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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열 시공경제성 확보, 신재생 보급확대 이끈다

유럽, 작은 홀 사이즈로 효율↑비용↓</br>온실가스감축 목표달성 중심역할 수행</br>포항·울릉도, 국내 지열발전 ‘디딤돌’


온실가스 저감에 대한 문제는 유독 국내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세계 각국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한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며 다양한 온실가스 감축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그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이 신재생에너지분야다. 

하지만 단순히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요인은 경제성이기 때문에 비용대비 산출 및 투자비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임없이 나오는 상황이다.

신재생에너지 중 지열에너지는 많은 전문가들이 효율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히트펌프 같은 설비비용과 함께 지중열 교환기 설치를 위한 천공작업에 소요되는 많은 시간과 인력, 장비 등이 커다란 비용으로 환산되고 있다.

이는 국내 지열산업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초기투자비용 절감방안에 대한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따라 지열에너지의 의미와 이용방법과 더불어 유럽의 지열 천공 시 비용절감 방안 등에 대해 알아봤다.

투자대비 효과 ‘우수 에너지원’
지열에너지(geothermal energy)란 땅이 지구 내부 마그마 열에 의해 보유하고 있는 에너지로 지표면으로부터의 깊이에 따라 지하 500m 미만의 열을 이용하는 천부지열과 그 이상의 열을 이용하는 심부지열로 나뉜다.

이산화탄소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화석연료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신재생에너지이며 지열은 이 중 가장 현실적이고 이용효율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와 환경보호청은 지열을 기존 냉난방 설비보다 효율이 높기 때문에 경제적이며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아 환경친화적인 시스템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한 유엔산하 국제 협의체인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건물분야 온실가스절감을 위한 다양한 기술 중 투자대비 효과가 매우 우수한 시스템으로 인식하고 있다.

지열은 신재생에너지에 속하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받고 있다. ‘공공기관 설치의무화제도’에 따라 공공건축물에는 신재생에너지를 일정비율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2016년 현재 18% 이상, 2020년까지 30%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민간부문에는 서울시가 민간건축물 에너지사용량의 18%를 신재생에너지로 채울 것을 공표한 바 있다.

다른 신재생에너지는 공간적(풍력), 기후적(태양광, 태양열) 등의 제약으로 보급에 다소 한계가 있어 현재 신재생에너지 의무비율을 충족시킬만한 가장 큰 대안으로 지열에너지가 주목받고 있다.


지열 히트펌프, 연 50% 빠른 성장세
지열은 이용 방법에 따라 열을 생산하면 직접이용, 전기를 생산하면 간접이용으로 분류된다.

지열에너지의 직접이용은 가장 오래된 기술로 땅에서 중온수(30~150℃)를 추출해 사용자에게 직접 공급하거나 히트펌프 같은 에너지 변환기기의 열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땅 속에 매설된 지중열교환기를 순환하는 물 혹은 부동액인 열매체나 지하수, 하천수 등을 열원으로 건물의 냉난방과 급탕을 공급한다.

국내 지열 히트펌프 산업은 2000년 초반부터 시작됐으며 2013년 말 기준 누적 설치용량은 약 553MWth다. 정부의 보급정책으로 국내 지열시장은 매년 50% 이상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확대, 전 세계에서 성장세가 가장 빠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민간부문의 설치용량까지 합하면 2014년 기준, 790MWth로 추정된다.


EGS, 비화산지대 지열발전 이끌어
지열의 간접이용은 전기를 생산하는 것, 즉 발전용도로 사용하는 것이다. 과거 지열발전의 열원으로 열수만을 이용했던 시기에는 지열발전을 위해서는 까다로운 제약조건이 필요해 주로 지각판 경계부의 화산지대에서만 가능했지만 비화산지대 지열발전기술인 EGS(Enhanced Geothermal System) 개발로 지열발전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EGS는 화산과 같은 고온의 지열이 부존하지 않는 지역에서 지하 5km 내외까지 시추한 후 고압의 물을 이용해 지하 암반을 수압파쇄, 인공적인 지열 저류층을 생성한다. 이를 통해 달궈진 증기를 또 다른 시추공을 통해 지표로 끌어올려 발전하는 기술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하 5km 깊이까지 암반이 가지고 있는 열의 총합은 10만ExaJoule(Exa=1018)로 2006년 집계된 우리나라 총 1차 에너지소비량의 1만배에 달하는 수치다. 미국 MIT 보고서 기준으로 2%의 추출률을 가정하더라도 200년간 우리나라 에너지사용량을 보급할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에서 인정한 방법으로 계산해보면 우리나라의 EGS 지열발전 총 기술적 잠재력은 약 19.6GW로 나타났다.

현재 포항과 울릉도 등에서 지열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포항에는 Doublet, Triplet 두 가지 방식이 진행되고 있다. 넥스지오, 포스코,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서울대가 참여했으며 총 798억원이 투입됐다. 2010년 말 시작돼 2017년 12월 총 4,0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6.2MW 규모의 상업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울릉도는 ‘울릉도 친환경에너지 자립섬 조성사업’으로 넥스지오, 한국전력공사, LG CNS, 도화엔지니어링, 경상북도, 울릉군 등이 MOU를 체결해 2030년까지 지열발전 12MW를 포함한 신재생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다.

경제성 갖춘 천공방법 지속개발 필수
지열 히트펌프 시스템은 기계기술과 건설기술이 융합된 분야다. 특히 지중열교환기는 시스템의 성능과 초기 투자비를 결정하는 중요 요소로 시공비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

2014년 기준 국내 지열히트펌프 시스템의 시장규모는 약 4,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 중 히트펌프 유닛을 포함한 장비시장이 1,900억원, 지중열교환기 시공을 포함한 시공시장이 약 2,100억원일 정도로 건설부문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타 에너지원에 비해 다소 많은 초기 투자비는 지열시스템의 민간시장 활성화를 더디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에 따라 초기 투자비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설, 천공분야의 경제적 시공기술개발은 중요한 의미를 차지한다. 이러한 가격 경쟁력에 대한 문제를 해결한다면 타 신재생에너지원보다 많은 시장점유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건물 냉난방 부하 및 여건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지중열교환기를 설치하는데 크게 밀폐형과 개방형으로 구분된다. 밀폐형은 수직형, 수평형, 슬린키형, 에너지파일, 에너지슬래브 등이 있고 개방형은 단일우물형, 복수 우물형, 스탠딩컬럼웰 등이 있다.

지중열교환기 방식 중 국내에서는 수직 밀폐형이 70% 이상을 차지하며 나머지는 거의 개방형 공법이다. 신축 및 재개발현장에서 지열에너지를 보급확대시키기 위해서는 도심지에서 적용할 수 있는 천공기술이 필요하다.

도심지 건물에서 천공부지가 부족하면 수직 밀폐형을 적용하는 데 제한이 있어 해결방안으로 건물 하부에 수직 밀폐형을 시공하는 방법이 있다.

코텍엔지니어링이 서울시청 신청사 지중열교환기 시공 시 사용했던 방법으로 크레인을 이용, 천공기를 지하까지 내려보내 총 218개 지중열교한기 중 145개를 건물 하부에 매설했다. 1,100RT 용량으로 공공기관 단일건물 중에서는 지열이 가장 많이 적용된 현장이다.


스웨덴, 4인치 천공 보편화
현재 국내의 지열 천공현장의 홀 크기는 밀폐형은 6인치(154mm), 개방형은 8인치(203mm) 사이즈 사용이 일반화돼있다. 이는 지중열교환기 시공기술이 국내에 처음 들어올 때 미국에서 사용하던 방식으로 지열산업 발전단계에서 반복 사용되다보니 설계 상 굳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국가들은 4인치(101mm) 크기의 홀을 사용해 지열을 시공하는 방법이 보편화돼 있으며 열효율도 뛰어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열교환을 위해 홀 안에 들어가는 두 가닥의 파이프는 장착된 스페이스를 통해 서로 떨어지면서 외벽에 가까이 붙을수록 효율이 상승하는데 홀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파이프가 외벽에 붙기 쉽다. 외벽에 붙은 파이프는 지열을 직접 영향을 받아 효율이 올라가게 된다.

또한 홀크기가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천공속도는 빨라지는데 이에 따라 공기압축기 운전시간도 줄어들어 시공업자들의 가장 민감한 부분인 유류비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

홀 안에 열효율 향상 및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채워넣는 벤토나이트의 양도 자연스럽게 줄어드니 자재비용이 줄어든다. 홀이 작아지면 천공작업에 사용되는 함마와 비트크기가 작아져 핸들링이 편하고 장비에 파이프를 직접 장착할 수 있어 시공 상 편의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방법은 작업환경이 훨씬 간단할 뿐만 아니라 적은 수의 작업자 및 작업공간으로도 같은 효율의 작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지열산업의 확대와 기술발전을 위해 해외의 다양한 시공방법에 대한 장단점을 파악하고 적용 가능성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