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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준영 산업기술시험원 박사

“표준화 전문인력 양성에
조직리더의 시각변화 절대적 필요”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10월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세계 표준의 날 기념식’을 개최하고 표준화를 통해 국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유공자‧단체에 정부포상을 수여했다. 

최준영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수석연구원(박사)는 지난 20여년간 냉동공조기기 및 가정용기기의 성능 및 에너지효율 표준화 활동에 기여를 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이날 산업포장을 수훈하는 영광을 안았다. 

최 박사는 특히 2007년부터 ISO TC86 SC6분야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WG10의 작업에 컨비너를 맡아 신규 표준화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으며 2015년부터 HPWH(Heat Pump Water Heater)의 신규 WG12의 컨비너도 수임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최준영 박사를 만나봤다.

■ 산업포장 수훈 소감은 
먼저 기쁘다. 누구나 상을 탄다는 것은 기쁜 일이고 그것이 작던 크던 기쁜 일인 것 같다. 특히 이번 상은 내 인생 중 가장 받고 싶은 상으로 그 기쁨이 두 배되는 것 같다. 늘 상을 탈 때면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질 같은 심정이 들어 나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것 같다. 

■ 그동안 국내를 대표해 표준화 활동에 적극 나섰다. 초창기와 비교한다면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처음 냉동공조분야 국제표준기구(ISO TC86)에 참여한 것이 2002년 초였다. 당시 우리나라는 P member로 가입돼 있지 않아 기술표준원과 냉동공조협회를 설득해 가입했다. P memebr로 가입 후 처음 WG회의를 참석할 당시 과연 국제표준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지도 못했고 어떻게 해야 되는지 난감했다. WG의 모든 전문가들이 유럽, 일본, 미국 전문가로 나이도 많고 관련 분야에서 30년 이상의 경력이 있는 분들로 처음 이 분야 참여한 신입으로서 매우 감당하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처음에 참석한 WG1의 경우 당시 일본 전문가들이 주도했다.  

2006년 아국에서 TC86총회를 제주에서 개최 후 우리나라의 제안으로 WG10을 새롭게 만들어 이듬해인 2007년 ISO TC86 SC6분야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컨비너를 맡아 신규 표준화 작업을 진두하게 됐다. 이후 국내 전문가들의 국제표준화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일예로 지난 10월15~18일 일본 Settu-si에서 ISO TC86 SC6 WG1과 WG12 회의가 개최됐는데 일본에서 열렸음에도 국내의 전문가 인원이 가장 많을 정도였으니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 활동을 하면서 애로 사항은 
초창기에는 정말 많은 애로가 있었다. 하나하나 기술할 수는 없으나 가장 큰 애로는 시간과 예산이다. 아직도 늘 고민하는 부분이다. 시간은 어떻게든 만들면 되지만 관련 경비부분은 늘 쉽지 않다. 국제표준화 활동에 대한 정부와 기관에서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초창기에는 정말 힘들었으나 최근 국표원, 표준협회 등에서 조금이나마 출장비 지원이 생겨 도움을 받고 있다. 

그리고 아직 국제표준화 활동에 대한 국내 산업의 전반적인 인식이 부족하다. 산업발전을 위해, 특히 기업의 시장 선점을 위해 매우 중요한 분야임에도 아직 산업체 전반적으로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못 미치고 있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초창기 WG1의 컨비너를 맡으신 분은 영국의 Bernard Hugh라는 매우 나이가 많은 분이었다. 2014년 은퇴 당시 80세셨으니 2002년에도 60대 후반은 됐을 것이다. 그분은 늘 회의를 시작하면 Scotch Whisky를 꼭 한 병 가지고 오셔서 회의 시 늘 드시곤 했다. 처음에는 매우 놀랐다. 회의 시 술을 먹는다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도 인정받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국제회의에서 말이다.

하지만 다른 전문가들은 이러한 그 분의 행동에 전혀 문제를 제기하거나 불평을 하지 않았다. 1~2년 지나서 알게 됐지만 이분의 회의 방식은 회의 시 각국이 논쟁을 하거나 의견 수렴이 안될때 직접 당사자들에게 다가가 Whisky를 권하면서 농담과 진담을 섞어가면서 회의를 원만하게 진행했다. 

이러한 그 분의 방식을 오랫동안 경험해온 모든 전문가들이 이를 수용했던 것이다. 그런 내용을 모르던 저에게는 처음에는 매우 충격적인 문화였다. 그 당시 마시던 ‘Jura’라는 브랜드는 지금은 제일 좋아하는 whisky가 됐다.  



■ 글로벌 히트펌프 표준화 경향은 
ISO TC86에서 다루는 히트펌프는 세 분야로 WG1의 공기열원, WG3의 수열원, WG12의 공기열원 히트펌프보일러(Heat Pump Water Heater)로 나뉜다. 최근 구성된 WG12 이외 WG이 결성된 지 30여년이 지난 오래된 WGs이다. 최근 국제표준화 경향은 무엇보다도 성능, 효율향상을 위한 표준작업이다. 특히 에너지효율에 관한 표준화가 가장 중요한 의제로 매우 적극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WG1의 경우 2013년 제정된 ISO 16358-1,-2,-3은 전 세계적으로 에어컨디셔너 및 히트펌프의 고효율화로 가변용량 제어방식의 기술이 상용화돼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시장이 점점 확대되고 있어 이에 대한 새로운 효율측정 및 계산방법을 제정했다. 

우리나라도 가변용량 제품에 SEER 개념을 KS규격 (KS C 9306)에 포함해 제품의 표준화를 통해 산업 발전에 기여해 왔으며 KS C 9306-2010판에 ISO에서 논의된 내용을 대부분 포함했다. 

또한 WG3도 수열원의 기존 표준에 △ISO 13256-1:1998, Water-source heat pumps- Testing and rating for performance- Part 1: Water-to-air and brine-to-air heat pumps △ISO 13256-2:1998, Water-source heat pumps - Testing and rating for performance- Part 2: Water-to-water and brine-to-water heat pumps에 새로운 SEER 개념을 도입하는 개정작업이 진행 중이다. WG12 역시 현재 제정 중인 ISO CD 21978, Heat Pump Water Heaters– Testing and rating at part load conditions and calculation of seasonal performance factor는 히트펌프보일러의 계절성능을 다루고 있다. 

■ 국내 기업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지난 수년간 우리기업의 히트펌프 기술력은 상당한 수준으로 성장했다. 특히 가정용 제품의 기술력은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단언한다. 이는 히트펌프분야의 수준 높은 인력과 기업들의 해외시장 개척 능력 등이 주요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상업용, 산업용의 수준은 선진국과 차이가 있어 노력은 더욱 필요할 듯하다. 

■ 여전히 국제적으로 공조분야 전문가가 부족한데 
국제표준화 활동의 애로점에서도 언급했듯 아직 국제표준화 활동에 대한 국내 산업 전반적인 인식이 부족해 국내 전문가가 양성되지 않고 있다. 본 업무는 가시적으로 빠른 시일에 성과가 나지 않는 것으로 시간과 노력이 장기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 여건상 이러한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조직이 많지 않다. 냉동공조분야는 더욱 심하다. 일본의 경우 1명의 표준전문가를 키우기 위해 15년 정도가 걸린다고 하는 말이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조직리더들의 시각 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산업발전을 위해, 특히 기업의 시장 선점을 위해 표준화는 매우 중요한 분야다. 예전에 어느 매체에 기고한 ‘기업에 있어 특허와 표준화 역량은 사업의 흥망을 좌우한다’라는 말이 있다. 이러한 관점으로 표준화, 특히 국제표준화는 세계시장에서 사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투자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 앞으로 이것만 꼭 하고 싶은 것은
한 가지 부탁은 언론매체에서 냉동공조분야의 발전을 위해 국내든 국제든 표준화 활동 및 관련 내용에 대한 관심을 더욱 가지고 기사화해 많은 정보를 일반인에게 알려 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