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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에너지 규제강화, FEMS ‘주목’

2020년 1조원시장규모 예측…업계 “체감 못해”
온실가스 감축목표 강화·육성정책 가능성 확대
산업업종별 전문성 강화‧AI기반 기술혁신 필요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 Factory Energy Management System)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온실가스 검증심사 전문가들은 산업체 온실가스 규제가 강화되면서 에너지다소비사업장 등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목표관리제 규제를 받는 기업들은 절감효과가 크고 투자비회수율(ROI)이 우수한 조치들은 대체로 이미 적용한 상태라고 분석한다.

2018년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제2기 계획기간이 시작되면서 3%의 유상할당제가 개시됐다. 내년 제3기 계획기간이 시작되면 유상할당비율은 10%로 늘어난다. 또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이하 3차 에기본)에 따라 산업부문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BAU대비 8.1%p 감축해야 한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그린뉴딜 이슈에 따라 국내 각계에서는 우리나라도 2050년까지 탄소배출 넷제로(Net Zero)로 해야하며 이를 위해 단·중·장기 감축목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도 이에 대해 긍정적인 검토를 하고 있는 만큼 감축목표도 지속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앞으로 추가되는 규제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그간 주목하지 않았던 FEMS와 같은 에너지절감 솔루션에 눈길을 돌리게 될 전망이다. 또한 3차 에기본에 따라 에너지다소비업체는 2025년부터 FEMS설치가 의무화되기 때문에 온실가스 규제 대응 시 FEMS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가능성이 커졌다.

배출권거래제나 목표관리제 규제를 받지 않는 중소사업장 역시 정부가 앞으로 관리대상에 포함할 예정이어서 FEMS시장 성장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정부는 10만TOE 미만 중소·중견기업에 스마트공장과 연계해 FEMS 보급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시장규모 1조원 전망 ‘옛말’
사실상 현재까지 FEMS시장규모는 기대에 못미쳤던 것이 사실이다. 2014년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3년 국내 EMS 도입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FEMS시장은 2013년 2,096억원에서 2020년 1조1,152억원으로 연평균 28.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업계관계자들은 실제 체감되는 성장률은 당시 전망한 성장률에 비해 한참 못미친다는 인식이 크다.

황현태 메타넷대우정보 스마트팩토리팀 부장은 “당시 시장조사 이후 정부나 협·단체를 통해 발표된 공식통계는 없지만 1조원대 시장으로 성장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비용에 더해 계측기, 유량계, 서버구축비 등 시스템인프라까지 포함해야 비슷한 규모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FEMS시장 성장이 기대에 못미쳤던 것은 수요기업들이 초기투자비에 비해 회수기간이 길다는 점을 들어 도입을 꺼리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최준규 SKT IoT/Data사업단 부장은 “우리나라는 에너지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ROI가 5~10년으로 산출돼 기업들이 도입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공장시설 운영·관리자의 부실운영, 책임회피 성향도 FEMS도입 의사결정을 방해하는데 한몫하고 있다.

심선보 SKT MNO사업부 과장은 “FEMS장비가 제대로 설치된 현장에서도 운영자의 이해도가 떨어져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거나 시스템을 꺼두기도 한다”라며 “이에 따라 FEMS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인식이 시장에 퍼지고 있다”고 밝혔다.

노희전 더키 EMS사업부장은 “FEMS 제안 시 현장을 모니터링·분석하고 비효율적인 부분을 지적해 개선사항을 제시하는 과정을 거친다”라며 “이에 따라 기존 관리·운영자의 조치가 미숙했던 부분이 드러나기 때문에 의사결정권자에게 직접 제안하지 않는 한 실무자는 책임추궁이 두려워 내부 의사결정 체계를 진행시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장애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FEMS의 성격과 개념에 대해 올바로 인식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황현태 부장은 “FEMS는 기능적으로 EIS(Energy Information System)와 EOS(Energy Optimization System)로 나뉜다”라며 “EIS는 에너지모니터링을 통해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개선사항을 도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고 EOS는 실제 설비 등을 제어해 절감효과를 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FEMS를 적용했을 때 ROI를 고려하는 것은 EOS개념의 접근방법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FEMS기업이 제공하는 솔루션·서비스는 EIS다.

EIS는 에너지소비량, 설비 모니터링을 통해 절감잠재량을 평가하고 목표를 설정한 뒤 개선사항을 도출해 실제 절감조치를 취하게 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10% 절감이 이뤄질 수도 있고 개선사항이 잘 도출되고 전사적 참여가 이뤄지면 그 이상 절감도 가능하다는 개념이다. ISO 50001 에너지경영시스템에서 평가하는 에너지절감 프로세스와 맥이 닿는다.

이에 비해 EOS는 FEMS 솔루션이 사전 설정조건에 따라 설비들을 제어하면서 절감하는 것이기 때문에 에너지비용절감에 따른 ROI에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물론 업계관계자들 역시 궁극적으로는 FEMS가 설비를 직접 자동으로 제어해 관리·운영자가 신경쓰지 않더라도 절감효과를 내야 바람직하다는 사실에 공감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사람이 실시하는 개선조치보다 더 큰 절감이 가능한 솔루션이 등장하지 않았고 AI·빅데이터를 적용한 제품들은 아직 개발 중이다.



정부발 시장확대 기대감 ‘솔솔’
다만 시장의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고 있고 앞으로 정부의 육성정책이 본격화되면 시장이 성장할 수 있을 전망이다. 3차 에기본에서 FEMS 의무화 및 지원제도가 이뤄지고 정책목표 물량을 채운다면 시장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3차 에기본으로 의무화 적용을 받는 사업장 수는 2017년 기준 157개로 추산된다. 이들이 대부분 대기업이고 FEMS업계에서 대기업에 납품하는 소프트웨어 가격이 약 10억원 안팎임을 감안하면 2025년까지 1,570억원시장이 추가된다.

또한 2040년까지 정부가 3,000개의 중소·중견기업에 FEMS보급을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이들에 공급되는 소프트웨어 가격이 3억원 안팎이기 때문에 목표를 달성할 경우 시장규모는 9,000억원이 더해진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500억원이어서 당초 성장률 전망치에 비하면 큰 규모는 아니지만 감축목표 확대, 그린뉴딜정책 등이 예상되는 만큼 추가적인 시장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구체적인 지원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은 FEMS 보급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는 스마트에너지산단에 입주한 중소·중견사업장을 대상으로 FEMS 보급지원사업을 공고했다.

에너지공단이 지난 7월 공고한 ‘스마트에너지산단 FEMS 보급지원사업(5차)’에 따르면 스마트 선도산업단지에 입주한 중소·중견사업장을 대상으로 계측·제어시스템, FEMS 등 구축 및 컨설팅을 지원한다.

현재 스마트선도산단 프로젝트에 따라 선정된 곳은 △반원·시화 △창원 △남동 △구미 등 4곳이다. 지원예산은 △1차 21억4,000만원 △2차 17억320만원 △3차 3억5,660만원 △4차 8억6,100만원 △5차 2억9,300만원 등으로 책정됐다.

사업장 규모별로 지원기준은 상이하다. 중소기업은 연간 에너지사용량 2,000TOE 미만인 경우 총사업비의 80%를, 2,000TOE 이상인 경우 70%를 정부가 지원한다. 중견기업은 사업비의 40% 이내에서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본격적인 시장성장을 위해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도입돼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의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황현태 부장은 “몇 년 전까지 FEMS를 제안하기 위해 기업들을 방문하면 EOS와 EIS개념을 설명하기 바빴다”라며 “투자비용에 대한 걱정들은 여전히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지만 최근 문의하는 기업관계자들은 해당 개념을 이해하고 있고 도입하고 싶어하는 욕구도 있는 것으로 체감된다”고 밝혔다.



산업시설별 설비특성 이해해야
용도별로 에너지사용설비의 부하패턴이 유사해 모델화할 수 있는 BEMS(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와 달리 FEMS는 산업시설마다 생산품목이 천차만별이어서 이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산업시설은 사실상 에너지절감보다 생산성과 품질이 1순위 고려사항이어서 아무리 에너지절감 효과가 높더라도 생산성·품질이 조금이라도 저하될 경우 적용의 효용성이 없고 FEMS 도입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게 된다.

이에 따라 BEMS가 사람중심의 쾌적환경 조성에 방점을 둔 반면 FEMS는 생산환경과 생산설비의 최적화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생산량 증가 시 변동되는 에너지를 어떻게 최적화할 것인지가 최우선 과제가 되는 이유다.

이와 같은 특성에 따라 FEMS 전문기업은 모든 산업군을 다루지 않고 특정 공정에 전문성을 확보하고 관련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공장 등 산업시설은 생산라인의 방식에 따라 △연속공정 △배치공정 △단속공정 등 3가지로 구분된다. 단속공정은 공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제품의 생산이 단속적으로 이뤄지는 공정을 말한다. 소규모로 여러 제품을 번갈아 생산하거나 각 제품에 따라 다른 작업과정을 거쳐야 하는 품목들이 해당한다. 자동차 등 기계조립 공정이 대표적이며 공정마다 생산라인을 개별적으로 중단·재개시킬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연속공정은 원료를 장치에 일정한 유량으로 연속적으로 넣는 동시에 완제품 역시 연속적으로 생산되는 공정을 말한다. 정유·석유화학과 같이 한번 공정이 시작되면 완제품이 생산될 때까지 중간에 멈춰 세울 수 없다.

배치공정은 1회 공정마다 어느 정도 용량을 구획해 반응, 혼합, 가열 등 일련의 처리를 가하고 다음 공정으로 넘겨지는 공정이다. 제약·바이오산업이 단속·연속공정의 특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반응기에 원료를 넣고 특정 환경조건을 만든 뒤 숙성·발효·반응시키는 과정은 한번 시작되면 중간에 멈출 수 없지만 이후 분류·포장 등 과정은 단속적으로 이뤄져 생산라인을 세울 수 있다.

연속공정의 경우 대부분 장치산업이고 에너지소비가 많다. 규모가 크기 때문에 주로 하니웰, 아스펜텍 등 글로벌기업이 비교우위를 차지한다. 중소기업을 포함한 국내기업 대부분은 단속·배치공정을 중심으로 FEMS를 적용하고 있다.



차세대 FEMS는 ‘AI’
최근 업계는 AI기반 FEMS를 차세대 기술로 보고 서서히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제어방식은 크게 △스태틱컨트롤(Static Control: 정위제어) △다이나믹컨트롤(Dynamic Control: 동적제어) 등 2가지로 나뉜다.

지금까지는 정위제어방식이 활용되는 수준이다. 이는 특정 목푯값을 설정하면 시스템이 변수를 제어하고 변수가 해당목표에 도달하면 제어를 멈추는 방식이다. 에어컨 온도를 26℃로 설정한 뒤 실내온도가 도달하면 에어컨이 작동을 멈추는 방식이다.

이와 같은 방식은 다양한 영향변수를 고려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목푯값을 설정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제어의 목적은 재실자의 쾌적성 확보에 있다. 에너지절감 이슈도 재실자 쾌적성 확보에 가장 적은 에너지를 들인다는 개념이다.

그러나 실내·외 조건, 온·습도 변화, 일사량 유입의 정도 등 재실자 쾌적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다. 온도가 목푯값에 도달했다고 하더라도 재실자가 쾌적하지 않은 상황이 다수 발생한다.

동적제어방식은 정위제어방식에서 다양한 환경요인을 대상으로 쾌적하지 않은 요인을 판단해 목푯값을 재설정하는 것이다. 실내·외 온·습도, 기상조건 등 다양한 변수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최적 목푯값을 찾아 제어한다.

이와 같은 방식은 다양한 요인을 매순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수동제어가 불가능하다. 빅데이터, 분석기술, AI기술이 필수적이다. FEMS분야의 기술혁신은 AI 적용이 될 전망이며 관련기술 확보가 기술적 우위의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