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냉매인 ‘물’을 사용하는 냉각시스템 원천 기술 개발이 이뤄진다.
한국기계연구원은 최근 ‘350kW급 자연냉매(R-718) 적용 압축식 냉각기술 개발’ 과제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이번 과제는 올해부터 2021년까지 진행되며 기계연구원이 김욱중 박사가 총괄을 맡으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진솔터보기계, 서울대학교 등이 참여한다.
친환경 냉매 냉동기 개발 시급
압축식 냉동시스템은 외부의 에너지를 이용해 목표하는 공간이나 대상물의 열을 빼앗는 시스템으로 압축기, 응축기, 감압 밸브, 증발기로 구성돼 있으며 일반적으로 냉매의 상변화를 수반한다. 건물의 냉방, 식품의 냉동, 산업용 냉각까지 적용 대상이 넓으며 경제 발전에 따라 시장에서의 요구 및 발전가능성이 매우 큰 특징을 가진다.
그러나 압축식 냉동시스템에 필수적으로 적용되는 냉매는 전지구적인 환경 문제와 맞물려 있으며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합성냉매인 CFC, HCFC에 이어 HFC계열의 냉매 사용량이 크게 감축될 예정이다.
이와 같은 냉매 사용 규제로 친환경 냉매에 대한 냉동 및 냉각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GWP(지구온난화지수: Global Warming Potential)가 낮은 냉매를 적용하는 냉동시스템의 시장이 향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Low GWP의 신냉매 혹은 자연냉매를 채택한 냉동시스템의 구성 요소에 관한 선행 연구 및 핵심 요소기술 개발은 시장을 이끄는 핵심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5위의 냉동공조기계 생산국(연간 9~10조원)으로 세계의 냉동공조기계시장에서 일부 기술적인 우위를 나타내고 있으나 냉매 규제와 같은 시장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흐름에 대응해 기존 냉매를 대신해 Low GWP 및 자연냉매를 사용하는 냉동공조기계에 관한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2015년 기준 약 77억불 이상의 시장이 형성돼 있는 냉동기시장에서 친환경 냉매를 적용함으로써 온실가스 저감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친환경 제품 및 핵심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물’ 냉매 원천기술 개발 ‘핵심’
김욱중 박사는 “이번 과제는 전세계적인 냉매 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일부 다국적 기업에 의해 가격과 적용시스템 기술까지 지배받을 수밖에 없는 기존의 합성냉매 사용을 원천적으로 배제한 건물 및 산업용 냉동기 개발을 위해 친환경 냉매인 ‘물’을 사용하는 냉각시스템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을 냉매로 활용하는 기술은 흡수식, 흡착식 냉동기 등에 이미 적용돼 활용되고 있으나 성능면에서 우수하고 시스템의 크기면에서도 개선이 가능한 압축식 사이클에 적용하는 기술은 현재까지 상품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로써 관련 기술개발 시 신시장 선점이 가능한 기술이다.
물은 지구온난화지수가 ‘0’인 친환경 냉매다. 하지만 물의 상태 변화온도가 상온 상압에서 약 100℃이므로 이를 낮춰 줄 진공기술이 필요하고 진공 상태에서도 압축과 응축, 증발을 통해 다시 액체/기체 상태로 변환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현재 널리 사용 중인 합성냉매와 같이 일반적으로 작동 압력이 대기압 이상인 냉각시스템 기술을 바로 적용할 수 없다.
진공 상태의 수증기를 물로 상태 변화시키는 압축과정은 수증기의 큰 비체적으로 인해 기존 산업계의 용적식 압축기로는 구현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해 새로운 형태의 압축기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업계에서 널리 사용돼 온 일반적인 냉매와는 달리 진공 상태 수증기의 응축 및 증발에 수반되는 물의 퍼짐이 물의 높은 표면 장력으로 인해 제약이 큰 만큼 산업계에의 활용 특성에 맞는 적합한 표면처리기술이 요구된다. 표면처리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열전달 촉진기술은 신개념 고효율 열교환기 개발의 핵심기술인 것이다.
물 활용 열교환기 제작기술은 기존의 흡수식이나 원통 다관형 등의 다양한 열교환기의 고효율화에 응용 가능하고 고속의 베어링 및 모터 제작기술은 타 산업의 모터 및 구동장치에 응용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 박사는 “이번 기술은 화학 반응 및 폭발 등에 민감하거나 인체 유해가스가 금지된 산업용 냉동기나 건물 공조용 냉동기 및 신재생에너지 생산 장비와 함께 활용한 화석연료 미사용 친환경 냉동기기술 개발 등에 향후 응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이어 “결론적으로 이번 과제에서는 고진공 상태에서도 수증기의 압축과 팽창, 증발 및 응축사이클 형성이 가능케 하는 내부식성과 기밀성을 유지하는 고속 터보압축기와 물의 퍼짐 현상을 고려한 신개념 고효율 열교환기 등의 핵심기술과 부품들을 조합해 최종적으로 건물과 산업용 냉수를 생산하는 고효율 친환경 냉동시스템을 설계 제작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기계연구원은 △전체 통합 시스템 구축 △시스템 기밀성 설계 기술 확보 및 냉동시스템 기본 제어 로직 확립 △증발 열전달 특성 실험장치 설계 및 제작 △350kW 급 증발기 시작품 설계 및 제작 △압축기용 intercooler 설계 및 제작을,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응축 열전달 특성 실험 장치 설계 및 제작 △350kW급 응축기 시작품 설계 및 제작 △1, 2 단 압축기 성능 해석 및 결과 검증 △다단 압축기 유로 성능 해석 및 최적화 등을 담당한다.
진솔터보기계는 △1, 2 단 압축기 및 개선품 설계, 제작 및 성능시험평가 △고진공 자기 베어링 및 stationary 부품 제작 △Impeller 및 구동 전동기 제작 △통합 시스템 압축기 성능 시험 및 수정 설계 제작 등을, 서울대학교는 △상변화시 액적 거동 메커니즘 분석 및 실험, 상변화 열전달 특성 비교 △ 열전달 효율 향상을 위한 표면 패턴 향상 도출 △패턴 있는 원형관 제조 기술 확보 등이 맡는다.
세계시장 진출 우위 기술 확보 '의미'
2020년 기준 전세계 냉동기시장은 약 82억불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고유 모델 및 기술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이번 ‘350kW급 자연냉매(R-718) 적용 압축식 냉각기술 개발’ 과제가 갖는 의미가 크다.
또한 수증기 압축기용 고속의 무급유 터보압축기 및 신개념 고효율 열교환기 독자 설계 능력 확보를 통한 세계 시장 진출 기회도 얻을 수 있으며 원천기술 선점을 통한 로열티 수입도 개발 이후 5년간 200억원 이상 예상된다.
특히 압축기 형식 중 국내에서 설계, 제작이 가능한 터보압축기 기술 개발로 기존 인력의 기술 고도화 실현과 냉동기분야 신시장 창출 및 신제품 출시 등으로 개발 완료 후 연 30명 이상의 일자리 창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 박사는 “F-gas regulation 등의 글로벌 추세에 부합하는 능동적이고 고유한 기술로 세계적 기술 우위 강소기업으로의 성장 가능성도 있다”라며 “원천기술 확보 연구인 만큼 상용화에 앞서 요구되는 압축기와 열교환기 등의 핵심기기 위주의 원천기술 확보를 우선할 예정이며 과제가 종료되면 국내 냉동공조기업에 기술을 이전해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