프가 에너지신산업분야 초격차 미션에 포함된 배경은
언론을 통해 빈번하게 보도돼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산업·건물·수송 전 부문에서 화석연료의 전력전환, 최저효율기준 강화, 친환경기술 보급 확대 등으로 에너지효율향상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화가 진행되고 있다. 에너지는 국가 존속을 위한 필수사항이며 탄소중립과 함께 국가안보나 산업측면의 중요성도 크다.
탄소배출을 줄이면서도 에너지효율을 개선해 전제 사용량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고효율과 저탄소의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산업현장이나 가정, 또는 상업시설 같은 곳에서 다양한 온도의 열에너지가 사용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고효율화와 저탄소화 실현 정도에 향후 탄소중립 성패가 달려 있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 부분에서 히트펌프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4월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중국의 히트펌프 현황과 향후 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중국은 산업과 건물 열수요의 40%를 히트펌프로 대체 가능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경공업부문 열수요 전력비율을 2022년 35%에서 2050년 80%로 높이는 데 히트펌프의 역할을 크게 강조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에너지수요부문을 산업, 건물, 수송으로 구분할 때 산업부문은 에너지소비의 60.7%를 차지하고 있어 산업부문 탈탄소화없이 탄소중립 달성은 불가능하며 그만큼 산업부문 탈탄소화가 시급하다.
산업부문 공정열 탈탄소화를 위한 다양한 대안 중 비교적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되는 산업용 히트펌프시장은 향후 큰 성장을 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에너지시스템 전기화와 분산전원 확대보급 과정에서 효율적이면서도 수요에 따른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한 열공급기기 대안 마련의 관점에서 보아도 히트펌프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유럽국가들의 신축건물 화석연료 난방제한이나 기존 냉매의 감축규제인 키갈리의정서와 같이 각국의 환경이나 효율과 관련된 규제 강화에 능동적인 대응을 위해서도 히트펌프기술 확보는 필수적이다.
또한 최근에는 바이오나 반도체와 같은 다양한 첨단산업에서 기존 냉열보다 낮은 수준의 극저온 냉열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은 국가에너지 절감뿐만 아니라 산업생태계 관점에서의 중요성도 크기 때문에 열을 이송해 온도조건을 맞춰주는 히트펌프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이와 같은 현황과 다양한 요구사항들을 고려할 때 히트펌프가 에너지신산업분야 초격차 미션에 포함되는 것으로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 현재 히트펌프분야 글로벌 기술수준과 국내 기술수준을 비교, 평가한다면
히트펌프를 시장 관점에서 구분할 때 가정용이나 상업·건물용 히트펌프에 대한 국내 기술수준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의 기업들은 창문형과 같은 저가 소형 에어컨시장을 시작으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상업·건물용 멀티히트펌프시스템에 이르는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였으며 내수시장 방어뿐만 아니라 글로벌시장 개척을 착실하게 추진해왔다.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한 다수의 기업들이 다년간 축적한 기술과 고숙련 연구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동남아나 남미,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시장 등 글로벌 전 영역에서 수요처를 확보하며 매출 규모를 늘려왔다.
하지만 산업계의 수요에 부응하는 대용량화를 위한 압축기나 열교환기 등 핵심부품 설계·제조기술과 사이클설계 및 시스템통합기술, 극저온 냉열공급시스템 등은 한국이 일본이나 독일, 미국 등의 혁신 선도국대비 다소 열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키갈리의정서나 유럽연합의 F-gas Regulation, PFAS 등의 규제 강화로 인해 낮은 GWP를 지닌 냉매 적용기술이 필수기술로 자리잡게 된 현재 시점에서 보면 히트펌프산업계 전반의 큰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작동유체인 냉매전환은 소재 적용, 부품 설계, 운용알고리즘 등 전반적인 변화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변화와 불확실성이 커진 시기에는 기술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R&D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 해외 히트펌프기업들을 살펴보면 Daikin, Hitachi, Mayekawa, KOBELCO, Danfoss, MAN-ES, GEA, Siemens, Bitzer, Carrier, York 등 수십년간 업력을 유지하며 높은 기술력을 축적한 대표기업들이 다수 있어 쉽지 않은 경쟁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대표기업들과 함께 산·학·연 다양한 기관에 다수의 고숙련 연구자들이 포진하고 있어 협력을 통한 집중적인 연구개발을 추진할 경우 절대 뒤지지 않을 것이며 경쟁과정에서 앞서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 초격차 로드맵을 통한 히트펌프기술 진화 방향은
에너지신산업의 에너지효율부문은 건물·산업 효율기술 세계 경쟁력 확보라는 미션을 위해 저탄소 고효율 전기기반 열공급기술(히트펌프) 개발 및 실증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으로 구성했다. 이를 위한 과제는 △산업용 보일러 대체 대용량·고온 히트펌프시스템 기술 개발 △산업·건물 친환경·고효율·부하최적대응 통합 에너지시스템 기술 개발 △산업용 극저온·초저습 히트펌프 및 냉열활용 시스템 기술개발 등 3개다.
기존 2050 탄소중립에너지기술 로드맵의 ‘에너지설비의 전기화 및 무탄소화’전략방향 내용을 이어가면서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구체화를 진행했다. 고온 열공급 실현을 위한 고난도 기술개발과 함께 친환경 냉매전환으로 인한 시장변화와 건물부문 전기화·탈탄소를 지원할 수 있는 기술개발 진행을 포함시켰다. 시계열 관점으로 보면 보다 큰 용량으로 높은 열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첨단기술들을 확보하고 냉매전환 과정에서 성장할 친환경 히트펌프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탈탄소·저탄소를 위한 산업 현장의 요구사항을 만족하는 고신뢰도의 고효율 기술확보가 기대된다.
친환경·고효율·부하최적대응 통합 에너지시스템의 경우 친환경 냉매적용과 이상적인 효율값과의 격차 감소 실현, 하이브리드열원 적용과 관련된 기술개발이 이뤄질 것이다. 친환경성을 만족하는 냉매들의 경우 고압, 가연성, 독성 등의 문제와 더불어 효율 저하 문제, 경제성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까다로운 문제들이 많은데 초격차 프로젝트 연구개발은 이러한 문제의 실질적인 해결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또한 복잡한 산업현장의 엄밀한 공정조건들을 만족하면서 높은 에너지효율을 실현하기 위해 최근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인공지능 접목도 필수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다양한 요소기술들을 성공적으로 확보하고 시스템기술 차원에서의 완성도를 높인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히트펌프기술 수준에 도달할 것이다.
■ 산업용 및 가정용보일러 대체 히트펌프의 경우 가격적인 제약요인이 많은 것 같다. 해결방안은
초격차 로드맵에 담은 내용은 공학적인 기술수준 향상과 경제성 관점에서의 장점 확보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현재 시점에서 보면 산업용이나 가정용보일러는 과거 수십년간 현장에 적용돼 왔으며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한계값에 근접하는 고효율화가 진행된 열공급기기다. 기존 보일러를 히트펌프로 대체하는데 있어서 가격적인 허들이 있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탄소배출량 저감을 위해서 기존 기기나 설비의 저탄소·탈탄소기기로의 교체는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사항이기 때문에 히트펌프 운용비의 장점을 더욱 살리고 초기설치비용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개발이 필수적이다. 물론 탈탄소를 위한 히트펌프 보급확산을 위해서는 정책적인 지원과 규제의 적절한 믹스를 통한 체계적인 계도도 매우 중요하다.
■ 현재 진행되고 있는 R&D와 어떻게 연계되나
초격차 프로젝트 로드맵은 현재 진행 중인 과제와 곧 진행될 과제들, 그리고 향후 진행이 필요한 과제들을 포함하고 있다. 올해 착수되는 산업용 고온 스팀히트펌프 기술개발과 자연냉매 적용 고효율 초저온 냉열설비 기술 개발 과제가 에너지효율부문 초격차 로드맵 관점에서 진행되는 과제들이다.
스팀히트펌프 기술개발 과제는 기존 산업공정 열원으로 사용되는 보일러를 대체하기 위한 대용량 스팀생산 히트펌프 기술개발을 실증단계까지 진행한다. 산업부문 탈탄소화 및 히트펌프시스템의 기술적인 완성도를 크게 높여 산업용 히트펌프시장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연냉매 적용 고효율 초저온 냉열설비 기술개발 과제의 경우 산업용 극저온 냉열수요에 적시 대응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히트펌프 공급온도 광대역화 관점에서 향후 시장 변화 및 추가적인 기술이슈에 따라 후속 과제 추진 필요성에 대한 전문가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초격차 프로젝트 롤링 일정에 맞춰 로드맵에 대한 수정 및 보완이 진행될 계획이다.
■ 히트펌프의 초격차 로드맵에 따른 기대효과는
히트펌프는 전기차와 함께 전기전환을 견인하며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으며 건물난방을 위해 설치된 히트펌프는 2022년 기준 1,000GW에서 2035년에는 4,400GW 규모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산업부문 탈탄소를 위한 시장도 향후 크게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용 공정은 식품, 제지, 펄프, 화학산업 등 각 부문별로 가열, 세척, 건조 등 다양한 공정들이 운용 중이며 제품생산에 요구되는 환경조건을 맞출 수 있는 정밀한 설계와 높은 신뢰도, 에너지비용과 유지보수비용 문제 해결이 필요한 고난도 엔지니어링분야다. 히트펌프가 산업현장에서 고온열원기기로 안정적인 역할을 맡을 정도로 기술수준을 높일 수 있다면 산업공정 탈탄소를 위한 시장수요도 새롭게 열리는 설비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통적인 HVAC분야 기기인 히트펌프는 글로벌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탄소중립과정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게 됐다. 현재 히트펌프분야는 세계 유수의 기업과 연구기관들이 건물 및 산업부문의 다양한 열수요를 만족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분야가 됐다.
탈탄소 압박과 동시에 작동유체에 대한 복합적인 국제 규제범위에 포함돼 있어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크게 늘어났으며 규제들의 추가적인 구체화가 현재 진행형이어서 현황 파악과 기민한 대처의 중요성도 커졌다.
또한 데이터가 주목받고 있는 시대에 에너지부문도 비약적인 도약을 위해서는 활용성 높은 에너지 데이터 확보가 중요하다. 히트펌프분야도 대표적으로 에너지 데이터가 절실한 분야다. 승온의 역할을 수행하는 히트펌프 활용에 있어서 배열이나 폐열원의 규모와 현황에 대한 파악이 중요하며 산업용 히트펌프의 경우 공정온도나 조건별 열수요량과 같은 시장상황에 대한 파악이 중요하지만 한국의 경우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유럽은 체계적인 열수요 관련 정보를 수집해 활용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에도 2021년 기준 건물과 산업부문 폐열용량을 45EJ로 분석하며 히트펌프 적용에 대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한국도 이제는 질적정보를 포함한 폐열의 총량과 분포 파악, 그리고 공학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고해상도의 열에너지 데이터를 확보해 수요를 만족하기 위한 다양한 히트펌프 개발과 적용 확대가 가속화될 수 있는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관련 전문가들의 관심과 논의, 그리고 속도감 있는 추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