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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공기열원, 신재생열원 지정
난방부문 탈탄소 가속화 기대”
소비자, 난방분야 친환경 선택권 확대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월4일 건물부문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에너지이용 합리화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제안이유에 대해 건물부문 배출량 감축을 위해서는 난방 열공급을 보일러에서 히트펌프로 전환하는 것이 필수적인 만큼 국내에서도 공기열원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인정함으로써 공기열히트펌프 보급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적시했다. 김성환 의원을 만나 대표발의 배경과 기대효과에 대해 들어봤다.

 

■ 건물부문 온실가스 배출 실태를 평가한다면

건물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우리나라 전체 배출량의 약 7.1%(2023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2030년까지 건물부문에서 감축하기로 한 목표는 32.8%이며 2023년 현재까지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15.3%를 감축해 왔다.

 

우리나라 주거문화 특성상 바닥 전체를 데우는 온돌난방을 선호하다 보니 우리 가정의 난방에너지소비량은 OECD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주거용건물에서 소비하는 에너지 중 난방과 급탕이 69%를 차지하는 만큼 건물부문 감축목표 달성의 우선순위는 난방열 공급을 위한 화석연료 소비를 과연 어떻게 청정에너지로 바꿀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국내 주택은 약 20%의 지역난방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가구가 가스보일러를 쓰고 있다. 콘덴싱보일러가 보일러 중에서는 고효율이기는 하나 결국 화석연료를 태우기 때문에 배출량 감축에 한계가 분명하다. 난방열 배출량 감축을 위해서는 효율이 높은 지역난방 보급률을 높이면서 개별난방을 보일러에서 전기히트펌프로 전환하는 두 방향의 접근이 동시에 필요하다.

 

■ 건물부문 온실가스 저감 방안으로 히트펌프를 주목한 배경은

히트펌프는 동일 전력 소모기준 전기히터대비 3~5배 높은 열효율을 보이며 콘덴싱보일러대비 28%, 일반 보일러대비 35%의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세계에너지기구(IEA)가 꼽는 탄소중립 5대 핵심기술 중 하나다. 하나의 기기로 난방과 냉방을 모두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결합할 경우 완전한 탄소중립 난방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는 핵심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선 가정용 히트펌프사용을 보기가 어렵다. 해외사례를 보면 유럽, 미국, 일본뿐만 아니라 이제는 중국까지도 난방열에너지 전환을 위해 보일러 신규 설치를 규제하거나 히트펌프 보급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도 갈라파고스화되지 않으려면 난방열에너지 전환의 시기를 더 이상 놓쳐선 안된다고 본다.

 

■ EU, 미국, 일본 등에서 히트펌프 보급 현황은

EU는 REPowerEU(2022)정책을 통해 2026년까지 2,000만대, 2030년까지 6,000만대 보급을 목표로 설정했으며 2030년 이후 신규 난방설비에서 화석연료 사용을 금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독일은 가구당 최대 40% 보조금 지급, 프랑스는 가구당 최대 9,000유로(약 1,350만원) 지원, 영국은 최대 7,500파운드(약 1,300만원) 보조금 지급을 통해 보급을 촉진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스값이 폭등하면서 에너지안보를 위해 히트펌프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지원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역시 인플레이션감축법(2022년)을 통해 10년간 365억달러 규모의 세액공제를 지원하고 히트펌프설치 비용의 30%(연간 최대 2,000달러)를 공제한다. 저소득층에는 최대 8,0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이 연평균 4.5%씩 성장하고 있으며 캘리포니아에서는 신규 단독주택의 히트펌프점유율이 55%를 넘어섰다.

 

일본은 ‘에코큐트(Eco-Cute)’ 시스템을 중심으로 히트펌프 보급을 확대해 2022년 기준 누적 출하량이 800만대를 돌파했으며 2030년까지 1,590만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은 아직까지도 석탄난방을 사용하는 가정이 꽤 많은데 이 석탄사용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히트펌프를 지원하면서 시장이 급격히 성장해 글로벌 건물용 히트펌프시장의 1/4를 차지하고 있다. 이 시장을 바탕으로 이제는 미디어(Media)같이 한 손에 꼽히는 히트펌프 메이커를 키워낼 만큼 산업경쟁력을 착실히 쌓아가고 있다.

 

■ 그동안 국내에서 히트펌프 보급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이유는

외국과 비교해 국내 히트펌프보급이 더딘 이유가 있다면 우선 공동주택 중심의 주거문화를 들 수 있다. 한국의 공동주택비율은 79.2%, 이중 아파트가 64.6%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히트펌프설치를 위해서는 실외기, 열교환기 및 축열조 설치공간이 필요한데 보일러설치에 최적화돼 있는 국내 기존 주택구조상 히트펌프를 설치가 용이치 않다.

 

만약 여러분이 아파트가 아니라 주택을 지어서 살겠다고 마음을 먹어도 초기 설치비용 부담이 또 발목을 잡는다. 히트펌프는 가스보일러대비 3~4배 높은 초기 설치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여서 많은 나라들이 설치장려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지원정책이 없어 소비자들이 히트펌프를 선택할 수 없었다.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도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었다. 기기가 비싸면 운영비라도 싸야 하는데 우리의 독특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로 인해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보일러 사용할 때의 가스비보다도 히트펌프로 인한 전기요금 상승이 더욱 커질 수도 있는 구조다.

 

결국 근본적인 원인은 산업부의 고민 부재라고 생각한다. 일단 우리 정부는 열에너지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에 대해 종합적인 계획을 세운 적 없다. 그러다 보니 난방열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히트펌프를 보급해야 한다는 방향 자체를 고민한 적 없는 것 같아 보인다. 이제라도 난방열 전환을 포함한 열에너지 종합계획을 마련해 중장기 정책방향을 수립할 때다.

 

■ 공기열원을 재생에너지 범주에 포함시킨 이유는

히트펌프의 열원으로서 에너지효율은 지열> 수열> 공기열 순으로 성능이 안정적이며 효율이 좋다. 다만 열원에 접근가능한 특정 입지에만 도입할 수 있는 지열·수열과 달리 공기열은 입지 제약이 거의 없이 폭넓게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U,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이 공기열을 재생에너지에 포함한 이유다. 반면 대한민국에선 공기열이 재생에너지로 인정되지 않아서 관련 지원정책이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공기열 히트펌프 보급이 더딜 수밖에 없었으며 소비자입장에서 선택 유인이 많이 낮아져 있다.

 

최근 히트펌프 보급 장애요인으로 언급한 가정용 전력요금의 누진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전에 건의해 봤지만 공기열 히트펌프는 신재생법상 신재생에너지가 아니므로 요금제 특례가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공기열을 재생에너지로 인정하는 것이 히트펌프 보급을 위한 확실하고 간명한 해결책이라고 본다.

 

■ 히트펌프 설치 시 보조금 지급 법적 근거를 위한 법률안도 제출했는데

지난 21대 국회에서 유사한 취지의 신재생에너지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못한 바 있다. 재생에너지원을 확대하는 문제는 현행 제도 아래서 생태계가 형성돼 있고 그 안에서 이해관계가 있기에 통과를 장담할 수만은 없다.

 

그래서 만약 공기열을 재생에너지로 포함하는 법률 개정이 빠르게 되지 않더라도 최소한 고효율기기로서라도 설치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는 근거를 조속히 마련하기 위해 에너지이용합리화법 개정안을 함께 발의했다. 물론 두 법안이 모두 통과한다고 해서 설치보조금을 중복해서 받을 수는 없다.

 

■ 공기열원의 신재생 범주 지정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많은데

“공기열을 개념상 재생에너지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 있지만 동의하기 어렵다. 공기열은 지열, 수열과 온도차 에너지라는 개념상 다를 바 없다. 또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미국, 일본, EU, 중국 등 공기열을 신재생에너지로 인정하는 국가가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전력 의존도가 높아 전력망이 친환경적이지 않으면 결국 탄소 감축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COP 3.0 성능환경의 공기열 히트펌프 기준으로 1차에너지 환산 효율을 분석하면 92% 효율의 콘덴싱보일러보다 높은 효율임이 확인된다. 그리고 앞으로 전력망에서 재생에너지비중이 높아지면 히트펌프의 탄소배출량은 더 낮아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혹한기와 혹서기가 있는 한국의 기후조건에서는 히트펌프의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최근 히트펌프 실제 운영사례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외기온도가 –10℃까지 내려가는 지역에서도 평균 COP가 2.4~3.7까지 확인됐다. 추운 나라에서 히트펌프를 쓰지 않는다기엔 2021년 기준으로 노르웨이는 히트펌프 보급률이 60%를 넘었다.

 

만약 법안이 통과되면 시행령 제정과정에서 재생에너지로서 인정할 만한 합당한 성능을 갖추었는지 성능기준을 정하고 이 기준에 충족되는 설비만 재생에너지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국회 논의과정에서 정부와 상의하겠다.

 

■ 히트펌프 보급 확대를 통한 기대효과는

첫 번째 가장 핵심효과는 난방열에너지의 탈탄소화다. 중요하지만 앞에 거듭 말씀드렸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두 번째는 전력시장에서 재생에너지 변동성에 대응하는 섹터커플링 유연성 자원으로의 역할이 기대된다. 축열조와 연계된 히트펌프는 전력망에 전기가 넘칠 때 가동해서 열을 저장하고 온수로 필요할 때 꺼내 사용할 수 있다. 히트펌프 사용 증가로 태양광발전이 넘치는 시간대에 전력망이 이를 받아줌으로써 전력망의 재생에너지 수용성이 높아질 수 있다.

 

세 번째는 산업적 효과다. 글로벌시장에서 보일러는 이미 지는 해이며 히트펌프가 잠재적인 대한민국의 먹거리가 될 수 있다. 에어컨으로 이미 글로벌 브랜드파워를 구축한 삼성, LG와 같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냉난방시장 전환을 바탕으로 국내 업체들이 히트펌프산업에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한국의 주거환경에 맞는 히트펌프 개발뿐만 아니라 이 기술을 기반으로 수출 경쟁력을 쌓고 국가경제에 더욱 기여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공기열 히트펌프를 신재생으로 편입하려는 이유는 난방분야 탈탄소를 가속화하고 소비자의 친환경 선택권을 확대해주기 위함이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냉난방부문의 재생에너지비중은 불과 3% 미만으로 2023년 EU 평균(26.2%)과 비교했을 때 매우 저조한 보급률이다. 접근가능한 재생열이 지나치게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공기열 히트펌프가 신재생으로 인정된다면 추후 RHO(재생열에너지보급의무화제도) 도입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다. RHO제도가 도입되면 신재생열업계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공기열 히트펌프없이는 선택가능한 재생열이 너무 없어서 RHO제도 도입은 생각하기 어렵다. 재생에너지보다는 오히려 연료전지 설치로 쏠릴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공기열이 지열, 수열 혹은 태양열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신재생 난방이 화석연료 보일러를 대체하는 것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 상호보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공기열을 신재생에너지로 인정하는 것은 건물부문 배출 탄소중립을 향하는 길에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기후위기가 가속화되는 지금 변화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지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할 때가 아니라 실천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