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도시부문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 신축건물 전면 의무화를 목표로 추진하는 제로에너지빌딩(ZEB)보다 발전된 형태의 플러스에너지빌딩(PEB)이 필수적이다. 현재 ZEB도 경제성이 문제돼 에너지자립건물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고려대는 PEB 혁신기술 연구센터를 설립, 도시단위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미래건축물을 연구하고 있다. 강용태 고려대 PEB 혁신기술 연구센터장을 만나 PEB의 달성가능성과 기술목표에 대해 들었다.
■ 건물부문 탄소중립 필요성은 2020년 현재 우리나라 에너지소비부문에서 가정·상업용 건물이 55.9%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며 CO₂ 배출량도 마찬가지다. 세계 주요국의 현황을 검토해도 건물부문이 차지하는 에너지소비량은 전체의 33~53.2%에 육박해 CO₂를 상당량 배출한다.
또한 신기후체제의 기반이 된 2015년 파리협정(COP21)을 통해 CO₂ 세계배출 순위 6위인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대비 37% 감축목표를 제시했다. CO₂ 배출저감에 대한 국가적인 도전적 목표치와 건물부문이 차지하는 CO₂ 배출량이 상당하다는 점에 비춰보면 건물의 탄소중립이 매우 절실한 상황이다.
■ 건물·도시 탄소중립 실현방안은
건축물 및 도시 전체의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건물의 에너지부하 대응계획을 대폭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구체적으로 건물의 에너지 대응패턴을 개선하기 위해 열병합발전(Combined heat and power)이 제시됐지만 가스에너지 사용량이 증가하고 그리드로부터 에너지 독립이 어렵다는 한계점이 있다.
신재생에너지원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고 건물에서 소모되는 에너지부하의 일부를 충당하는 것으로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저감할 수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ZEB의 핵심요소기술 개발과 시스템 최적화에 관련된 연구가 필수적이다.
■ PEB센터를 설립했는데
고려대 주관 PEB 혁신기술 연구센터는 신재생에너지 생산 및 변환, 고밀도 에너지 저장 및 활용, 액티브시스템 최적화, 패시브디자인 에너지 원천저감에 필요한 핵심요소기술을 개발한다. 요소단위 기술들을 유기적·체계적으로 연계한 PEB를 구축하고 플러스에너지 20%를 달성하고자 한다.
연구센터가 2020년 7월 설립된 이후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SCI 논문 14편(JCR 분야상위 10% 이내 논문 12편)을 게재했다. 핵심요소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성과가 국제적 학술지에 게재돼 국내 기술수준의 위상을 높이고 더 나아가 요소기술들을 접목한 PEB를 실제 구현하고자 하는 도전적인 목표를 갖고 있다.
구체적으로 1단계(4차연도) 내에 세계 최고 수준의 핵심요소기술을 확보하고 2단계(3차연도)에는 PEB를 실증할 계획이다.
■ PEB 필요성 및 달성가능성은
ZEB에 대한 경제성, 실현·확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신재생에너지 생산기술, 특히 태양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은 비교적 많이 연구됐으며 성숙도가 높다. 건물의 지붕이나 벽면에 태양광·열 패널을 부착한 건물도 많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원은 시간에 따라 에너지생산량이 불균일해 건물에너지 부하를 유기적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에너지밀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다. 기존 열저장시스템의 효율과 경제성이 낮다는 점도 검토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ZEB에서 PEB로 확장이 필요한 이유는 단일건물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에너지부하를 획기적으로 저감하기 위해서다. 도심 전체 모든 건물들이 에너지자립률 100%를 달성할 수는 없으므로 PEB에서 생산된 잉여 신재생에너지는 그리드를 통해 다른 건물로 거래될 수 있다. 도시 전체의 에너지 안정화로 스마트시티의 핵심기술이 될 수 있으며 국가의 도전적 CO₂ 배출량 저감 및 에너지저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PEB 혁신기술 연구센터에서는 건물에서 소모되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PEB를 위해 △패시브디자인 기술을 적용한 건물에너지 부하 원천저감 △신재생에너지원 다각화로 에너지생산의 고효율화 및 안정화 기술개발 △이를 기반으로 에너지의 생산·부하 간 시간적 격차를 해결할 고밀도 및 고효율 에너지 저장시스템 구축 △액티브시스템 최적화 기술을 접목해 효율적인 에너지사용 실현 등을 추진하고 있다.
요소기술에 대한 개발부터 기술간 연계까지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체계적인 연구가 수행된다면 달성가능성이 충분히 높다고 본다.
■ PEB를 위한 융복합기술은
PEB를 달성하기 위해 패시브디자인 및 액티브시스템 기술의 융복합할 필요가 있다. 먼저 패시브 디자인은 건물 외피·창문 등의 단열성능 개선, 열회수시스템, 자연채광 시스템, 지능형 on/off control 등을 포함해 건물에서 소모되는 에너지부하를 원천 저감한다.
액티브시스템 최적화는 지열과 연계된 고효율 히트펌프시스템, 친환경 냉매적용 고효율 냉난방시스템을 포함해 기존건물대비 냉난방 부하저감을 달성한다.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신재생에너지원을 융복합해 에너지를 생산함으로써 플러스에너지를 달성할 계획이다.
이러한 목표는 각 전문기술이 집약돼 하나의 건물을 유기적으로 구축해야만 달성할 수 있는 도전적인 목표다.
융복합기술의 대표적 사례인 BIPV(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는 국내에 적용된 사례가 상당하다. 예를 들어 국립환경과학원의 탄소제로건물(기후변화연구동)의 벽면에 G to G module 타입의 BIPV가 설치돼 있으며 고효율 전기생산이 가능하다.
또한 경기 판교 신도시에 구축된 LG 씽큐홈은 국내 최초로 본인증 에너지자립률 1등급을 달성했으며 건물의 모든 외벽재를 BIPV로 구축해 1개월간 3,680kWh의 발전량을 확인한 바 있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간 BIPVT(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 thermal)는 PV패널의 온도를 저감해 전기생산 효율을 향상시키고 열에너지도 하베스팅해 건물의 열부하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세계 연구동향을 검토하면 air-based BIPVT 및 water-based BIPVT가 테스트베드 단위로 시험되고 있으며 높은 효율이 달성되고 있다.
그러나 하베스팅되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과 연계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연계되는 시점에 ESS를 함께 구축하는 것이 적합하다.
■ 건물 탄소중립을 위해 제언한다면
정부는 건물에너지 소비 및 CO₂ 배출에 관한 문제를 중대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수년 전부터 ZEB의무화 로드맵을 제시했다. 2020년에는 공공건축물 연면적 1,000㎡ 이상 건물에서, 2030년에는 모든 용도 연면적 500㎡ 이상 건물에서 ZEB가 의무화된다.
국가적 제도와 로드맵은 충분히 잘 제시돼 있으나 사회적으로 중요성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홍보와 기대효과에 대한 안내가 필요하다.
또한 PEB를 달성하기 위한 액티브 및 패시브 기술수준은 많이 개선돼야 한다. 특히 PEB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중열원 히트펌프기술, BIPVT 및 흡수식 열배터리 기술 등 액티브시스템기술이 더욱 개발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핵심요소기술 개발 및 성능평가를 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