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0일 제로에너지건축물인증제(이하 제로인증제)가 시행됐지만 건축업계의 불만이 만만치 않다. 업계는 이미 건축물의 환경관련 인증제도가 너무 많고 사용자 측면을 무시한 채 건축기준만 강화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향후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는 통합된 제도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과 에너지소비가 산업용에서 증가하는 만큼 건축기준 강화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점을 밝혔지만 업계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통합된 제도와 업계의 설득이 시급한 상황이다.
친환경건축물 인증제 난립
현재 우리나라 환경관련 건축물 인증제도는 녹색건축인증제(G-SEED),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인증제(이하 에너지효율등급)가 있다. G-SEED는 공공건축물에 의무화돼 있고 민간은 권장사항이다. 에너지효율등급은 공공건축물과 연면적 3,000m²이상 업무시설에 의무화돼 있으며 민간은 권장사항이다.
제로인증제는 에너지효율등급 1++수준인 상위 5% 건축물을 대상으로 한다. 전체 건축물이 소비하는 에너지의 20%~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건물에 대해 1~5등급을 부여하는 제도다.
문제는 기존 인증제와 제로인증제가 중복되는 점이 있는데다 향후 전면 의무화가 예정돼 있어 규제가 늘어나는 부담이 있다는 것이다. G-SEED는 입지·자재·시공 등 부문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제로인증제와 다르지만 에너지평가부문은 겹친다. 또한 건축효율인증제의 최고등급인 1++등급이 제로인증제의 최하등급인 5등급이어서 사실상 기존제도의 연장·강화다.
1월24일 서울에서 열린 제로인증제 정책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은 여러 인증제도가 의무화가 되면 행정소요가 늘어난다며 중복규제에 불만을 토로했다.
국토부의 관계자는 “다소 중복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향후 ‘건축물에너지소비총량제’를 시행해 사양별 기준을 에너지소요량 총량기준으로 단계적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용자 고려않고 건축물만 규제
업계에서는 건축물 관련 에너지 인증제가 늘어나는 것이 사용자의 에너지소비량증가를 공급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최근 건설경기가 악화되면서 신축건축물의 증가가 정체됐고 각종 에너지규제는 강화됐지만 건축물 에너지소비량은 증가하는 추세라며 이는 사용자 차원에서 소비량이 늘어나는 근거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사용자측면 에너지소비인 가정용은 감소 추세인데 건축물 등 산업부문이 전체 에너지소비의 61%를 차지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산업부문의 냉방·난방·급탕·조명·환기 등의 부하를 저감시켜야만 에너지소비량 증가추세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통합제도 비전과 업계 설득 필요
다수의 인증제도와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업계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통합인증제를 갖고 업계에 알려나갈 필요가 있다.
국토부는 ‘건축물에너지소비총량제’를 올해 6월 시행할 방침이지만 기존 인증제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아니어서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2025년 민간 건축물 제로에너지 의무화 전까지 제도가 정비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모든 인증을 다 거쳐야 할 수도 있어서 업계의 불만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신기후체제 등 국제기준에 부합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건축물에너지 절감은 시대적 과제인 만큼 당국은 혼란 없는 에너지감축을 위해 통합된 인증제도를 만들고 건축물 에너지 절감의 필요성에 대해 업계를 설득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