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의 맞춤형서비스사업에서 지열설비 중 구성품 중 하나뿐인 지열히트펌프를 선정하면서 지중시설 설치공사까지 ‘물품’ 구매로 일괄 발주하는 것은 ‘특혜성 조달행정’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관련업계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열설비는 지상과 지중시설로 구분되며 지상시설은 건물 안에 설치하는 지열히트펌프, 순환펌프 및 배관설비, 자동제어설비 등 기계장치로 땅속에 설치되는 지열우물공 또는 지중열교환기로부터 올라오는 열에너지를 냉난방에너지로 변환시켜 건물 내부로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지중시설은 땅속을 수백m 깊이로 굴착하는 현장공사를 통해 설치되는 지열우물공 또는 지중열교환기 및 트렌치배관 등을 말하며 지하수 또는 부동액 등을 순환시켜 땅속에서 열에너지를 취득해 지상시설인 기계장치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무엇인가
지상시설은 지열히트펌프(20%), 순환펌프 및 배관설비(20%), 자동제어장치(10%) 등 전체공사비의 50%를 차지하며 나머지 공사비는 지중시설에 투입돼 대형 시추장비를 투입해 수백m 깊이로 땅속을 굴착하고 지열우물공 또는 지중열교환기를 설치하는 대규모 착정공사와 그라우팅공사에 소요된다.
현재 조달청 시설공사 맞춤형서비스사업에서는 지열설비 중 일부 구성품이며 구성비율도 20%에 불과한 지열히트펌프를 설계에 적용하면서 나머지 지상시설(30%)과 지중시설(50%) 설치공사까지 물품구매로 포함시켜 일괄 발주하고 있다.
이에 반해 각 지자체, LH공사, 한국농어촌공사 등 많은 공공기관에서는 지열설비사업이 있는 경우 지상시설인 기계장치와 지중시설인 지열우물공 또 지중열교환기를 각각 분리해 발주하고 있다. 일괄 발주하는 경우에도 지열설비를 시설공사로 발주하면서 관련된 ‘녹색 건설자재 대상품목’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관급자재로 구매해 지급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문제는 조달청 시설공사 맞춤형서비스 관급자재로 선정된 지열히트펌프가 가군(가진기업, 제이엔지), 나군(유천써모텍, 선이엔씨, 에너솔라) 등에 포함된 5개 업체와 수의계약토록 하고 있어 특혜성 조달행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선 지열설비 사업비 중 20% 미만의 비율을 가진 지열히트펌프를 구매하면서 현장의 천공공사가 포함된 나머지 80%까지 ‘건설자재 직접 구매 대상’에 포함시켜 사업 전체를 5개 업체 중 한 기업과 일괄 수의계약하는 것은 매우 부적정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열설비공사 전체를 물품구매로 발주하고 기초설계비의 99% 이상되는 높은 금액으로 특정업체와 계약하는 것은 통상적으로 설계비의 86% 내외로 낙찰자가 결정되는 일반 지열설비공사 경쟁입찰 발주방식에 비해 13%p가 넘는 국가예산을 낭비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약 1년6개월간 지열설비공사가 지열히트펌프(관급자재) 구매·설치로 발주되고 수의계약건수가 54건에 이르며 투입된 사업비만 357억원에 달한다. 다시 말해 이를 경쟁입찰방식으로 발주했다면 약 50억원에 가까운 낙찰차액을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지중시설을 설치하는 대규모 착정공사 및 그라우팅공사까지 물품구매로 처리돼 사업비내역에는 안전관리비 및 산재보험료 등이 계상되지 않는다. 결국 현장에서 대규모 천공공사 중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사고처리 및 보상 등 업무처리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또한 관계 법령인 건설산업기본법에서 ‘보링그라우팅공사업’의 업무영역에 ‘지열공 착정공사’가 명시되고 지하수법에도 ‘지열우물공 개발공사’를 ‘지하수개발·이용시공업자’의 고유 업무로 규정하고 있지만 사업전체가 물품구매로 계약되기 때문에 ‘기계설비공사’와 ‘보링그라우팅공사’ 및 ‘지하수개발공사업’을 영위하는 수천개 중소기업이 5개 특정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폐단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열설비 전체를 물품구매로 일괄 발주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지적에 대해 조달청은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 제20조(녹색제품에 대한 공공기관의 구매촉진)’ 1항의 내용에 근거해 조달청이 고시한 ‘녹색 건설자재 직접구매 대상품목’에 ‘지열설비’가 명시돼 있어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녹색 건설자재 직접구매 대상품목’에 명시된 ‘지열설비’의 적용범위를 보면 지식경제부 고시 ‘신·재생에너지설비 인증에 관한 규정’ 별표 1의 ‘인증대상 설비에 따름’이라고 명시돼 있으며 ‘2016년 조달청 시설공사 맞춤형서비스 관급자재 선정을 위한 군분류표’의 세부품명에도 ‘지열히트펌프’가 명시돼 있다.
결국 ‘녹색 건설자재 직접구매 대상품목’은 지열설비 전체가 아니라 인증대상 설비인 ‘지열히트펌프’로 한정해야 한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주장이다.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달청에서는 ‘지열설비’의 적용범위 및 ‘조달청 시설공사 맞춤형서비스 관급자재 선정을 위한 군분류표’의 내용을 무시한 채 지열히트펌프를 지열설비 전체와 동일 시하는 잘못된 해석을 하고 있다”라며 “적용범위의 인증대상 설비인 ‘지열히트펌프’로 한정해 관급자재를 구매하고 나머지는 일반 시설공사로 발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